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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지마라, 기아차 사라...왜? 싸니까


  • 정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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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7-24 07:59:45

    -2003년 아반떼·쎄라토 이후, 광범위한 엔진공유
    -시너지보다 마이너스 요인…“각사 정체성 상실”
    -차급 넘나드는 공유 ‘눈총’…중형차에 소형 엔진
    -“엔진개발하면 30년이상 사용”…“고객수요 충족”

    현대기아차는 1998년부터 한집살림을 차렸다.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

     #. 2003년 11월 5일 서울 이태원 하이야트호텔.
    기아자동차의 소형 세단 쎄라토 출시 행사장이다. 기아차 스펙트라의 후속으로 선보인 쎄라토는 현대자동차 아반떼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플랫폼은 자동차의 기본이 되는 골격으로 차체 구조뿐만 아니라 각종 주행에 필요한 엔진과 장치(섀시)를 모두 포함한다. 플랫폼만으로도 차량은 굴러간다.
    1998년 현대자동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양사가 처음으로 엔진 등을 공유하면서 합병 시너지라는 인식이 당시 대세이었다.
    다만, 최근 들어 양사는 동급 모델을 비롯해 차급을 넘나드는 엔진 등을 공유하면서 각사 고유의 색깔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위부터)현대차 아반떼XD와 쎄라토. 이들 차량은 플랫폼이 같다.

    이로 인해 현대차보다는 기아차를 사야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사의 동급 차량들이 같은 엔진을 사용하고, 안전·편의 사양에서만 다소 차이가 있는데다, 차량 가격은 기아차 모델이 다소 저렴하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실제 올해 상반기 국산차 판매 상위 5위와 9위 각각 오른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기차아 K5 하이브리드의 경우 최고 8만원에서 최소 6만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이들 두 차량은 최고 출력 156마력과 최대 토크 19.3㎏·m의 누우 2.0GDi 엔진과 최고 출력 51마력, 최대토크 20.9㎏·m의 전기모터에 6단 자동변속기를 함께 사용한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쏘나타의 가격은 3039만원부터 3506만원(보조금 혜택 전), K5의 가격은 3033만원부터 3498만원이다.

    그러면서도 이들 차량의 기본 안전·편의사양은 7에어백시스템,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타이어공기압경보시스템, 급제동 경보장치, 크루즈 컨트롤, 스마트키, 컴팩트오디오, 6스피커 등 대동소이하다.

    공통선택품목인 파노라마 썬루프는 쏘나타가 105만원, K5가 115만원이다. 역시 선택사양인 쏘나타의 하위 트림인 스마트는 8인치 스마트네비게이션(후방카메라+하이패스+주행중 후방영상)이 100만원, K5의 프레스티지 7인치 스마트내비게이션이 85만원 등 사양별로 소폭 가격차가 발생한다.

    쏘나타 스마트에 선택 사양을 모두 적용하면 3342만원, K5 프레스티지가 3336만원이다.

    쏘나타와 K5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역시 같은 엔진과 모터, 변속기를 탑재했으며, 차량 가격은 4103만원으로 같다. 두 모델의 선택 사양 적용에 따라 가격차가 발생한다.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익스클루시브 트림을 운영한다. 차량 가격은 4429만원.

    이밖에 쏘나타 가솔린은 2260만원∼2810만원, K5 가솔린은 2270만원∼2985만원으로 기아차가 다소 비싸다. 종전 i40 디젤과 엔진을 함께 쓰는 쏘나타와 K5 1.7의 가격은 각각 2510만원∼3158만원, 2595만원∼3150만원으로 비슷하다. 현재 양산 중인 i40(2.0)은 2576만원부터 2806만원으로 쏘나타, K5 엔진과 같다.

    아반떼 엔진과 동일한 쏘나타와 K5 1.6터보는 각각 2404만원∼2772만원, 2535만원∼2695만원으로 역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K5 1.6터보는 노블레스 스페셜 트림(3085만원)을 운영하고 있다.

    아반떼의 1.6 가솔린과 디젤 엔진은 자사의 엑센트, 코나, 투싼을 비롯해 기아차 스토닉 등 차급을 넘나들며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이중 엔센트와 스토닉은 1.4가솔린 엔진을 함께 쓴다.

    이들 모델 역시 선택 사양에 따라 가격 차이가 다소 발생한다.

    이 같은 현대기아차의 엔진 등 공유는 소형 아반떼와 K3, 대형 그랜저와 K7, K9과 제네시스, 코나와 트로닉, 싼타페와 쏘렌토, 싼타페와 스포티지 등 양사의 동급 라인업에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현대기아차의 엔진 공유는 2014년 방점을 찍었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는 2.2 디젤 엔진을 새롭게 개발하고 같은 해 5월 올 뉴 카니발에, 익월 그랜저 2,2 디젤에 탑재해 신차로 출시했다. 8월에는 기아차 쏘렌토에 같은 엔진을 적용해 올 뉴 쏘렌토로 선보였다.

    당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는 수천억원을 들여 엔진을 개발한다. 이로 인해 엔진을 개발하면 최소 30년은 사용한다”며 엔진 공유를 설명했다.

    2014년 2.2디젤엔진을 개발한 현대기아차는 5월 신형 카니발에 6월 그랜저 디젤에, 8월 신형 쏘렌토에 탑재해 신차라고 선보였다.

    다만, 이 같은 엔진 공유는 차량 판매를 늘리기 위한 편법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2013년 국산차의 내수 판매는 전년보다 2.1%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4.3%, 5% 하락해 업계 평균보다 2배 이상 판매가 감소했다.

    반면, 이 같은 전략으로 2014년 현대차는 6.9%, 기아차는 1.6% 판매가 전년보다 늘었다. 같은 해 국산차 성장률은 5.8%.

    이같은 현대기아차의 엔진 공유는 국산차 보다는 수입차를 의식한 행보이다.

    2013년 국내 수입차 판매는 전년보다 19.6% 급증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12%로 올렸다. 전년보다 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2014년 상반기에 수입차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6.5% 초고속 성장하면서 시장점유율을 15%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수입차의 상승세는 현대기아차의 하락세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중형 SUV 현대차 투싼에 소형 아반떼 엔진을 얹은 투싼 1.6 터보. 투싼 라인업에는 i40의 1,7 디젤엔진을 장착한 1.7 트림도 있다.

    실제 2013년 현대차의 신차 판매점유율은 44.4%, 기아차는 31.9%를 각각 차지했다. 이듬해 상반기에는 각각 42.9%, 27.1%로 하락했다.

    이에 대해 김필수 교수는 “엔진 등 공유는 양사의 시너지로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고유의 색깔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합병 이전 현대차는 가성비가 탁월한 차량에서, 기아차는 레저(RV) 차량에서 독보적이었다”면서 “현재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큰 차이가 없고, 큰 매력도 없다”고 꼬집었다.

    남양연구소 다른 관계자는 “엔진 공유는 다양한 고객 수요를 충족한다”면서도 “연구개발인력이 모두 같아, 각각 브랜드에 맞는 차별적인 차량 개발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쌍용차는 2011년 한국형 2.0 디젤엔진을 개발하고, 같은 해 코란도C에, 이듬해 코란도스포츠에, 2013년 코란도투리스모에 각각 적용했다.

    지난해에는 2.2 디젤엔진을 내놓고 G4 렉스턴에 장착한데 이어 최근에는 렉스턴스포츠와 코란도투리스모 등에도 같은 엔진을 각각 적용했다.


    베타뉴스 정수남 (pere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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