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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D8(전진8단), 정의선 R(후진)…실적 격차 심화


  • 정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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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8-08 07:08:56

    -경영 전면 나선 이후, 이 부회장 고공행진정 부회장 지속 추락
    -올상반기 실적 희비교차전년동기영업익 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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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상반기 지병으로 쓰러지면서 이재용(사진 왼쪽) 부회장은 빠르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계승했다. 이 부회장이 1991년 말 삼성에 입사한지 23년만이다.
    2015년 말 자사의 고급브랜드로 종전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통합해 ‘제네시스’로 정하고 브랜드 첫 모델인 EQ900을 출시하면서 정의선(사진 오른쪽)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부친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그룹 전면에 나섰다. 정 부회장이 1999년 구매 실장으로 현대차에 입사한지 16년만이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국내 재계 각각 1, 2위인 점을 감안해 이후 국내 주요 언론에서는 두 부회장을 종종 비교하는 기사를 기재했다.

    다만, 초기에는 두사람이 비슷했으나, 현재는 두사람의 비교 자체가 어렵다는게 일각의 시선이다.

    지난 3년여간 경영실적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실제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 부회장은 연결기준 매출이 119조46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 부회장은 연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0조5112억원, 22조7320억원으로 27.3%, 21.3% 초고속 성장했다.

    반면, 정 부회장은 이 기간 매출 47조1484억원, 영업이익 1조6321억원, 당기순이익 1조5424억원을 기록해 각각 1.1%, 37.1%, 33.5% 역성장했다.

    이 부회장이 전진 8단(D8) 기어를 놓고 고속 질주하고 있지만, 정 부회장은 후진(R) 기어를 넣고 전력으로 후진하고 있다는게 업계 한 관계자 평가이다.

    두 부회장의 실적 차이는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2016년, 지난해 매출이 각각 200조6353억원, 201조8667억원, 239조5754억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마찬가지로 정 부회장의 매출도 2016년 93조6490억원, 지난해 96조3761억원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경기 기흥 사옥.

    반면, 같은 기간 이 부회장의 영업이익은 26조4134억원, 29조2407억원, 53조6450억원 등으로 경영은 맡은 3년 사이 103%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구속된 상태에서 옥중 경영으로 일군 성과라 이 부회장의 탁월한 경영 능력을 대변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자유의 몸이던 정 부회장은 지난해 영업이익 4조5747억원으로 전년(5조1935억원)보다 11.9% 급감했다. 이 기간 정부회장의 순이익도 20.5%(5조7197억원→4조5464억원) 크게 줄었다.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이 부회장의 지난 3년간 순이익 역시 19조601억원, 22조7261억원, 42조1867억원으로 121% 급성장했다.

    이 같은 경영 능력에 따른 실적 차는 앞으로 더 심화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 사옥.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경우 지속 성장이 예상되지만, 자동차의 경우 다국적 업체간 치열한 경쟁으로 현대차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들 부회장이 사회, 경제 등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순방 기간 진행된 삼성전자의 현지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 부회장을 만났다. 이어 김동현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6일 이 부회장을 평택공장에서 만났다.

    이들 만남은 현 정부가 최우선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삼성전자의 역할을 주문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당시 이 부회장에게 “국내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왼쪽부터)지난달 초순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데 이어 이달 6일에는 김동현 부총리를 만나 경제 현안 등을 이야기 했다. ©연합뉴스

    대신 이 부회장은 재계 애로 등을 전달하고, 부친 이 회장이 2010년대 초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바이오산업을 활성화 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 등을 요청했다. 김 부총리와 만남에서이다.

    이 부회장은 조만간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하고, 국민 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한다는 복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월에 30조원대의 제2 평택반도체공장 건설계획을 내놨다.

    정 부회장의 행보는 다소 초라하다. 정 부회장도 지난해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청와대에서 가진 호프미팅에 참석한데 이어, 올초 김 부총리와 만남을 가졌다. 두번의 만남에서 주목할만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의 위상은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 경제에 미친 기여도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선전하면서 반도체 수출은 612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39%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부분은 수출 1위를 기록하면서 나라 전체 수출액 2975억달러(6.6%↑를) 주도했다.

    자동차의 경우 같은 기간 202억8000만달러로 5.6% 수출이 줄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에서 75%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현대차와 기아차 수출은 각각 9.5% 역성장했다.

    정 부회장(오른쪽 세번째)도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을 만난데 이어, 올초 김 부총리를 만났지만 주목할만한 이야기는 없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수출에서도 반도체는 전년보다 57.% 초고속 성장했으나, 자동차는 3.6%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국산차 수출에서 76%의 비중을 차지한 현대차그룹의 수출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다.

    이를 감안할 경우 정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게 재계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일본 스팍스자산운용(주)의 한국 대표 타케시 스즈키 사장은 “반도체의 경우 예전에는 컴퓨터를 제조하는 데만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 스마트공장, 자동차 등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면서 “앞으로 반도체와 스마트폰 세계 시장이 꾸준히 설장할 것이라, 삼성전자의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현대차의 움직임은 재투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됐으며,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현재차 판매가 반토막이 났다”며 “현대차의 현지 판매가 다소 회복되고는 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전 판매량을 회복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그룹내 주요 사안은 여전히 정몽구 회장이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어정쩡한 위치의 정 부회장에게 힘을 실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현대차가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3세 경영 승계를 마친 삼성과 SK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베타뉴스 정수남 (pere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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