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인터뷰

10년 동안 봐 온 안철수 “그는 신기했다”


  • 최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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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6-19 10:32:52


    책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려고, 정보를 정리하려고, 마음속에 담아 둔 것을 표출하려고… 그 중 자신이 바라봐 온 한 인물과 겪은 시간을 책에 담아내기는 어렵다. 그것도 그 인물이 실존하고,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더군다나 책을 쓴 이는 그의 옆에서 10년을 생활했다. 객관적인 입장으로 쓰면서 주관적인 시선을 녹여내려면? 더 어렵다.


    그럼에도 박근우커뮤니케이션의 박근우 대표는 그 인물을 책에 담아냈다. 주인공은 바로 안철수 원장.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인물이다. 올해 4월 총선 결과로 우리나라가 한창 떠들썩할 때 출간한 그의 책 ‘안철수 He, Story’는 바로 해당 분야 베스트셀러까지 올랐다. 그는 왜 안철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을까? 직접 만나서 묻자 박 대표는 ‘신기했기 때문’이라 답한다.

     

     

    ▲ 안철수 원장의 일화를 얘기 중인 박근우 대표


    “안철수 연구소에 처음 들어갔을 때, 그곳 직원들이 신기했습니다. 기업이란 곳은 원래 시간이 지날수록 나쁜 점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혹 앞에서는 웃어도 술자리 같은 곳에서는 뒷이야기 한두 개는 나오죠. 그런데 안철수 연구소 직원들은 그런 게 전혀 없더군요.”


    박 대표의 책 ‘안철수 He, Story’에도 위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안철수 연구소가, 연구소 직원들이, 안철수 원장 자체가 신기했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차이점 을 느낀 것일까. 박 대표는 2002년 1월, 대기업인 LG 전자에서 뛰쳐나와 안철수 연구소에 들어갔을 때 그동안 느꼈던 기업문화와 다른 문화, 다른 CEO를 만났다고 회상한다.


    “어느 날 업무를 보는데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걸었습니다. ‘이것 좀 부탁할 수 있을까요?’ 별생각 없이 그러겠다며 돌아보니 사장님이더군요. 그는 항상 그랬습니다. 부탁할 것이 있으면 직접 찾아왔죠. 최고경영자라면 가질법한 권위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박 대표가 말하는 안철수 원장은 2005년 3월 CEO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늘 같았다고 한다. 한 말은 지켰으며 진정성을 보여줬다. 그 덕에 직원들 존경을 받았다. 박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회사가 마치 ‘안철수 교’를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사실 직장에서 경영진과 직원 간 유대관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안철수 연구소는 CEO의 행동 하나로 한몸이 됐다는 느낌이다.


    “소위 대기업에서 벤처로 옮기며 많은 기회가 왔던 것 같습니다. 벤처라서 가꿔야 할 것도, 바꿔야 할 것도 많았습니다. 할 일이 많아져 좋더군요. 안철수 연구소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책은 오늘에서야 나왔지만, 사실 쓰겠다고 마음먹은 때는 안철수 원장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라 한다.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일로 봐도 가장 안철수 원장을 가까이해야 했던 그다. 그를 그려낼 수 있는 조건은 충분히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10년 동안 마음속에 담아뒀던 ‘그를 쓰고 싶다’는 욕심을 정들었던 회사를 나온 지금 꺼내게 됐다.


    “안철수 원장에 대해 쓴 이유를 말해달라고요? 그럼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그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 점이 좋았습니다.”

     

     

    “대선 출마, 여기에 대한 의견은 우리가 들이대는 잣대일 뿐”


    안철수 원장은 시선이 집중되는 만큼 루머도 많이 돈다. 단순한 사회활동이나 업무활동도 루머가 꼬리를 잇는 실정이다. 이 루머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선 출마와 관련한 루머가 많이 돕니다. ‘검증’이란 이름 뒤에 숨은 ‘네거티브’가 많죠. 뜬구름 잡는 루머가 인터넷에 퍼지고 이를 가지고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이 생깁니다. 재밌는 얘기죠. 검증할 게 없는데 검증을 한다니.”


    결국 꺼내지 않으려 했던 안철수 원장의 다음 행보를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가장 옆에 있었던 박근우 대표니 혹시나 ‘대선’에 관련한 조그만 실마리를 얻지 않을까 한 욕심이다. 하지만 이 물음에 박 대표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에 대한 의견은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각자 생각에 맞춰 다른 사람을 측정합니다. ‘대선에 출마할 것이다, 하지 않을 것이다’도 모두 우리 생각에서 나온 것이죠. 소용없는 일입니다. 그가 직접 말한 것만이 ‘팩트’입니다.”


