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19 23:25:58
직장생활 7년차, 이쯤되면 반 부처~
못생긴 자가 갖춰야 할 직장인 생존법칙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세상은 요지경 가사 일부다. 과연 노랫말처럼 그럴 수 있을까? 현실은 정 반대라는 것. 그것을 인정하기 까지 꽤 많은 학습과정이 필요하다. 막돼먹은 영애씨도 그렇게 많은 상처를 받았고 회복하면서 더 강해졌다. 문제는 외모까지 강해진 부작용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외모도 경쟁력이다. 이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그건 그대가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가 아닐까? 내세울 것이라곤 부지런하다는 것 한 가지에 불과하다면 사실상 경쟁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능력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비주얼이 우선시 되는 현 시국에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이렇게 지적한다. “못생긴 그대여, 실력보다 우선하는 것이 외모니라.”
부성에를 자극하는 가녀린 체형에 내뱉는 말 한 마디도 어쩜 애교가 철철 넘치는지 김태희씨는 이름만큼이나 외모도 예뻐! 그렇다 보니 광고회사 ‘아름다운 사람들’의 마스코트 아닌 얼굴마담이다.
모든 PPT는 물론 회사가 펼치는 대외적인 활동에 나서는 그녀의 외모는 상징이자 하나의 통념으로 통한다. 하지만 김태희씨의 활약 뒤에는 눈에 띄지 않는 영애씨의 공이 담겨있다. 불철주야 혼신의 힘을 다해 대들보 역할을 해내지만 그녀의 존재는 내세울 수 없는 계륵이다.
작은 사무실에서 장밋빛 미래를 내다보며 달려가는 직장인에게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을 지적하고 있는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을 논하고 있지만 볼수록 그 사실이 서글픈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작장생활 5년차의 영애씨가 지닌 애환은 같은 직장인에게 왠지 모를 짠한 감정을 솟구치게 한다. 한 번쯤 당해봤음직한 억울함. 그것이 실력이나 능력이 아닌 외모라니 어디에 하소연할 길도 없다. 그렇게 억울한 뮤지컬의 공감대는 다름 아닌 못생긴 직장인에게 통했다.
| 같은 여성~ no. 외모가 다르면 가치도 달라!
아침에 출근해 양손에 대걸레를 들고 사무실 먼지를 쓸어내리고 정수기에 물이 바닥나면 20리터 생수통도 거뜬히 갈아 해치운다. 그녀의 별명은 ‘덩어리’ 그렇다보니 애초에 약한 척 이라는 ‘척’이 통하지 않는다.
한 사무실에 있는 총 세 명의 여직원 중에 영애씨는 구박을 달고 다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초월해버린 그녀가 내세울 것은 체력. 혼자서 고기 3인분은 거뜬히 해치우는 식성까지 살이 안찔래야 안찔 수가 없다. 따지고 보면 다 자업자득이다.
같은 사무실의 김태희씨에게는 영애씨에게 없는 무언가 있다. 그 무언가를 눈치 없는 영애씨는 좀처럼 발견하지 못한다. 영애씨에게 키스 세례를 퍼붓는 신입 사원 최원준씨가 입사하기 전까지다. 영애씨의 풍만한 등판이 좋다는 최원준씨의 진심은 술김에 지워진지 오래.
살랑이며 부는 바람에도 설레는 노처녀 영애씨에게 이 말은 고백임이 분명하다. 몇 번 캐묻고 다짐하는 영애씨의 독백. “그래……. 내게도 사랑이 오는 구나” 오해에서 시작된 최원준씨와 영애씨와의 다정한 밀애. 진실은 오래 가지 않았지만 영애씨에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됐음이 분명하다.
총 5명의 직장인이 등장하지만 이 중 영애씨를 중심으로 한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현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직장인이 갖춰야 하는 필수조건으로 외모를 지적한다. 실력 하나만은 남부럽지 않는 영애씨 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상사의 성에 차지 않는 무언가 결정적인 한 가지 흠.
적어도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외모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면 김태희씨는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알아서 움직이는 남성의 환심 덕분에 사회생활에 하등의 불편이 따르지 않는다. 차이라면 이런 거 아닐까! 그래서 더 서글픈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참 웃기지만 슬픈 작품 속 슬픈 캐릭터다.
| 영애씨의 시선에서 본 세상은 ‘참 춥다.’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낯익은 제목만큼이나 4년 넘게 케이블TV에서 방영됐던 동명 드라마를 토대로 뮤지컬로 각색했다. 같지만 다른 내용이 바로 막돼먹은 영애씨의 관전 포인트다.
드라마의 배경을 따온 뮤지컬. 즉 드라마컬에 시선이 주인공 영애씨에 집중된 이유로 원작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작에서는 영애씨를 포함한 주변의 모든 변화가 다뤄졌다면 뮤지컬에서는 모든 시선이 주인공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주인공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게 하는 모습이랄까.
그렇다보니 원작에는 없는 가상의 캐릭터가 추가됐다. 주인공 이영애(김현숙, 박지아)와 그의 로맨스 상대인 최원준(최원준), 영애의 단짝이자 이혼녀에 지랄 돌싱 변지원(백주희), 얄미운 박과장(임기홍, 박성광)과 사장(서성종) 등 주요 캐릭터에 인기 마스코트 김태희(김유영)가 추가됐다. 직장에서 역차별 당하며 혼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극적 요소를 더하기 위한 감초 역할이다.
관객들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직장생활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객석에서 지켜본다. 이 와중에 뜻하지 않게 지각하면 벌금을 물려 그 돈을 모아 회식하는 짠돌이 사장의 모습을 보며 분노를 삭인다.
여기에 영애씨와 신입사원이자 훈남 원준씨의 아슬아슬한 사내연애를 지켜보며 숨을 죽인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발생하는 뜻하지 않는 오해는 스파이라는 설정을 통해 극적으로 설정했다. 모든 것이 설정이지만 이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지며 진행되는 빠른 전개가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뚱뚱한 몸에 예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해 온 영애씨. 반면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가며 “야근 정말 하기 싫어요”라고 거리낌없이 외치며 뛰쳐나가는 변지원의 외침은 상반된 모습 그것이다. 생각만 했던 직장인과 행동으로 옮긴 직장인의 두 얼굴. 어째 직장인에게 통쾌한 환호를 느끼게 하기에는 2% 부족하다.
벌써 직장 생활 7년차에 접하는 영애씨에게 일상은 그저 반복되는 나날. 그렇다 보니 막돼먹은 영애씨를 보고 있으며 강한자의 공식이 새롭게 정립된다. 강한 자는 이긴 자가 아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라는 것. 모두에게 등을 지고 버림받았지만 뒤 늦게 인정받은 영애씨는 진정으로 강했다. 탈출구 없는 직장생활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영애씨에게 박수를 보낸다. / cinetique@naver.com
베타뉴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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