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큐레이션, 과연 다음 시대의 메가 트렌드가 될까?


  • 윤상진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1-11-11 11:40:28

    지금은 '스마트 소셜 시대'라고 한다. 한마디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소셜'과 '스마트'라 할 수 있다. 물론 지금 이 시대의 키워드를 알아내기는 쉽다. 이미 이슈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시대에는 어떤 키워드가 뜰까? 어떤 키워드가 메가 트렌드가 될까?
     
    역사는 반복되면서 발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물론 미래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역사의 발전흐름을 이해하게 되면 미래를 예측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다음 시대의 키워드를 알아보기 위해 웹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봐야 하고 사용자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3~4년 전에 웹 2.0을 경험했다.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웹 2.0의 기본 철학이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웹 2.0 시대를 거치면서 사용자들은 블로그, 동영상 UCC 사이트 등에 참여하여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주력하였다. 이 때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했다. 하지만 이것도 한때의 유행이었다. 블로그로 몰렸던 수많은 사람들은 흐지부지 사라졌고, 판도라TV와 같은 동영상 UCC 사이트도 관심의 대상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시간을 쏟아 붇지 않았다.
     
    블로그에 몰렸던 수많은 사람들은 글쓰기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사실 글을 꾸준히 쓴다는 것은 애초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동영상을 촬영하여 편집하고 온라인에 공유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이와 같이 콘텐츠 생산에 매달렸던 사용자들은 서서히 지쳐갔고 다른 재미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개점휴업 상태인 블로그는 이미 넘쳐났다. 표면적으로 블로그의 수는 늘어났지만 활발히 운영되는 블로그는 감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트위터'였다. 전 세계적으로는 페이스북이 트위터보다 더 빨리 사랑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페이스북보다 트위터가 대중에 먼저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몰렸던 사람들 중 글쓰기에 스트레스를 받고 개점휴업 상태에 있던 블로거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필요가 없는 트위터로 이동하게 된다. 140자의 문자만 쓰면 되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의견을 온라인에 게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콘텐츠를 생산한다기보다는 추천하고 유통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트위터가 인기를 끈 이후 페이스북까지 가세하면서 소셜미디어가 대세를 형성하게 된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데서 유통하고 추천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좋은 정보가 있으면 혼자만 알고 있지 않고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들에게 추천해준다. 거기에 자신의 인사이트를 담아 짧은 메시지를 함께 남긴다. 그러면 또다시 친구들의 공감과 추천을 받고 더 많은 사람에게 퍼져나간다.

     

    이와 같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유통과 추천이 가능해진 이유는 웹 2.0 시대를 거치면서 사용자들이 보다 개방적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좋은 정보가 있으면 혼자만 알고 싶어했지만 개방, 즉 오픈의 문화가 사회 전반에 걸쳐 형성되면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셜미디어 시대의 단점은 콘텐츠와 정보가 너무 많아졌다는 데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쏟아지는 엄청난 정보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분명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정보만 선별하고 요약해서 보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것을 취사선택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안 오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정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 정보를 선별하고 요약하여 제공해주게 되면 그 정보를 받아보는 사람은 더 이상 정보의 홍수 속에 내몰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큐레이션이 등장하게 된다. 정보를 선별하고 요약해서 제공해주는 사람을 큐레이터라 하고 이러한 행위를 큐레이션이라 한다. 정보 홍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영역이 아닐까?
     
    블로그언론을 지향하고 있는 메타블로그인 블로그와이드도 뉴스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위해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뉴스 플랫폼에서는 큐레이션도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기사를 혼자 다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미FTA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큐레이터가 언론사들의 뉴스를 수집해서 선별하고 요약하여 정리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담아 분석해 낸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기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기사의 장점은 특정 사안에 대해 기초지식이 없던 사람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허핑턴포스트와 같은 블로그 기반의 언론사가 이와 같은 방법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기사를 쓸 수 있는 블로거가 6,000명이라고 하니 그 수많은 필진들이 큐레이션하여 쏟아내는 정보가 오늘날의 허핑턴포스트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큐레이션이라는 키워드가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메가 트렌드가 될지, 아니면 그냥 사라져 버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웹의 발전 흐름과 사용자의 변화를 살펴보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 큐레이션을 표방하는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베타뉴스 윤상진 (genie.yoon@gmail.com)
    Copyrights ⓒ Bet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