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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잡스는 가라! 이제 제프의 시대다!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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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0-03 20:49:33

    태양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애플교 교주라는 별명이 더 잘 어울리는 스티브 잡스가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사실상 은퇴하면서, IT 분야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를 꼽으라면 그동안은 구글 창업자인 레리 페이지나 페이스북으로 억만장자 위치에 오른 마크 주커버크 등이 가장 앞선 위치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전자책 킨들을 발표하는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한마디로 급이 다르다. 그를 보면 단순한 감탄이나 질투가 아니라 킨들이라는 하드웨어와 이를 지원하는 아마존 생태계의 완벽한 준비를 진두지휘한, 말 그대로 마에스트로의 면모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킨들에 대해서는 수많은 언론에서 너무도 자세히 다루었기에 과연 아마존과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조스는 과연 어떤 인물인지를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일단 그는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창업자다. 그것도 단순히 회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아마존을 통해 사실상 전자상거래라는 것을 처음으로 선보인 사람이다. 혹시나 아직도 아마존이라고 하면 단순한 인터넷 서점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그보다는 단지 아마존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많이 판 제품이 책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마존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것도 대단한 일인데, 그의 진정한 놀라움은 결코 거기서 안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원활한 전자상거래를 위해 만든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아마존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한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를 통해 고객을 늘리고, 다시 인프라를 확충해서 더 큰 고객, 더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이른바 개방형 혁신을 성공했다.

     

    이를 통해 IT나 경제관련 뉴스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클라우드의 절대 강자 정도가 아니라, 요즈음에는 아마존이 곧 클라우드이고, 클라우드가 곧 아마존이라고 느낄 정도의 위치까지 성장했다. 누구나 클라우드를 말하지만 클라우드를 통해 돈을 버는 사실상 거의 유일한 기업이 아마존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이런 역량이 모인 하드웨어가 바로 킨들, 보다 정확히는 킨들 파이어다. 이미 이런 청사진을 지난 2006년에 발표했으니 킨들은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그렇고 그런 타블렛과는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199달러에 판매되는 킨들 파이어의 하드웨어 자체는 냉정하게 말해 싼 값말고는 그다지 눈길이 가는 것이 없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런 허접해 보이는 하드웨어가 클라우드를 이용하면서 값비싼 다른 하드웨어에 절대 뒤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빠르다. 이런 핵심 기술은 바로 새로운 클라우드 가속 브라우저인 "Amazon Silk"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말 그대로 비단처럼 부드럽고 가볍다.  

     

     

    여기에 아마존에서 판매하거나 서비스하는 전자책, 음악 등을 일정 부분 무료 또는 아주 싸게 서비스한다. 물론 캔들 파이어를 쓰면서 반드시 이런 아마존에 말 그대로 예속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99달러짜리 킨들 파이어 버전에는 일정 시간 쓰지 않으면 바로 광고가 뜬다. 소비자들로서는 짜증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컨텐츠 그리고 디바이스가 묶어 1+1+1=3이 아닌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파워를 낸다. 심지어 아직 아마존이 진출하지 않았거나 서비스하지 않는 부분, 예를 들면 MP3은 제외한 멀티미디어 컨텐트는 NBC, CBS, FOX  등 주요 방송사와 협력해서 컨텐츠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한다. 물론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큰 그릇에 담아내는 것은 물론이다. 소비자들로서는 광고마저도 감미롭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흔히 아직도 우리 시장에서는 전자책이 왜 활성화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왜 우리에게는 아마존 같은 전자책 업체가 없냐고, 왜 킨들 같은 전자책이 없냐고 묻는다. 하지만 제프 베조스라는 지휘자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 풍부한 컨텐츠, 심지어 최강의 소프트웨어가 있다고 해도 결코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진리를 그 누구보다도 잘 보여주는 이가 바로 제프 베조스다.

     

     

    며칠 전 아마존닷컴 메인페이지 내 킨들 신제품을 알리는 배너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쓰여 있었다. “세상에는 두 가지 기업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돈을 더 가져가는 기업, 소비자들이 돈을 덜 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기업이다. 그리고 아마존은 후자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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