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5-21 21:46:37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한 거대한 생태계를 조성해 전세계를 호령해 왔다.
서피스 발표는 그 동안의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큰 전략적 변화의 단적인 예다. 소프트웨어만 공급하고 디바이스는 협력사들이 제조 유통하게 하는 전략에서 적극적으로 협력사들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형태로 바뀌게 되는 신호탄이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발표다.
이런 전략적 수정의 가장 큰 요인은 아마도 애플과 구글에 있는 것같다. 애플이 소프트웨어는 물론 직접 하드웨어까지 만들어 공급하는데도 비난을 당하지 않고, 생태계를 확고히 만들어 업계를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까지 생산하는 애플의 위세가 강해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도 적극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구글의 넥서스폰 출시는 마이크로소프트 전략 변화 요구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 보다 먼저 서피스를 내놨다면 많은 비난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구글이 먼저 '넥서스'라는 '선례'를 만들어주어서 MS도 당연히 디바이스를 제조해야한다는 여론을 조성해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발표는 큰 사건에 비해서는 논란은 별로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졌다.
그래도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21일 있은 서피스 발표 때 삼성전자 등 디바이스 제조사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아티브와 비교해서 서피스만의 장점을 이야기해 달라는 질문에도 조심스럽게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있어서 서피스는 조심스러운 제품이다. 너무 잘 팔려도 난처하고, 너무 안 팔려도 난처한 상황이다.
너무 잘 팔리면 디바이스 제조사들에게 눈치 보이고, 너무 안 팔리면 굴욕이 되는 애매한 상황이다. 그래서 적당한 수량이 팔리는게 좋다. 아마도 삼성 아티브 보다는 적게 팔리면서 그래도 나름 만족스러운 수량이 팔리는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애플과 구글의 급부상으로 위기에 몰린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있어서 서피스는 매우 중요한 제품이다. 특히 전용 콘텐츠의 부족까지 해결해야하는 상황이다.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비해 앱 수량면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콘텐츠 수급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도정한 이사는 "USB포트가 중요한 콘텐츠 수급 창구"라고 말했다.
그렇다. USB포트는 어느 태블릿들도 갖지 못한 윈도우 태블릿만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아이패드를 쓰면서 가장 큰 불편함 중 하나가 콘텐츠 저장과 이동 부분이었다. 카메라로 찍어 놓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아이패드로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카메라에 와이파이가 달리기 전까지는 바로 옮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윈도우 태블릿은 기존 PC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 다할 수 있어서 너무 편하다. 새로 배울 필요도 없다.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 USB 포트 하나가 윈도우 태블릿에 엄청난 힘을 제공해 준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를 발표하면서 일과 놀이를 함께할 수 있는 제품임을 강조했다. 놀이는 어느 태블릿이나 다 되지만 '일'에 있어서만큼은 윈도우를 따라올 수 있는 플랫폼이 없다. 기존 일들이 거의 다 윈도우 기반 PC환경에서 진행 되도록 설계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태블릿이 대중화 전 단계에 머물러 있어 다른 결과가 나왔으나 윈도우 태블릿 생태계가 어느 정도 조성되는 시점이 되고, 대중화의 캐즘을 돌파하면 시장은 달리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서피스 같은 윈도우 태블릿을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같은 제품과 바로 비교하는 것은 체급이 안 맞을 수 있다. PC인데 태블릿처럼 얇고 가벼우며 키보드도 떼 낼 수 있는 제품이라고 보면 편할 것같다.
아이패드로는 모든 업무를 못 하지만, 서피스는 모든 업무처리가 가능하면서 태블릿까지 되는 제품이다. PC나 노트북 없이 서피스 하나만 있으면 다 되는 그런 제품인 것이다.
베타뉴스 이직 기자 (leeji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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