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공연/리뷰] 연극 옥탑방 고양이, 동거와 연애의 기준을 제시했다.


  • 김현동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1-11-16 01:12:03

    옥탑방에서 펼쳐지는 두 청춘남녀의 리얼 동거 스토리
    경민이와 정은이를 바라보는 두 고양이의 시선은 ~ 이뻐!

     

    옥탑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발생되는 두 남녀의 에피소드라는 말에 괜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생각만 해도 좁고, 낡고, 허름한 이 장소에서 두 남녀가 살 부대끼며 생활을 한다니, 손 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면 이 둘은 무슨 연으로 동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

     

    게다가 생판 모르는데 동성도 아닌 이성이 좁은 방안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모습이 예삿일은 아니다. 자칫 남이 알게 되면 혼삿길 막기에 딱 적당한 핑계거리니 상식에도 벗어나는 묘한 광경이 연상된다.

     

    결혼도 하기 전에 두 청춘남녀가 웃지 못 할 사연에 얽혀 동거를 하게 되는 웃기지도 않는 작품 옥탑방고양이는 그렇게 시작부터 강인한 인상을 남긴다. 초반에는 서로에 대해 견제하는 모습이 그저 폭소를 자아내게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로에게 싹트는 묘한 감정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연인의 형상이다.

     

    그래도 그렇지 동거를 한다니 남의 이목도 피해야 할 테고 용케 잘 생활하는 두 주인공 경민과 정은이 내심 부럽기만 하다. 야릇한 분위기와 달리 사실 시작은 결코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모든 것 다 가진 황태자 경민은 부모 등살을 피해 도피한 곳이 옥탑방이다. 20대의 마지막 시절 작가를 꿈꾸던 정은은 큰 꿈을 품고 서울에 상경하면서 첫 터전을 구한 곳이 마찬가지로 이곳 옥탑방이다. 두 사람이 처한 환경은 다르지만 생각은 같다. ‘나만의 공간’ 사수전.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높고 좁은 옥탑에서의 두 사람은 마주하게 되며 돌연 자신들이 같은 집을 비슷한 시기에 계약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뺏고 빼앗는 치열한 싸움이 계속된다. 좀 더 가진 자가 양보할 것이 둘 은 그럴 여유가 없다.

     

    누구 한 명이 외출하면 열쇠 수리공을 불러 열쇠를 교체하기를 서너 번. 이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서로의 짐을 내팽개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극적인 타협은 서로의 몸에 결코 터치하지 않기, 금 넘어오지 않기 등의 초등학생이나 할 유치한 규칙을 정하고 첨예한 대립에서 동거라는 극적인 타협점을 찾는다.

     

    뭐 이런 어처구니없는 타협이 다 있어 생각되지만 이 둘은 나름대로 진지하다고 하니 보는 관객은 그저 ‘허허’ 하며 실소만 뱉는다.

     

    내용만 보면 상투적인 작품. 게다가 관객의 시선이 아닌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두 마리의 고양이(뚱뚱한 뭉치, 날씬한 겨양이)의 시선을 통해 관객은 두 주인공을 다각 면에서 접하게 된다. 동시에 너무도 사람 같은 두 고양이의 표현과 짓궂은 장난 때론 농도 짙은 대사에 수치심까지 유발한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한다면 연극 옥탑방고양이에서는 고양이 두 마리가 상팔자가 임이 확실하다.

     

     

    | 볼수록 화끈한 리얼 연애지침서

     

    연극 옥탑방고양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이다. 오래 전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 연제 소설 김유리 작가의 옥탑방 고양이를 원작으로 박은혜 작가와 이지영 연출의 의중이 십분 반영돼 연극으로 탄생됐다. 초연은 2010년 4월 선보였으며 2011년에는 오픈런으로 무대에 올랐다.

     

    방송작가 지망생인 정은이가 겪은 사연에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난 부잣집 도련님 경민 사이에서 발생하는 못 말리는 에피소드가 주요 내용이다. 

     

    소울 메이트를 외치는 정은과 달리 하우스 메이트를 외치는 경민의 생각만큼이나 많은 부분이 다른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알지만 동시에 다른 점을 발견하면서 실망하게 된다는 이야기 전개 공식.


    이 과정이 연예를 막 시작한 연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니 보는 관객 또한 과거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티격태격 마찰을 할 때면 ‘과거 저런 적이 있었지’라며 공감대를 사며, 영원히 안 볼 것처럼 싸울 때면 이렇게 대처하면 싸우지 않아도 되는데 라는 식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시작부터 다 자란 성인남녀가 이중계약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통해 맺어진다는 설정이나 갈 곳이 없다는 이유로 동거를 제안하는 모습은 억지 설정에 가깝다. 어찌되었건 말도 안 되는 설정의 등장으로 옥탑방고양이는 꽤 많은 인기를 끌며 흥행에 성공했다.  

     

    동시에 감초 조연인 두 마리 고양이 뚱뚱한 뭉치와 날씬한 겨양이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연기를 하며 인기를 독차지한다. 뚱뚱한 고양이의 파트너인 날씬한 고양이는 연극 옥탑방 고양이의 해설자 역할부터 이중 계약의 원성을 사게 한 문제의 집주인 게다가 때로는 극의 진행을 돕는 보조 조연까지 멀티맨으로써의 역할로 무대를 종횡무진 한다.

     

    작은 공간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옥탑방고양이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문 하나를 두고 티격태격 이는 초반의 모습과 달리 중반에 접어들면서 무대 세트장이 열리며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순간 당황스럽지만 좁은 공간을 더 이상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대센스가 돋보인다.

     

    게다가 극 마지막 두 주인공 사이의 진한 키스신이 가려진 무대를 두고 펼쳐지니 좁은 옥탑방이라고 결코 무시할 공간은 아니다. 키스도 하는데 뭘 못하겠는가! 그렇게 두 주인공 경민과 정은은 좁은 옥탑방에서 서울 메이트로 소울 메이트 생활을 자초한다.

     

    시작은 초라했으나 끝은 마냥 남부럽게 하는 모습에 관객의 심기가 내심 불편하다. 발랄한 두 주인공에 두 마리 고양이가 펼치는 재치에 관객은 100분간 행복을 경험한다. 그렇게 혼자 보기에는 불편한 작품. 연극 옥탑방고양이는 대학로 SM틴틴홀과 신도림 프라임아트홀에 올랐다.

     

    여자 주인공인 남정은 역에는 변희경, 황보라, 김두희, 홍광선, 김지현이 나섰다. 남자 주인공인 이경민 역에는 이선호, 이동하, 임천석, 이은형, 강동호, 오희중, 조민욱이 함께했다. 멀티남과 멀티녀인 뭉치과 겨양이 역에는 이이림, 김강석, 박주용, 유일한, 박보경, 김호산, 유지혜, 이상민이 감초 역을 감칠맛 나게 펼친다.

     

    한편, 옥탑방고양이는 10일부터 12월9일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과 동반 1인에게 66% 할인을 적용, 1인당 1만원에 관람할 수 있는 할인 프로모션을 펼친다. (02)764-8760

     

    김현동 cinetique@naver.com


    베타뉴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Copyrights ⓒ Bet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