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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키에이지 80일 후, 겉보다 속깊은 게임이 되길...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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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1-08 19:34:38

    하나의 명품이 나올 때 까지 장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자기를 깨야 한다. 많이 깰수록 완벽한 작품이 나오기 마련이다. 온라인게임 개발도 도자기 굽는 과정과 비슷하다. 기나긴 테스트 기간을 거치며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어쩔 때는 밤을 세며 버그를 잡아야 하고, 때로는 게임을 완전히 뒤집는 힘든 결단도 내려야 한다.

     

    좋을 때는 찬사가 쏟아지지만, 실망시키면 감내하기 힘든 비난이 따른다. 온라인게임의 장인, 송재경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지금 ‘도자기 가마’ 앞에 서있다. 3번을 구웠지만 여전히 마음에 안든다는 눈치다. 그리고 도자기 가마에 군불을 다시 지핀다. 그가 빚어야 할 작품은 대충 만들어 팔아버릴 질그릇 따위가 아니다. 한국 MMORPG 대표작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받은 게임이다.  

     

    ‘아키에이지’는 3번의 테스트를 거쳤다. 테스트 하고 고치고, 테스트 하고 고치고... 올 한해 그렇게 보냈다. 오히려 유저들이 "이만하면 됐으니 게임 좀 내놔달라"고 애원 할 정도다. 웬만하면 이쯤에서 내놓을 법도 하지만 장인의 깐깐함은 3번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예상된 일정을 넘기고, 기어이 4차 테스트를 한단다. 

     

    이번 4차 클로즈베타테스트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기간만 무려 80일, 참여인원만 5천명이다. 방식도 독특하다. 유저가 게임 하는 동안 계속해서 신규 콘텐츠가 투입되고, 수정이 이루어진다. 테스트 중 실시간으로 추가되는 콘텐츠는 ‘날것’ 그대로 유저들에게 전달되고 가감 없는 피드백을 받는다.

     

    놀라운 건 게임의 엔드 콘텐츠인 '원대륙'이 클로즈테스트때 공개된다는 것이다. CBT에서 엔드 콘텐츠를 선보이는 건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유저가 직접 국가를 설립하고, 성을 짓거나, 적대 진영과 공성전을 펼칠 수 있다. 그야말로 게임의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은 테스트다.

     

    CBT에서 이렇게 많은 콘텐츠를 선보이는 건 ‘모험’이다. 잘못하면 그간 쌓아놓은 이미지를 몽땅 잃을 수 있다. 아키에이지 처럼 좋은 이미지가 많은 게임은 그야말로 위험천만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테스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아키에이지는 속이 깊은 게임이다. 그래픽만 화려하고 콘텐츠는 아무 것도 없는 그런 졸작들과는 다르다. 오래 즐길수록 깊은 맛을 내는 그런 게임이다. 하우징, 공성전, 해상전, 정치 시스템 등은 단발적인 테스트로는 측정하기 힘든 콘텐츠다. 단순한 버그 수정이나 서버 점검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유저들의 플레이가 게임세상에 영향을 주는 시스템이라 콘텐츠의 깊이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이것은 개발자의 노력만으로 될 수 없다. 유저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동반 되어야만 가능한 테스트다. 80일 간의 긴 테스트는 단순히 시선끌기용 '꼼수'가 아니다. 유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는 개발사의 목소리다.

     

    테스트 의미도 남다르다. 지금까지 아키에이지는 비난보다 찬사가 많았던 게임이다.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 작품’, ‘2012년 MMORPG 빅3’, ‘중국에서 최고 몸값의 게임’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그러나 기대가 높을 수록 부담은 커졌다. 좋은 게임을 만들려면 그런 찬사 따위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안다.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를 둘러싼 모든 수식어들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평가대 위에 올랐다.

     

    이번 테스트는 '송재경'이 만든 게임이 아닌, 유저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게임으로써 평가 받는 자리다. 적극적으로 테스트에 참여해 아프지만 약이 되는 날카로운 비평과 애정어린 피드백을 원한다. 그래서 80일 후엔 유저와 개발자가 모두 만족해 하는 ‘명품 게임’이 되어 있으면 그것으로 테스트의 의미는 충분하다. 80일 후, 겉보다 내면적으로 한층 성숙된 '아키에이지'를 기대해 본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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