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칼럼] 서피스를 통해 보는 MS의 변화 키워드 세 가지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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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8-06 09:24:18

    올림픽과 열대야로 잠못 드는 것은 결코 우리 국민만은 아닌 듯싶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세계적인 시장조사 업체 IDC의 보고서를 인용 보도한 기사로, 2분기 전 세계 태블릿PC판매량이 약 2,500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분기보다는 33.6%,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66.1% 늘어난 것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그 가운데 무려 2/3는 애플 아이패드 몫이다. 그 다음은 안드로이드를 대표하는 삼성의 갤럭시탭이 소송의 와중에도  약 240만 대를 판매했다. 우리나라에는 팔리고 있지 않지만, 아마존 E북 플랫폼인 킨들파이어도 무려 120만 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고, 최근 태블릿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는 에이수스가 약 85만 대를 팔아치웠다.

     

    이 기사에서 하반기에는 아마존과 애플의 신제품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무엇보다 MS의 윈도 기반 태블릿, 서피스를 주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MS 서피스는 태블릿 경쟁에서 한 발 뒤진 MS의 야심작이다. 10월 26일쯤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윈도우 8을 기반으로 한다던가, 크기와 무게, 그리고 제원과 사진은 이미 공개되었다.

     

    이런 서피스에서 주목할 점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MS가 전통적인 사업방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품을 직접 내놓았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OS와 S/W를 개발해서 PC제조사에 팔아온 MS가, 자신들의 이름을 달고 제조까지 책임지는 서피스를 내놓을 경우, 기존의 고객들과 경쟁하게 되는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물론 이 점은 상대적으로 가치에 비해 좀 더 비싸 보이는 서피스 가격을 보면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버전에 따라 다르지만 최고 1,0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오는 서피스의 값은, 경쟁 제품에 비해서는 상당히 비싼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결코 MS는 레퍼런스 모델로, 상징적인 의미로만 서피스를 위치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보통 MS는 윈도우와 오피스로 대표되는 S/W 개발 업체의 그림자가 워낙 커서 다른 분야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미 X박스를 통해 게임 플랫폼을 구축한 지 오래다. 이 분야 역시 분명 소니나 닌텐도 등 경쟁사에 비해 출발은 뒤졌지만, 동작인식을 하는 키넥트를 결합하면서 요즈음은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MS는 키보드, 마우스로 대표되는 하드웨어에서도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얼핏 살펴보면 태블릿에서는 큰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키보드 일체형 커버를 선보인 기술은 단지 아이디어가 아니라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면 선뜻 내놓기 어려운 것이다.

     

    두 번째는 클라우드다. 그동안 윈도우나 오피스는 주로 패키지 형태로 판매되었다. 이는 마치 한 권의 책처럼 판매되는 방식으로 패키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 운송, 보관, 진열, 배포 등의 비용과 노력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MS는 앞으로 선보이는 프로그램부터는 MS 오피스365 등과 같은 이름의 일정 기간 이용권을 판매하는 형태로 이를 바꾸려 한다. 이는 꾸준한 수입을 보장해 줌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하드웨어 사양이 PC에 비해 떨어지는 태블릿에 클라우드 개념의 S/W를 판매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즉 서피스는 MS의 가장 중요한 주력 사업인 윈도우와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키 디바이스(Key Device)라는 점이다. 그동안 MS가 놓치고 있거나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플랫폼에 요즈음 말로 돌직구를 던진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기업시장을 노린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아이패드나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을 가지고 경영자나 비즈니스맨이 할 수 있는 이른바 사무작업은 분명 한계가 있다. 이메일을 체크하고, 인터넷에 연결해 서핑하며, 각종 자료를 검토하는 정도다.

     

    물론 좀 더 많은 비용을 들인다면 ERP나 내부 전산망에 직접 연결할 수도 있겠지만, 비용과 노력을 생각하면 결코 현실적이지 않다. 오히려 일부 소규모 기업이나 신생기업 등은 아예 책상 위의 데스크톱을 치우고 맥북을 지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만약 기업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반드시 윈도우와 오피스가 없더라도 충분히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실제로 이를 구현하는 기업이 하나둘씩 늘어난다면 이는 MS입장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서피스를 이용하면 보다 편하고 쉽게 이미 구축된 기업망과 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 이는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가 결코 갖지 못하는 결정적인 장점이고, 이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작고 가볍기보다는 보다 강력한 하드웨어를 갖춘 서피스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MS는 주사위를 던졌다. 이제 남은 일은 정식으로 선보일 올 가을까지 플랫폼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 무대가 개인보다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것은 7연패를 달성한 여자양궁의 화살보다도 더욱 정확할 것이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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