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고발까지 간 웹하드 단속전쟁, 업체와 이용자는 당근이 필요하다


  • 최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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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7-16 16:30:08

     

    방송통신위원회와 영상물보호위원회가 ‘웹하드 등록제’를 시행한 지 두 달째로 접어든다. 웹하드 등록제란 ‘부가통신사업자’ 신분으로 방통위에 신고만 하면 웹하드 서비스를 할 수 있던 기존 방식에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자격을 등록하는 법으로, 방통위에 신고한 뒤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웹하드 사업자 자격을 얻는 제도다.


    등록제 시행과 함께 불법 웹하드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지난 7월 4일 웹하드 업체 ‘파일조’는 음란 동영상과 불법 드라마, 영화 등의 유포 혐의로 웹하드 운영자와 헤비 업로더 등 35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 밖에도 몇몇 웹하드가 비슷한 혐의로 벌금형 등에 처했다.


    하지만 불법 웹하드 근절은 갈 길이 먼 모양새다. 방통위가 6월 28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정식 웹하드 등록을 완료한 업체는 사업자 77개에 사이트 107개 정도다. 추정되는 웹하드 수만 500여 개에 달하는 것을 비춰봤을 때 아직 많은 업체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5,000만 원의 벌금’을 각오한 것과 다름없다.


    결국 7월 12일 한국저작권단체협회와 저작권보호센터가 직접적인 행동으로 나섰다. 불법 영업 중인 미등록 웹하드 업체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로 한 것. 불법 웹하드 77개 사이트에 대해 진행하는 이번 고발은 저작권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 고발 조치다.

     


    정식 등록된 합법 웹하드, 이용자는 구별하기 어려워


    음악·영상 등 장르별 회원단체·권리단체와 연계한 이번 고발에 대해 저작권보호센터는 ‘미등록 업체를 정식 업체로 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시정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고발 조치 안내 공문을 보내고 네티즌 피해 예방 홍보활동을 펼쳤지만 별다른 시정이 없어 최후의 수단을 썼다고 볼 수 있다.


    저작권보호센터는 고발에 증거로 쓰일 미등록 업체의 불법 영업 행위 자료도 수집했다. 그 증거는 웹하드·P2P 사업자임에도 전기통신사업법상 등록을 하지 않고 사업을 해왔다는 내용을 입증할 자료를 육하원칙에 따라 캡처한 이미지 등이다.


    불법 웹하드를 이용하는 이용자 또한 불법 웹하드 업체만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를테면 불법 콘텐츠를 전송하거나 전송받는 등 웹하드 안에서의 활동도 불법으로,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용자가 특정 사이트를 불법 웹하드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정식 웹하드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은 사이트 가장 아래쪽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등록정보뿐이다. 정식 업체는 ‘특수한 부가통신사업 등록 번호 제 XXX-XX-XXXX호’로 적혀있다. 일반 이용자로서는 이를 알지 않는 이상 정식 업체인지 알 길이 없다.

     

    ▲ 웹하드 홈페이지 가장 아래쪽 사이트 등록정보에서 합법 업체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몇몇 업체는 ‘GCM마크’ ‘오디오DNA 필터링 인증마크’ ‘Mureka CMC마크’ 등을 달고 저작권 보호 캠페인을 진행해 이용자가 불법 웹하드인지 모르고 안심할 수 있다. 이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저작권위원회의 성능 평가를 마친 필터링 기술을 적용했다는 뜻으로, 정식 웹하드 자격은 오로지 부가통신사업자 등록을 했을 때만 주어진다.


    특정 콘텐츠가 저작권에 어긋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웹하드 사이트의 공지사항 등을 보면 영화 배급사 등에서 들어온 ‘저작권 보호요청’ 영상물 목록이 있다. 이 요청이 들어오면 현행법상 해당 불법복제물 전송을 중단하고 기술조치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저작권보호요청이 미처 들어오지 못한 자료나 옛 자료 등은 저작권법을 어기지 않을까? 이 질문에 저작권보호센터는 “온라인상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은 배급사의 요청과 무관하게 합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곧 이용자가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 불법 자료 업·다운로더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저작권 보호요청이 들어오기 전에는 온갖 콘텐츠가 올라오는 웹하드에서 저작권법이 지켜지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불법 영상물이 웹하드에 뜬 뒤 보호요청이 들어와 봐도 이미 그 영상물은 여기저기 퍼진 상태다. 이는 또 ‘토렌트’ 등 현행법이 막기 어려운 P2P를 타고 퍼져나간다.

     


    규제만이 방법은 아니야… 사업자와 이용자 마음 돌릴 방법이 필요


    가장 큰 문제점은 지금 당장도 이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불법 웹하드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사이트들은 합법적인 웹하드에 비해 공짜나 다름없는 값, 최신 영상물이 널려있다. 일반 이용자에게 옛날 자료가 위주인 합법 웹하드만을 이용하라고 말하기에는 그 과실이 너무 달다.

     

     

    ▲ 아직도 수많은 불법 콘텐츠가 웹하드를 통해 오르내린다


    정의와 양심에 호소하는 것도 좋지만, 이용자가 합법 웹하드를 이용함으로써 얻는 이득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용자가 흥미를 느낄 최신 영상물에 대한 제휴나 정의감 외의 보상이 필요하다.


    웹하드 등록제를 실천한 업체 역시 비슷한 불만을 가진 눈치다. 기껏 등록을 완료했어도 규제만 늘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경고가 누적되어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도 일어난다. 분명 완비되지 않은 등록제와 저작권법을 교묘히 파고든 불법업체가 돈을 더 쉽게 버는데, 정작 정식 업체는 규제에 치일 수 있으니 볼멘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잘한 일에는 칭찬이 필요하다. 이용자 마음을 돌려야 정식 웹하드가 흥한다. 정식 웹하드가 좋아야 이용자가 이용한다. 웹하드 등록제, 강력한 규제도 좋지만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가 몸소 ‘합법’으로 돌아설 당근이 필요한 때다.

     


    베타뉴스 최낙균 (nakkoon@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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