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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과 흩어진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와 뭉쳤다


  • 김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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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2-17 01:59:59

    생사를 알 수 없는 전쟁 중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명언이 있다.


    최근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 다툼은 전략 디펜스 게임 장르를 떠오르게 한다. 경영권을 행사하려는 넥슨의 강한 의지가 공성이라면, 엔씨소프트는 독자노선을 강조한 수성이었다.


    2015년 1월부터 터진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지분 매입이 단순참여로 시작했던 넥슨의 입장이 경영 참여로 바뀌면서 시작됐다. 작년 10월 8일 넥슨 코리아가 엔씨소프트 지분 0.4%를 장내 취득해 15.08%를 보유하면서 부터이다.


    넥슨이 최대주주가 됐고,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9.98%, 자사주는 8.93%, 국민연금기금은 7.89%가 됐다. 이후 넥슨이 지속해서 엔씨소프트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경영권 참여가 불가피하자 문제는 곪아갔다.

     


    작년 11월 중순 지스타를 앞두고 열린 엔씨소프트의 공식 석상에서 김택진 대표는 "최근 넥슨하고 여러번 이야기가 있었는데 한 번도 추가 지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함께 가는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NXC 회장의 절친 관계는 이때부터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사에 대항하기 위해 뭉치자는 결의는 흩어지고, 양사는 최근까지 장군, 멍군하며,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넥슨은 EA 공동인수가 틀어진 후 글로벌 메이저 게임사의 인수도 계속 좌절되자,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선택했던 엔씨소프트의 지분 매입이 어께 위에 올려진 무거운 짐으로 돌변했다.

     

    넥슨은 글로벌 서비스에서 이익이 감소했고, 모바일 게임은 '영웅의 군단' 외에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인수합병으로 확보한 네오플의 '메이플스토리2', 넥슨지티가 개발 중인 '서든어택2'는 개발이 한창이라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다. 최근 10년동안 개발한 신작 게임마다 실패를 거듭했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 게임이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성적표에 넥슨 입장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엔씨소프트만큼 큰 이익을 가져다 줄 모멘텀도 없는 게 사실이다. 이미 2012년 엔씨소프트에 8,045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등극한 넥슨 입장에서 경영 참여는 예상된 절차였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개발환경이 틀린 넥슨의 내정간섭을 경계했다. "자체 게임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라며, 엔씨소프트 경영일선에 문제가 없다"고 넥슨의 경영 참여에 반대했다. 과거 '마비노기2' 개발 실패에서 보듯 서로 다른 개발DNA가 함께 할 수 없다는 선을 긋고, 넥슨의 경영권 참여에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전면전은 16일 일어났다. 엔씨소프트가 넷마블게임즈 지분 매입이 터지면서 또 다른 시점에 다다랐다. 

     


     

    넷마블게임즈 지분 매입 몰랐던 넥슨,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좌시하지 않겠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싸움은 촉과 오나라 싸움에 비교된다. 텐센트, 알리바바, EA, 소프트뱅크 등 북방에 조조가 호시탐탐 국내 시장의 때를 기다리는 판국에 서로 등을 기대던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틀어지자 양사의 가족경영까지 끄집어내며, 연일 시끄러웠다.


    이러한 시기에 수성만 하던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방향전환을 제시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투자를 공시했다. 16일,엔씨소프트는 9.8%에 해당하는 2만 9214주를 3,802억원에 인수했다. 방준혁 넷마블 고문, CJE&M, 텐센트에 이어 4대주주가 된 것.


    이번 인수로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결성한 엔씨소프트의 연합전선은 넥슨이 아닌 넷마블게임즈가 된 셈이다. 상황은 더 복잡해졌고, 결과에 대한 해답은 시간이 필요해졌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매입으로 중국 시장의 거대 공룡인 텐센트와도 동반자의 길을 더 견고하게 다지게 됐다.


    이에 넷마블게임즈 지분 매입을 몰랐던 넥슨은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4천억원에 가까운 투자로 10% 미만의 소액 지분을 확보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며 "넥슨은 최대주주로서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엔씨소프트가 넥슨의 주주제안서에 대한 답신을 넥슨에게 보낼 때도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매입은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양사의 경영권 분쟁에 둘러싼 업계의 시선은 17일, 오전 예정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의 공동 발표와 내달 27일 예정인 엔씨소프트 주주총회로 넘겨졌다.

     


    베타뉴스 김태만 (ktman21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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