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칼럼

[칼럼]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한 한국 게임규제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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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2-07 16:08:51

    요즘 한국에선 참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비정상적인 일들이 당연하다는 듯 이곳저곳 벌어지고 있다. 원칙과 논리를 내세우기 보다 우기고 덮어 씌우면 그만이다. 최근 정부의 게임에 대한 시각이 그렇다. 게임중독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게임에 대한 규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온라인게임 셧다운제’를 실시한 이후, 이번엔 교육부가 나서 아예 게임시간을 2시간으로 단축시켰다. 청화대마저 가세하고 있다.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이라는 본질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냉소마저도 이들에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미 외국에서도 게임중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나라별로 게임을 규제하는 방법은 다르다. 중국은 청소년 게임중독 문제가 한국만큼 심각하다. 청소년 인터넷 중독자가 2천4백만 명에 육박하며, 청소년 범죄 원인 중 게임 관련된 사건이 가장 많다. 중국정부도 처음엔 셧다운제 같은 강제적 규제가 나왔다. 그러나 검토 단계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이런 규제는 아닌 모양이다.

     

    정부주도의 강제적 규제 대신,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게임을 규제하도록 방향을 바꿨다. 중국은 작년부터 ‘미성년자 부모감독프로젝트’를 실시하고 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을 직접 관리하도록 맡겼다. 중국부모는 자녀의 게임이용 시간을 쉽게 통제할 수 있다. 게임사 홈페이지에 자녀의 온라인게임 계정을 등록하면 해당 게임사는 자녀의 게임 이용현황을 부모에게 알려준다. 자녀가 일정 시간에만 게임을 할 수 있게 정할 수 있으며, 원할 경우 아예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가정과 기업, 사회의 네트워킹을 강화했다. 게임 실명제를 강화하고 게임사로 부터 정보를 받아 게임중독자로 등록된 아이가 있으면 특별 관리한다. 게임중독으로 등록된 아이들은 하루에 일정시간 게임을 하면 레벨이 깎이는 방식으로 게임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킨다. 자녀의 게임중독 여부는 부모들이 판단해 정부에 요청을 한다. 중국 게임사들도 부모감독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총기난사 사건 등 범죄원인으로 폭력게임이 거론되고 있다. 한때 미국에선 미성년자에게 폭력게임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제정됐지만, 법원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 한다는 판결을 받고 폐지됐다. 대신 민간단체가 주도한 자율심의제로 엄격히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 발매 되는 게임은 북미 게임등급위원회(ESRB)의 심사를 거쳐 등급이 매겨진다. 규제보다는 자녀가 연령대에 맞는 게임을 즐기도록 지도하는 부분에 초점을 둔다. 미국 전역의 방송 미디어를 통해 등급분류 내용을 홍보하고 유명인들을 통한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때문에 미국 부모의 85%가 자녀가 하는 게임의 연령등급을 알고 그에 따른 관리를 하고 있다. 규제의 범위를 세분화해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 광고까지 심의한다.

     

    게임사가 등급심의를 받는 것은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지만 대부분 게임사들이 심의를 자청해 받고 있다. 정부의 관여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게임규제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게임에 대해선 단호하게 규제한다. 심의 기준을 어기면 해당 게임사에 벌금, 등급취소, 판매중지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용자와 게임사 스스로 규제를 엄격히 따르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공감하고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약발’이 통한다. 가정, 업계, 사회가 긴밀하게 연계해 청소년 문제에 대해 꼼꼼히 살펴야 한다. 만약 게임에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게임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치료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우리 보다 게임 산업이 뒤쳐진 중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아니 한참 낙후된 태국도 셧다운제를 하다가 다시 폐지했다.  외국 네티즌들에게 한국 정부의 셧다운제는 그저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만 밖을 봐도 충분히 아는 사실이다. 왜 눈을 감고 귀를 틀어 막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는 걸 정부만 모르고 있으니 답답할 지경이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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