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6-17 20:45:15
도시 남자의 터프함에 반하다, 아우디 Q5 3.0 TDI |
아우디 Q5의 첫인상은 말끔하게 차려 입은 도시 남자가 떠오른다. 큼지막한 정면 그릴이 남자다우면서도 보닛과 지붕을 타고 흐르는 매끄러운 곡선이 강인함보다는 세련된 이미지를 심어준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부드러움은 터프함으로 바뀐다. 그 넘치는 힘을 발산할 기회를 참고 기다렸다는 듯이 치고 나가는 탄력은 여느 스포츠 세단도 부러워할 정도다. 부드러움과 짜릿함을 동시에 지닌 아우디 Q5 3.0 TDI를 타고 350km를 달려봤다.
모델 |
아우디 Q5 3.0 TDI quattro |
길이 |
4,629mm |
넓이 |
1,880mm |
높이 |
1,653mm |
축간거리 |
2,807mm |
공차중량 |
2,135kg |
엔진형식 |
V6 VGT 터보 디젤 |
배기량 |
2,967cc |
최고출력 |
240마력 (4,000~4,400rpm) |
최대토크 |
51.0kg·m (1,500~3,000rpm) |
변속기 |
7단 S 트로닉 (듀얼 클러치) |
100km/h 가속 |
6.5초 |
구동방식 |
콰트로 (상시 4륜 구동) |
연비 |
12.8km/L(2등급) |
승차인원 |
5명 |
가격 |
7천460만 원 |
◇ 강한 심장으로 다시 태어난 Q5
아우디 SUV는 BMW, 메르세데스-벤츠에 비하면 한발 늦게 데뷔했다. 특히 Q7이 첫 선을 보인 2005년에는 BMW X5가 프리미엄 SUV 시장을 장악한 상태여서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폭스바겐 SUV(티구안, 투아렉)에서 검증 받은 엔진을 더 갈고 닦았고, 아우디의 감성을 더한 Q 시리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Q5는 형님의 후광 덕분에 꽤 주목을 받고 등장했다. 2008년 데뷔한 Q5는 아늑한 실내와 안락하고 안정감 있는 승차감이 돋보였지만 조금은 밋밋한 가속 성능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아우디 Q7이 2.6톤이 넘는 덩치에도 100km/h 가속을 6.4초(Q7 4.2 TDI), 7.9초(3.0 TDI)만에 끝낸 반면 아우디 Q5 2.0 TDI는 9.9초나 걸렸기 때문이다.
170마력을 내는 2.0L 터보 디젤 엔진은 폭스바겐 골프 GTD의 날렵한 몸놀림을 가능하게 하는 초석이지만 2톤이 넘는 아우디 Q5를 끌기에는 충분치 않다. 사실 9.9초의 100km/h 가속 시간은 굼뜨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2.0L 엔진으로도 무난한 달리기 실력을 보여주는 셈이지만 ‘무난함’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하는 아우디에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아우디 Q5 3.0 TDI다. 아우디는 한 체급 위인 Q7에 쓰인 3.0L 터보 디젤 엔진을 Q5에 이식하고 스포츠라인(S-Line) 디자인을 더해 날렵하고 잘 달리는 스포츠 SUV를 탄생시킨 것이다.
아우디 Q5 3.0 TDI는 종전 2.0L 모델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S-라인 디자인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차체와 같은 색상의 범퍼와 사이트 스커트, 세로의 크롬 라인을 가진 싱글프레임 그릴, 크롬으로 마감한 배기파이프가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앞바퀴 펜더 부분과 문을 열었을 때 수줍게 나타나는 S-라인 로고가 운전자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다.
