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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15년의 추억,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최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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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2-06 17:08:30

     

    올해로 15살이 된 엔씨소프트의 MMORPG ‘리니지’. 리니지는 그 오랜 세월만큼, 수많은 이용자의 추억이 쌓인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복을 입고 PC방에서 즐겼다면 이제 결혼을 앞두고 게임을 즐길 일.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채웠던 게임이 리니지일 수도 있다.


    즐거웠던 추억, 슬펐던 기억, 맺어가는 인연에 설렜던 시간까지. 리니지가 품은 시간을 다 꺼내보려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그래서 그중에서도 엔씨소프트까지 기억하는 몇몇 사연들을 꼽아봤다. 리니지를 즐겼다면 “아 이거 유명했지”하며 미소 지을만한 얘기들이다. 요즘 들어 추워지는 날씨, 마음이 따뜻해지는 다음 추억을 곱씹어보면 어떨까.

     

     

    1) 한 생명을 살렸던 이야기 ‘생명의 검’


    리니지의 역사 중 기억에 남는 ‘검’은 여럿이 있다. 일본도, 레이피어, 싸울아비 장검, 집행검… 등등. 각자 한 시대를 풍미하며 사랑받았던 검이다. 그런데 혹시 ‘생명의 검’이라는 무기를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모든 서버에 단 1자루만 존재한다는 희귀한 검이라는데… 이 검은 어떻게 등장한 것일까?


    때는 2011년 8월 3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리니지를 즐기는 한 이용자가 사고를 당해 인천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던 일이다. 문제는 그가 희귀 혈액형인 RH-O 형으로 수혈이 어려워 수술을 할 수 없었던 것.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연이 퍼지자, 리니지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RH-O형을 구한다는 문구를 퍼뜨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기적은 일어났다. 혈액형이 일치하는 ‘조우’ 서버의 한 이용자가 나서 귀중한 수혈로 그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수혈에 나선 이용자에게 1년 무료 이용권과 감사패, ‘생명의 검’을 선물하게 된다. 아직도 많은 이용자에게 종종 회자되는 아름다운 사연 중 하나다. 역시 착한 일을 하면 좋은 일이 따르나 보다.

     

    ▲ 오직 단 1자루 밖에 없는 생명의 검

     

     

    2) 아기를 위해 행동으로 나선 그들 ‘108분의 기적’


    가슴이 따뜻한 사연은 또 있다. 2012년 1월 31일 ‘크리스터’ 서버에는 ‘제 아이가 아픕니다! 좀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글에는 ‘구순구개열’로 태어난 아기가 힘겹게 누워있는 사진과 함께, 어려운 상황으로 수술비가 모자라 이용자의 도움을 청하는 사연이 적혀있었다. 참고로 그 아이는 구개구순열 외에도 뇌출혈 소견 등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단다.


    그저 같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중 한 명의 하소연일 뿐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평균 연령층이 높은 리니지 이용자로서는 아기를 보는 마음에 남달랐던 모양이다. 리니지 이용자가 주도한 아고라 모금 운동 서명은 며칠 만에 목표의 10배인 5,000명을 훌쩍 넘어 복지 단체 ‘한국 사회 복지관 협회’의 모금 적격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또 한 달 400만 원을 목표로 진행된 모금은 시작된 지 108분 만인 13시 52분에 5,928명이 참여하며 목표액을 달성하고 마감됐다. 아기 또한 무사히 수술 받을 수 있었다는 후일담.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 모금을 시작했을 당시 모습

     

     

    3) 손주와 즐기는 리니지? 최고령 이용자 ‘할매기사’


    위 두 가지 사연에 감성이 벌써 촉촉해졌다고? 이번에는 손자 미소가 지어지는 사연을 들여다보자. 리니지의 최고령 이용자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용자가 있다. 바로 2005년도 기준 최고령 이용자로 알려진 윈다우드 서버의 ‘할매기사’다. 아이디는 자신의 얼굴이라는 말이 있듯 정말 할머니다. 2005년 당시 65레벨이었다니 웬만한 고수 저리 가라 수준인데…


    그때 나온 인터뷰를 살펴보면 할매기사는 큰아들이 PC방 사업을 시작했을 때 소일거리를 도와주다 초등학생에게 리니지를 배워 시작하게 됐단다. 두 아들과 딸을 둔 3남매의 어머니가 리니지의 기사가 된 것. 기사 캐릭터가 가장 쉽고 플레이하기 좋았다는 설명이다. 손자 5명을 보며 게임을 즐겼다는데 아무쪼록 건강히 게임을 즐기길 바랄 뿐이다. 음, 그리고 왠지 아이디… 그 초딩이 지어준 것 아닌가 의심된다.

     

    ▲ 그 초등학생도 예상치 못했을 할매기사 이야기

     

     

    4) 리니지로 이룬 달달한 이야기 ‘최초의 결혼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리니지 이용자가 결혼까지 골인한 ‘리니지 최초의 결혼식’으로 마무리 져야 할 것 같다. 2002년 4월 6일 데포로쥬 서버 기란 콜로세움에서는 아덴 월드 최초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의 추억을 들어보면 신랑, 신부 입장과 주례사. 퇴장까지 약 30분 동안 실제 결혼식과 유사하게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GM을 비롯해 많은 이용자가 위 결혼식 이벤트를 멋지게 꾸미기 위해 기획하고, 따로 시간을 투자해 연습까지 했으며, 신랑신부는 2002년 4월 21일 대구에서 실제로 결혼식을 올렸다. 재밌는 점은 결혼식에 참석해 달라는 이용자의 요청에 리니지 GM이 직접 찾아가고 동료 GM이 사회와 축가도 담당했단다. 축의금도 아데나로 받았을지는 잘 모르겠다.

     

    ▲ 아직 여자 친구도 없다면 리니지로

     

     

    리니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 밖에도 리니지 이용자 사이에서 입에 오르내리는 사연은 끝이 없다. 전신마비 혈원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소통을 도왔던 혈맹의 끈끈한 이야기, 리니지 이용자들이 서울 성로원 아이들에게 사랑의 편지와 김장 재료, 김장 봉사 등을 나눴던 이야기, 리니지 이용자 152명이 다 함께 여행을 떠났던 이야기까지. 그 추억은 참 많고 또 따뜻하다.


    만약 당신이 리니지를 즐겼다면 어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돌이켰을 때 “재밌었지”하면서 웃을 이야기 말이다. 멧돼지가 접근해 집행검을 물고 튄 정도만 아니라면 아마 꽤 즐겁지 않을까.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연들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 해에는 리니지가 어떤 이야기를 써 내릴지 기대감이 든다.

     


    베타뉴스 최낙균 (nakkoon@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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