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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슈] 김필수 교수에게 듣는다


  • 정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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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7-28 04:02:40

    -차내 소화기 비치 의무·미성년 교통 사고 등…“패러다임 전환 요구되는 때”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BMW 차량에서 엔진 화재가 빈번했다. 당시 BMW그룹코리아(회장 김효준)에서는 차량 관리 미흡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은 차량 결함에 무게를 실었다.

    이로 인해 차량 내 소화기 비치에 대한 이슈 역시 불거졌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 학과)를 만나 차량 안전 운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BMW 사고 이후 정부가 5인승 이상 차량에 소화기 탑재 의무화를 추진했는데요.
    ▲2년 전 일이죠? 그러고 보니 BMW 사고와 맞물리네요. 다만, 정부는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하며, 기존대로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고객에서는 관심 없는 내용이 될 수 있으나, 차량용 소화기는 목숨과도 관계된 비상용 용품이라는 중요합니다.

    -비상 용품이 항상 사용하는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지난해 국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망자수는 4180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 국가 평균의 3배를 넘습니다.
    올초 정부가 2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공표했으나, 항상 그랬던 것이라 대(對) 국민 관심도가 떨어집니다. 현재 상태로는 사망자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비상용품이 제대로 갖춰져 있을 경우 다수가 생명을 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감안해 국민안전처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2016년 7인승 이상 차량에 소화기 의무 탑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죠. 당시 양측은 국토교통부 관련법에서 국민안전처 소방법으로 이관해 차량의 소방안전을 도모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양측은 자동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나, 유야무야 종전처럼 하겠다고 했습니다.

    -자동차는 잘못 사용했을 경우 흉기와 마찬가지라,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지나치진 않다는 생각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소화기를 적재할 공간이 없고 소화기 설치로 차량 중량이 올라가면 연비에도 떨어진다는 것이죠. 오히려 소화기가 흉기로 작용해 안전에도 위협을 준다는 의견도 이 같은 결정에 반영됐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협정 국가와 무역마찰도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이유죠?
    사람 목숨과 관련된 비상설비에 이유가 필요 없고, 최근 출시되는 소화기는 가볍고 크기도 작아 공간도 적게 차지합니다. 크기 대비 성능은 더욱 개선됐고, 디자인도 세련된 점을 고려하면 차량 장식용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소화기는 차량 화재 발샐시 초기 진화에 매우 효과적이고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연비 하락을 감안해 여분의 타이어도 놓고 다니는 운전자가 있기는 한데요.
    ▲무게가 늘어 연비가 하락한다는 발상은 기가 막힙니다.
    본인이 맡고 있는 에코드라이브 운동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운전자의 3급(급출발,급가속,급정거) 운전으로 30% 이상 연료가 낭비됩니다. 필요 없는 물건으로 꽉 찬 트렁크만 정리해도 소화기 10대 분량의 무게를 저감할 수 있습니다.
    소화기가 살상무기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자동차 전문가의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되려 살상무기는 대시보드 위에 얹어 놓은 물건입니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들입니다.
    자동차 관리법 항목을 국민안전처에 뺏기 것을 우려한 국토부의 밥그릇 지키기 때문인지, 생산 비용 증가를 우려한 완성차업체의 로비에 의한 결정인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선진국과는 상당히 다른데요.
    ▲소화기는 단순하지만 안전에 필수입니다. 아울러 차창을 깨는 비상망치도 의무화해야 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어릴 때부터 이들 비상 용품에 대해 익히고, 필요성을 느낍니다. 유사시 중요한 수단임을 알고 의무 장착이 아니어도 차량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선진국이 의무가 아니라 우리도 의무화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현지의 문화나 시스템을 모르고 단순 비교하는 무지에서 비롯됐습니다.
    도로를 달리다 주변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면 우리는 사진을 찍거나 구경하느라 교통체증이 발생합니다. 선진국은 너도나도 자신의 차에서 소화기를 꺼내 함께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연간 차량 화재는 5000건이 넘습니다. 하루 평균 13건 이상이 발생한다는 이야기인데, 특히 자동차 화재는 기름으로 인해 확산이 빠르고, 피행 역시 치명적입니다.
    소화기와 비상 망치가 트렁크가 아닌 운전석 주변 비치돼 있어야 합니다. 

