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0-25 23:17:40
얼마나 사랑했기에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졌다고 말하는 것일까? 정말 사랑하기나 한 것일까? 누군 사랑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이 둘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져야만 했다고 핑계를 댄다. 올 겨울 가슴 한쪽이 시리다 못해 차가운 싱글이 보기에는 웃기다 못해 기가 차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뭐가 그래~”하는 푸념이 나오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주인공의 가슴 아픈 심정이 이해될 것만 같다. 만약 연애를 해봤고 좀 더 솔직하지 못해 헤어져본 경험이 있다면 100% 공감하는 이야기. 연극 연애시대는 그렇게 관객의 곁으로 다가왔다, 솔직하지 못한 두 남녀의 줄다리기가 ‘그땐 나도 그랬지~’라는 공감대를 만들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 오해가 빚어낸 사랑해서 헤어진 두 남녀
두 주인공 하루(박시은, 주인영)와 리이치로(김다현, 김영필)는 첫 눈에 만나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일사천리로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다. 연애기간 같은 건 사치에 불과했던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겼지만 사산이라는 비극을 경험하면서 두 사람은 슬픔에 잠긴다. 때마침 ‘회사에 일이 있어 나간다’고 말하고 슬픔에 잠겨 있는 아내의 곁을 무심하게 떠나버린 남편 리이치로. 이를 본 하루는 남편이 자신을 두고 매몰차게 도망갔다고 생각하고 이혼을 선언한다.
오해가 빚어낸 비극적인 결과였다. 사실 리이치로는 그 날 밤 회사를 향하지 않고 죽은 아이가 있는 안치소에서 내내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혼자 있으면 춥고 외로울까봐 향한 무거운 걸음이었지만 사실을 말할 용기는 없었다. 아이를 잃은 아내의 슬픔을 알기에 아이와 연관된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아내를 위해서라면” 이라는 생각에 순순히 승낙한다.
몸은 떨어졌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사사건건 티격태격 다툼을 지속하는 두 사람. 곁에서 보면 영락없이 커플 혹은 부부의 모습이지만 둘은 ‘이혼’ 했다는 이유 하나로 서로의 관심을 괜한 참견으로 치부해버린다. 솔직하지 못했기에 관심을 참견으로 드러냈고 서로는 진짜인줄 알고 받아들였다.
| 실패한 질투심 유발 작전
내 아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내 남편이 행복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의 이 같은 바람은 결국 중매라는 인생 초유의 장난질로 매듭졌다. 둘은 결국 상대방에게 소개팅을 가장한 중매를 진행했고, 결국 전 남편 리이치로가 첫사랑인 다미꼬를 재회하고 재혼하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혼자 남게 된 하루. 처음에는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일은 걷잡을 수 없게 꼬이게 됐다.
전 남편과 첫 사랑의 재회. 비극적인 결말에도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하루. 동시에 하루에게 구애하는 수많은 남자들. 이 또한 리이치로의 소개로 이뤄졌지만 결국 하루는 선택하지 못했다. 너무 늦게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모든 것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현재. 하루는 자신의 답답함을 원망하고 또 원망한다.
얼마나 원망했을까. 주변 사람에게는 리이치로를 “내 호적을 더럽힌 남자”라고 비하했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했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떠난 기차여행이 불장난이 될 줄이야. 하루의 여행을 자살로 받아들인 리히치로는 기차에서 어렵게 재회하는 것에 성공하고 이제야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
남편의 고백을 비아냥거리던 말투로만 받아들였던 하루는 속내를 털어놨고 남편 또한 그날 밤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 밝혔다. 남편의 사랑을 부정했지만 속내는 “좋아하니까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라며 겉을 맴돌았던 하루. 사랑했던 두 사람이 이 자리에 오기위해 얼마나 먼 거리를 돌아와야만 했을지 알 수 없지만 관객은 공감한다. 사랑해서 떠난 두 남녀의 비극적인 장난은 이제야 끝났다.
| 전형적인 일본 러브스토리, 관객을 울렸다.
일본 작가 고 노자와 히사시가 1998년에 펴낸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국내 초연되는 작품이다. 배경이 그렇기에 사랑하는 남자와 사랑하는 여자의 에피소드다. 따져보면 전형적인 일본 러브스토리다. 속내를 드러내고 남성미를 강조하며 적당히 튕길 줄 아는 것이 한국형 러브라인이라면, 일본은 이와 정 반대다. 밀고 당기기를 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마음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가능한 속내를 억누르며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원하는 방식이 그들의 방식이다. 연애 지침에서나 볼 수 있으며 여성에게는 낭만으로 설명되는 이 방식이 연극 연애시대의 컴백과 함께 한국에 상륙했고 관객에게 통했다. 사랑했기에 부부라는 인연으로 만났지만 소통하지 않던 두 사람은 결국 오해로 헤어졌다. 그리고 다시 만나 애틋한 감정을 이어갔다. 꽤 매력적인 장면에 주인공 하루의 눈물이 쏟아질 때면 관객 또한 함께 운다.
게다가 사랑하는 남자의 결혼식을 보며 축사와 노래를 부르겠다고 자청한 하루의 심정이 얼마나 전해졌을까? 보는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하다고 느껴질 것 같지만 의외로 감성을 자극한다. 초연인 만큼 아직 덜 다듬어져 풋풋한 매력이 묻어나오는 연극 연애시대. 다소 긴 120분간의 진행에도 빠른 장면전환이 유독 부각돼 지루함도 줄였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딱딱한 좌석.
브라운관에서 한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박시은의 통통 튀는 매력이 하루라는 캐릭터를 만나 더욱 돋보인다. 처음 도전한 연극임에도 제법 감칠맛 있게 캐릭터를 표현했다. 더블캐스팅으로는 주인영이 하루 역을 열연했다. 남자 주인공에는 김다현과 김영필이 더블캐스팅으로 나섰다. 이 외에도 나가토미, 기타지마역에 이상혁과 박현우, 가스미, 다미코 역에 김나미, 사유리, 기타지마 부인 역에 정선아, 가이에다 역에 김태근이 함께 했다.
베타뉴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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