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8-16 22:16:12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중시하는 현 세태를 적나라하게 풍자했다. 황구로 등장하는 ‘아담’과 순종 암컷 스피치 캐시 그리고 수컷 스피치 거칠이는 인간보다 더 인간미를 풍기며 인간의 속물근성을 대변한다.
누런 털에 순종할 줄 밖에 모르는 주인공 ‘아담’은 외모 지상주의를 빗댄 순종 스피츠 앞에서는 그저 족보 없는 잡종이다. 작은 몸체에 하얀 털을 날리는 암컷 스피츠의 이름은 캐시. 주인은 캐시에게 같은 혈통을 가진 수컷 스피츠 거칠이를 짝지어줬다.
한때 같은 집에서 같이 자란 황구와 캐츠는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 했다. 달콤한 유혹에 빠진 캐츠는 아담과의 맹세를 헌 신짝처럼 팽개쳐지고 수컷 거칠이와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이 장면을 목격한 아담은 충격에 빠져 결국 집을 떠나고, 세상을 돌며 캐츠를 향한 뜨거운 구애를 삭히려 애쓴다. 동물의 사랑이지만 사람 같은 개들의 사랑. 아니 개 같은 사람의 사랑이 교차한다. 그렇게 연극 황구도는 인간의 속물근성을 개에 빗대었다. 아니 인간은 오히려 동물보다 못한 존재로 추락했다.
“맹세와 배신은 개의 꼬리 같은 것” 이라는 표현도 인상적이다, 사랑은 한 낮 살랑 거리는 바람결에 불과하다고 강조해 왜곡했다. 인간이 등장하지만 개의 눈에는 우스꽝스럽고 추할뿐이다. 특정 신체 부위를 크게 강조하고 자극적으로 표현해 이해타산과 욕정만으로 얽힌 흉측한 괴물일 뿐이다.
단지 개의 모습으로 사람의 사랑을 지적했다고 하기에는 표현의 수위가 높은 연극 황구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사랑을 하는 황구 아담과 스피츠 캐시는 외모 만능주의가 물질 만능주의로 이동하는 현실을 잘 대변했다.
동시에 이 둘 간의 특별한 사랑을 통해 참 사랑과 진실 된 사랑의 정의를 내린다. 따져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다.
개를 의인화시켰지만 엄연한 배경은 인간 세상이다. 아담과 캐시 사이에 등장해 훼방꾼 역할을 자초하는 거칠이는 물질 만능주의에 물들어 버린 자본과 권력의 대변자다. 자본의 맛을 본 캐시는 결국 거부하지 못하고 빠져드는데 이 과정이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구현되어 씁쓸함을 자아낸다. 결국 모든 사회 현상은 사랑이 아닌 자본의 흐름에 얽매여 이동한다고 해답을 냈다.
그렇기에 인간의 속물근성을 개를 통해 해학적으로 표현했음에도 쉽사리 웃지 못한다. 인상적인 장면은 극의 마지막에 나온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집착하던 아담이 오랜 시간이 지나 집착에서 자유로워졌을 때 진정한 자유를 맛보면서 관객을 무겁게 짓누르던 채증도 같이 내려간다.
이해타산과 욕정만으로 사랑을 하는 인간과 사랑에 대한 순정을 품고 살아가는 개들의 대비되는 사랑을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는 연극 황구도.
개를 통해 들여다 본 인간은 결국 성욕과 물욕에 환장한 짐승과 다를 바 없었다. 작은신화 25주년 기념 공연의 마지막 작품으로 지난 15일부터 8월28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2관(구 이다 2관)에서 볼 수 있다. 연극배우 강일, 이은정, 안성헌, 최지훈 등이 출연한다.
베타뉴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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