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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성이 컴퓨텍스에 간 까닭은?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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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6-11 15:27:22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라져가는 것이 많지만, 그 가운데서 박람회나 전시회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IT 분야만 살펴보면 연초에 새로운 제품으로 한 해의 제품 동향을 알려주는 미국 CES, 4월에 열려 본격적으로 올 해 주로 판매될 제품을 설명하는 독일 세빗(CeBit), 그리고 이들 제품을 실제로 생산하는 전진기지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컴퓨텍스 등도 예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전에는 인텔과 AMD를 비롯해 수많은 회사들이 행사에 맞춰 신제품을 발표하는 등 굵직한 뉴스들이 있었지만, 요즈음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굳이 이런 전시회를 기다려 제품을 발표할 이유가 줄어든 까닭이다. 게다가 인텔, AMD, 애플, 삼성 등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들이, 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박람회보다는 자체적인 전시회에서 굵직한 정책과 제품을 발표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지난주에 대만 타이베이에서 있었던 컴퓨텍스 2012에 부스를 만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국제적인 규모의 행사에 부스를 만들어 나온 것이 뉴스가 된 까닭은, 이번에 삼성전자가 30년 컴퓨텍스 역사상 처음으로 부스를 만들어 나왔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삼성전자가 아예 전시회에 나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주로 인텔 부스 등에 노트북을 공개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 스마트폰을 전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만났다. 이와 함께 와이브로 같은 기술을 B2B부스에 전시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뭇 달랐다. 크게 두 개의 전시장으로 이뤄지는 컴퓨텍스에서 가장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 난강전시장의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방에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던 아수스에 전혀 뒤지지 않은 규모였다.

     

    주된 전시제품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그리고 태블릿이 주를 이뤘다. 행사 특성상 대형TV 등 가전보다는 컴퓨터 제품에 집중하는 모습. 여기에 부품도 빼놓지 않았다. 배터리는 물론 강점을 가지고 있는 패널과 같은 하드웨어 부품은 아예 코너를 따로 만들어 전시를 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단순한 하드웨어는 물론 시스템 레벨의 편의성을 추구하는 기술까지 선보였다는 점이다. 부팅 가속 기술이나 챗온과 같은 삼성만의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소개에 상당한 공을 들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수많은 전시회에서 만났던 삼성부스는 가장 큰 TV나 가장 얇은 TV 또는 가장 많이 팔린 휴대전화 등 주로 하드웨어에 비중을 두고 진행되었지만, 이번 컴퓨텍스에서는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솔루션, 서비스 등 하드웨어를 넘어서는 자신감이 돋보였다.

     

    각종 뉴스에서는 의례적으로 삼성이 중화권 공략을 위해 공을 들인다는 등, 이제 노트북을 본격적으로 생산기지인 중국, 대만에 판매하겠다는 시도의 신호로 보는 듯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본 느낌은 조금은 달랐다. 이미 삼성의 주력 노트북 생산기지는 국내가 아닌 중국 소주 등으로 옮긴지 오래다. 삼성은 세계적인 브랜드이고, 갤럭시 역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이기도 하다. HTC마저 시장 점유율에서는 안방인 대만에서도 삼성에 뒤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삼성을 주로 소비자 가전과 휴대폰 전문 업체로만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프린터, 디지털카메라, 모니터, 심지어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을 만드는 줄은 잘 모르는 이들이 적잖다.

     

    특히 이런 첨단 IT기기의 부품, 예를 들어 LCD패널이나 배터리 등을 직접 만든다는 점을, 가장 전통적인 IT 생산기지인 타이베이의 심장부에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굳이 그동안 참여하지 않았던 컴퓨텍스에 삼성이 새롭게 선을 보인 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은 아니었을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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