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4-26 13:27:57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위헌 소송을 기각하고 합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원수”라고 발언한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헌재가 박 대통령이 지목한 바로 원수인 ‘발목 잡는 규제’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인터넷게임 자체는 유해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높은 인터넷게임 이용률 및 중독성 강한 인터넷게임의 특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문화연대 등 업계는 게임에 대한 중독성을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그 객관성에 의문을 드러냈다. 또 문화연대는 헌재가 명시한 “인터넷게임이 유해하지 않다”는 발언을 바탕으로, 게임이 청소년들에 유해하다고 보는 특정 의원을 비판했다.
강제적 게임셧다운제는 불필요하고, 이번 헌재의 결정이 공정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강제적 게임셧다운제가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을 위한 ‘백신’이 될 수 없는지 바로 보면 왜 이 법이 불필요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제적 게임셧다운제는 마치 두통에 시달리는 환자를 위해 머리에 주사를 놓는 것과 같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밖은 위험하니 외출하지 말라는 처방과도 같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일차원적인 조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헌재도 말했듯 게임 자체는 유해하지 않다. 사람에 따라 이를 어떻게, 또 얼마나 이용하느냐의 차이에서 놀이도구가 되고, 빠져 나오기 힘든 중독 물질이 결정될 뿐이다. 이는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과하면 독이 된다는 점에서 스포츠, 영화, 도서 모두에 해당한다.
특히 모두가 공감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실효성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법안을 발의하고 시행하게 만든 여성가족부마저 강제적 게임셧다운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법이 제 구실을 못한다는 뜻이다.
헌재는 인터넷게임의 높은 이용률과 강한 중독성 때문에 강제적 셧다운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이 논리가 성립되려면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애초부터 없었어야 한다. 강한 중독성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무용지물이라는데 존재의 이유가 뭔가.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4일 열린 제3차 문화융성위원회의에서 “콘텐츠는 창의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창의성을 저해하거나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원수라고 생각하고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판결을 보면 헌재와 박 대통령의 생각은 정 반대임이 분명해 보인다. 헌법 기관과 정부가 따로 노는, ‘엇박자 정부’라는 비판과 비난을 받기 좋은 단적인 사례 아닐까.
게임산업은 조폭들의 영역권 다툼을 하는 칼 전쟁이나 사회 깊숙이 파고드는 마약이 아니다. 국내 규제는 강화되고, 해외 게임사들은 연일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국내 게임 기업의 사업 공간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글로벌 산업 수출의 일등공신이자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넥슨,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CJ E&M 넷마블, 위메이드 등 기업들의 침묵도 아쉬운 대목이다.
베타뉴스 김태만 (ktman21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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