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기자수첩] 대중화 노리는 USB 3.0 외장하드, 호환성 해결은 언제?


  • 최용석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2-02-17 15:33:13

    주변기기를 위한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USB 3.0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를 가장 반긴 것은 USB방식의 저장장치였다. 최대 10배 빠른 속도로 대용량의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PC에서 저장장치로 이동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외장하드는 USB 2.0의 느린 속도를 벗어나 내장형 하드디스크에 버금가는 성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됨으로써 USB 3.0의 가장 큰 수혜자로 떠올랐다.

     

    PC용 메인보드에 USB 3.0이 본격적으로 탑재되고, 또 이를 지원하는 외장하드 제품들이 대거 등장한지도 벌써 1년하고도 반이 더 지났다. 특히 신제품 외장하드를 보면 USB 3.0이 아닌 제품을 보기 힘들 정도다. 과연 USB 3.0은 외장형 저장장치 시장에 희망찬 새 시대를 열어주는데 성공했을까.

     

    ▲ 최근들어 USB 3.0 장치들의 호환성 문제가 서서히 불거지고 있다

     

    ◇ ‘우수한 성능’ 훼방놓는 호환성의 벽 = 최근 기자는 USB 3.0 외장하드 및 관련제품을 취급하는 한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하소연’을 들었다.

     

    “USB 3.0 외장하드 및 관련 제품을 내놓은 이후 가장 많은 AS문의가 들어오는 것이 바로 호환성 문제였습니다. 내 PC에서 잘 인식되던 USB 3.0 외장하드가 다른 PC의 3.0 포트에 꽂으면 인식이 안된다거나, USB 3.0카드를 사서 달고 외장하드도 새로 샀는데 연결이 종종 끊어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USB 3.0 관련 제품의 소비자 게시판 또는 AS문의 게시판을 둘러보면 실제로 호환성으로 인한 문제를 제기하거나, 호환 여부에 대해 제조사에 물어보는 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문의글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분명 표준화된 기술에 따라 만들어졌을 것이 분명한 USB 3.0 제품들에서 왜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USB 3.0 신호를 주고받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 칩셋을 서로 다른 다수의 업체가 만든다는 점과, 서로 다른 제조사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 ‘기준점’이 없는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USB 3.0용 컨트롤러 칩셋은 가장 먼저 상용화를 시작한 NEC를 시작으로 VIA, Asmedia, Etron, Renesas, 프레스코 로직 등 다양한 제조사들이 선보이고 있다.

     

    이들 모두 USB 관련 표준을 다루는 USB-IF(USB Implementers Forum)의 표준화된 규격을 따라 만들어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회사가 만드면서 타사 제품간 호환성이 100%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즉 외장하드를 포함해 USB 3.0 관련 제품 제조사들이 서로 다른 칩셋을 사용하고, USB 3.0 채택 장치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호환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 USB 2.0보다 최대 10배 빠른 USB 3.0의 호환성 문제는 당장 해결되기 힘들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호환성 해결을 위한 ‘기준점’이 현재 딱히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인터페이스 표준이 등장하면 업계의 주도권을 가진 대형 제조사가 이를 우선 도입하고, 관련 업체들이 그 대형 제조사 제품을 기준삼아 이에 맞게 조절함으로써 호환성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보통인데, USB 3.0은 그 기준이 될 ‘대형 제조사’가 현재 없다.

     

    PC업계에선 그 역할을 주로 인텔이 담당해왔으며, SATA나 USB 1.0/2.0 등의 인터페이스가 빠르게 시장에 자리잡게 하는데 한 몫을 했다. 하지만 USB 3.0은 인텔이 자사 칩셋에 표준 기술로의 도입을 차일피일 계속 미루면서 ‘기준’이 되지 못했고, 결국 기본 표준에만 의존한 여러 업체의 제품들이 난립하면서 호환성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PC업계에서 인텔의 유일한 맞수라 할 수 있는 AMD는 일찌감치 자사 칩셋에 USB 3.0을 도입했지만, 시장 지배력이 인텔에 미치지 못해 기준이 되는데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현재 USB 3.0이 갖는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텔과 같이 ‘힘’있는 업체가 하루 빨리 표준 기술로 도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단순히 USB 표준 기술을 관장하는 USB-IF의 힘이나 기존 칩셋 제조사 및 간의 협력만으로 해결되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 때 까지는 외장하드를 포함해 USB 3.0 관련 제품 구매 시 최대한 호환성이 확보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것이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http://m.betanews.net/557599?rebui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