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21 14:42:43
국내 PC 시장이 일찌감치 꽁꽁 얼어붙었다. 실제 날씨는 11월 말로 접어들면서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PC시장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더욱 낮다. 이는 태국 홍수로 인한 이른바 ‘하드디스크 공급대란’이 원인이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성수기·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늘 꾸준한 수요가 유지되는 PC의 핵심 부품 중 하나지만, 공급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HDD의 가격은 불과 한 달 새에 최대 3배까지 뛰어 올랐다.
더군다나 하드디스크 공급이 정상화되기 까지는 최소한 반 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여기저기서 제시되면서 ‘행여나’하는 생각으로 기다리던 소비자들마저 아예 지갑을 닫고 돌아섰다. 하드디스크 가격이 떨어질 기미가 안보이니 아예 구매를 포기하면서 거래량 자체가 뚝 떨어진 것.
이러한 거래량 급감의 여파는 그대로 조립PC 시장에 미치고 있다.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동일한 성능의 PC를 꾸밀 수 있던 점이 장점이던 조립PC 시장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 층이 주 고객이었으나, HDD 가격 인상이 전체적인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수요가 많으면서 고사양이 요구되지 않는 인터넷 검색용도나 사무업무용 PC가 직격탄을 맞았다. 고사양 고급형 PC의 경우 그래픽카드나 CPU 등의 가격 비중이 높아 전체 금액에서 HDD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제원이 훨씬 낮은 인터넷, 사무용 보급형 PC에서는 그만큼 하드디스크의 가격 비중이 커진다.
▲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로 붐비던 용산 전자상가의 모습은 당분간 보기 힘들 전망이다
HDD 대란이 일어나기 전 인터넷용, 사무용 보급형 조립 PC의 가격은 구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50만 원 내외였다. 그러나 보급형 PC에 가장 많이 쓰이는 500GB(기가바이트) 용량 제품들의 가격이 거의 10만 원 가까이 뛰면서 조립 PC의 가격에 그대로 반영됐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20%정도의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반면, 완제품 브랜드 PC의 경우 가격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브랜드 제조사 역시 하드디스크 가격 인상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지만, 중소규모 업체가 대부분인 조립PC 시장과는 달리 훨씬 많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대량 구매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과 LG 등 대기업 브랜드 PC의 경우, 가격 인상률이 3~4% 수준에 그쳐 조립 PC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인상률을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 역시 밝지 못하다.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태국 홍수 여파로 전 세계 PC 출하량이 줄어들 것이라 전망한 시장조사기관 IDC의 로렌 로베르데(Loren Loverde) 이사는 “HDD 부족은 소형 PC 벤더들을 비롯, 미니노트북(일명 넷북)과 같은 저가 제품, 이머징 마켓 그리고 초보자용 컨수머 PC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서늘한 가을 날씨가 슬슬 물러나고 영하의 찬 바람이 부는 겨울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용산을 중심으로 하는 조립PC 시장의 올 겨울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춥고 매서울 것으로 보인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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