    -안전 이야기가 나오니 생각나는데, 최근 국내 미성년자의 자동차 사고가 부쩍 늘었습니다.
    ▲최근 급증했다기 보다는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보는게 맞을 듯합니다.
    우연히 습득한 운전면허증으로 차량을 대여 받는 것은 물론, 초등학생이 부모 차량을 몰다 사고를 일으키거나,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이완돼 있기도 하고 사회시스템이 문제가 크다는 뜻입니다.

    -국내 교통사고 건수와 인명 피해 등이 좀체 줄지 않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입니다.
    민관이 최근 노력해도 줄지 않는 이유는 이면에 복합적인 문제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고속국도 2차 사망사고도 늘고 있고, 차량 화재, 고령 보행자와 고령 운전자 사고 등 각각의 원인과 대책이 필요하고 이를 전체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대책도 절실합니다.
    문제는 대통령 5년 단임제로 단기적으로 결과를 뽑아내려 하는 급한 심리가 실질적인 효과를 반감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자동차, 교통, 환경 등은 단기정책과 함께 중장기 정책이 병행돼야 효과가 큽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본 축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미성년자 자동차 사고 방지를 위한 뾰족한 수가 없을 까요.
    ▲우선 자동차 대여시 확실한 본인 확인 절차와 규정을 강화해야 합니다.
    나이와 경력, 운전면허 취득 기간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 임대 차종이나 배기량 등을 선진국처럼 제한해야 합니다.
    독일 등 선진국은 이 같은 규정이 잘 정비돼 있고, 이를 어길시 벌칙도 무겁습니다. 확실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거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카쉐어링 제도 역시 구멍입니다. 당연히 육성해야 하는 분야지만,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전략도 병행돼야 합니다. 현재 카쉐어링을 통한 차량 공유는 휴대폰과 신용카드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얼굴도 확인하지 않고 차량을 빌려주고 반납도 확인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다.
    확인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성장 가능성도 크지만, 사고의 가능성도 큰 분야입니다.

    -국내 운전면허증 취득 제도 강화도 필요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13시간이면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는 가장 수준이 낮은 국가입니다. 8년 전 대통령이 도입한 간소화 정책으로 시스템 자체가 무너졌습니다.
    중국, 일본도 취득까지는 50~70시간이 필요합니다. 운전면허 취득까지 호주는 4년, 프랑스는 3년, 독일은 2년이 각각 걸립니다. 예비면허, 준면허 등 다양한 중간 단계가 있습니다.
    자동차 운전은 공로에서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만큼 선진국처럼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자동차 운전면허제도는 규제 철폐 대상과는 거리가 분야임을 정부가 인지해야 합니다.
    최근 중국인들의 원정 운전면허 취득이 급증해 오죽하면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공문을 보냈겠습니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우수 없습니다.

    -방법이 있을 텐데요.
    ▲어릴 때부터의 집중 교육이 필요합니다. 유치원에서 교통안전 교육은 일부 진행하고 있으나 자동차에 대한 교육은 전혀 없습니다.
    자동차가 얼마나 위험하고 흉기가 될 수 있는 지도 가르쳐야 하고, 장난감차를 활용해 위험성과 책임에 대한 의무 등을 세뇌 수준까지 가르쳐야 합니다.
    성인이 돼 운전면허를 취득하면 자연스레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운전 습관이 몸에 베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신다면요.

    ▲우리는 자동차 안전에 대한 교육과 제도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진국과 달리 시스템이 없으니 있어야 할 필요성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제대로 해야 합니다. 선진국을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사례가 많은 만큼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전체를 보는 시각도 함께 갖춰야 합니다.
    생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민관 모두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았으면 합니다.
    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전이 필요하고, 차를 구하는 게 아니라 생명을 구한다는 생각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전체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베타뉴스 정수남 (pere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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