    박 대표는 우리 잣대로 그를 측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원장은 자기 할 일만 충실히 하고 있을 뿐이란다. 그가 출마를 하던 하지 않던 주위에서 왈가왈부 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안철수 원장이 만약 대통령직에 대해 생각한다면 이렇게 고민할 것입니다. ‘내가 사회와 국가에 이득을 줄 정도로 잘할 수 있을까?’ 권력과 이득,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고민입니다.”


    박근우 대표가 설명하는 안철수 원장은 자신을 ‘갑’ 입장에 두지 않는다. 안철수 연구소를 차리게 된 계기를 듣자 더 그렇다.


    “안철수 연구소를 차린 이유도 돈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원래 의사였던 그는 공익을 생각하며 백신을 개발했으며 정부 등에서 공짜로 퍼뜨려주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아무도 해주지 않자 할 수 없이 사장이 된 것입니다.”


    재밌는 얘기다. 기업이란 원래 돈을 목표로 해야 한다. 1학년 경영수업만 들어도 기업의 최고 목표는 수익이란 것을 배웠다. 하지만 박 대표가 말하는 안철수의 경영철학은 ‘돈 벌려고 열심히 하자’가 아닌 ‘열심히 일하니 돈 벌었네’다. 말이 쉽지 직접 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10년씩, 20년을 일한 박근우 대표는 안철수 연구소를 어떻게 볼까? 그는 이렇게 답한다.


    “지금까지 기업의 성장이란 약육강식이라 말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 간 결탁, 인수합병을 통해 커졌죠. 이 세계에서 벤처란 불공정하다고 느낄 만큼 힘듭니다. 더군다나 ‘소프트웨어’ 산업이라는 ‘을’ 입장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지킬 것 다 지켜가며 성장한 안철수 연구소는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새 출발 하는 박근우 대표, 그 이유는.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 인터뷰를 마칠 때쯤 박근우 대표에게 책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는 “잠자는 시간이 줄었지만 10년 동안 운영한 블로그 때문에 항상 적게 자서 괜찮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파워블로거다. 운영해온 ‘탐진강의 함께 사는 세상 이야기’는 딱히 특정 분야는 정하지 않고 소위 ‘잡탕’처럼 모든 분야를 다룬다. 마음대로 글을 쓰는 블로그인데 왜 카테고리가 정해져야 하냐고 되묻는 그다. ‘나누기’를 싫어하는 점은 꼭 그가 말하는 안철수 원장과 닮았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블로그에 글을 쓰느라 하루에 네댓 시간 자고는 했습니다. 그 삶이 익숙해져 책 쓰는 것도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탈고까지는 3개월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현재 박 대표는 안철수 연구소를 나와 회사를 차린 상태다. 왜 나왔느냐 넌지시 묻자 재밌는 대답을 한다. 박근우 대표는 LG전자에서 10년, 안철수 연구소에서 10년을 보냈다. 그의 나이와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정년퇴직 때를 맞춰보면 앞으로 10년 정도 남았다. 이 시간 동안 ‘또 다른 삶’을 시작하겠다고 한다.


    “대기업과 벤처, 어떻게 보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번갈아 홍보 일을 맡아오며 커뮤니케이션 회사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기업의 70% 정도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홍보가 예전에는 ‘술’로 통했다지만 요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전문성이 필요하죠.”


    그는 90년대 초부터 홍보 활동을 시작한 ‘1세대’다. 당시에는 번듯한 홍보 부서를 갖춘 회사도 많지 않았고 ‘홍보는 술로 통한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지금은 다르다. 여러 가지 오프라인 활동은 물론 온라인 활동까지 겸비해야 한다. 박근우 대표는 2개 세대를 모두 겪어왔다. 이것이 그가 커뮤니케이션 전도사로 나설 수 있던 원동력이다.


    “안정된 삶은 싫습니다. 틀에 박힌 기업 문화도 싫고요. 새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회사를 시작하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러낸 박근우 대표의 포부다. 그는 대기업에서 지내다 벤처에 몸담았다. 그곳에서 안철수 원장을 알게 됐고 그를 글로 써내겠다고 마음먹었다. 또 그것을 실현했다.


    중요한 점은 그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쌓았던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일을 시작하려 한다. 그 일은 아마 그가 담아낸 안철수 원장과 닮았을 것이다. 어쩌면 박 대표가 ‘안철수 He, Stroy’를 쓴 이유는, 출발점에 선 자신에게 필요한 안철수 원장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베타뉴스 최낙균 (nakkoon@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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