아우디의 매력 포인트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데이타임 LED 라이트다. 헤드라이트의 눈썹을 연상시키는 LED 램프가 양쪽에 6개씩 박혀 있다. 헤드라이트 아래에 부드럽게 LED 램프를 새겨 넣은 아우디 A4, 수평으로 배열된 6개 LED를 가진 아우디 A6와 맥을 같이 하면서도 더 강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Q5의 디자인에서 약간 아쉬운 것이 있다면 조금은 펑퍼짐한 뒷모습이다. 도로 위에서 아우디 Q5를 마주친다면 강인한 정면과 매끄럽고 날렵한 옆모습에 반했다가도 뒷모습을 보고는 돌아서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태권도에서 정권 찌르기를 위해 다리를 벌리고 균형을 잡고 선 자세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 아늑하고 편안한 실내
주머니에 스마트키를 넣은 채 문을 열고 아우디 Q5에 들어가면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이 전해진다. 아늑한 실내에 나무 장식이 잘 어울린다. 덩치에 비해 작은 스티어링 휠이 스포티한 성격을 대변하고 있다. 스포츠 세단에나 어울리는 패들 시프트 레버가 있어 영암 F1 서킷에서 열리는 RV 레이스에 곧바로 출전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아우디 MMI(multi Media Interface)는 다루기 편하다. 오디오, CD, MP3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내비게이션, 차량 시스템 컨트롤 등 다양한 조작을 동그란 다이얼과 4방향 버튼으로 쉽게 할 수 있다. 아우디 Q5의 MMI는 하드디스크가 내장되어 있어 CD나 SD 카드에 담긴 음악을 복사해 주크박스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수입되는 아우디 Q5에는 맵피 지도를 바탕으로 한 내비게이션이 적용되어 있다.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어 일반 내비게이션과 사용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화면이 그리 선명하지는 않지만 지도를 보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넉넉한 좌석과 편안한 시트로 안락한 승차감을 주고, 뒷좌석 머리 위까지 넓게 뚫린 파노라마 선루프가 시원한 개방감으로 장시간 여행에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게 한다. 원터치로 접히는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560L 적재 공간이 생긴다. 트렁크 도어는 버튼만 살짝 누르면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전동식으로 무척 편하다.
◇ 넘치는 힘이 선사하는 부드러움
아우디 Q5의 진정한 매력은 3.0L 터보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두툼한 토크다. 최고출력은 240마력으로 그리 놀라운 수치가 아니다. A6에 적용된 3.0L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이 300마력이나 된다. 하지만 터보 디젤 엔진의 장점은 마력이 아니라 토크에 있다. 아우디 Q5 3.0 TDI 역시 1,500rpm이라는 낮은 회전수에서 51kg·m라는 어마어마한 토크를 내뿜는다. 종전 2.0L 디젤 엔진의 토크가 35.7kg·m인 것과 비교하면 43%나 높아진 수치다.
게다가 토크 그래프를 보면 엔진 회전수 1,000rpm에서 28kg·m 토크를 시작으로 1,500rpm에 이르는 동안 토크가 수직 상승한다. 1,200rpm만 되어도 37kg·m를 넘는 토크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힘차게 치고 나간다.
시승할 때 가속 페달을 살며시 밟으면 엔진 회전수가 1,400rpm을 넘기도 전에 변속을 해버렸다. 정지상태에서 600rpm을 가리키던 타코미터의 바늘은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서서히 올라간다. 1,300rpm을 갓 넘어서면 흔들거리며 이내 1,100rpm으로 내려온다. 한데, 옆에 있는 속도계 바늘은 끊임없이 시계방향으로 움직인다. 변속 충격 같은 것은 없다.
그 상태로 기다리면 착착착 기어를 높이며 순식간에 7단 기어가 물린다. 속도가 70km/h에도 이르지 않았는데도 7단까지 올리는 놀라운 녀석이다. 7단 기어에 이르는 동안 엔진 회전수는 최대토크가 나온다는 1,500rpm까지 높아진 적이 없다. 7단에서도 꾸준히 속도를 올릴 수 있고, 1,550rpm이면 시속 100km가 된다.
이렇게 촘촘한 기어 변속과 낮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기 때문에 무거운 몸집과 4륜 구동임에도 12.8km/L라는 높은 연비를 실현한 것이다. 여기에는 7단 S 트로닉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낮은 회전수에서도 변속 충격 없이 매끄럽고 빠른 변속은 아우디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시승 기간 동안 퇴근 시간 13.3km 도심 주행에서 7.1km/L의 연비를 기록했고, 182km의 시승 구간에서는 8.7km/L 연비를 나타냈다. 일주일 전에 시승한 쉐보레 캡티바보다 훨씬 더 과격하게 달렸는데도 더 좋은 연비(캡티바는 8.5km/L)를 기록했다. 더 무거운 차체와 높은 배기량에도 효율 좋은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으로 이루어낸 결과다.
◇감춰두었던 실력을 마음껏 발산하다
여기까지는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설정을 컴포트(Comfort)와 자동(AUTO)로 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얘기다. 좀 더 짜릿한 달리기를 원한다면 센터페이시아 중간에 있는 버튼을 눌러 다이내믹(Dynamic) 모드로 바꾸면 된다. 최대한 낮은 회전수를 사용해 기름을 아끼려는 샌님 모습과 달리 최대 토크를 내는 구간(1,500~3,000rpm)을 최대한 활용해 민첩하게 속도를 높이는 야수로 돌변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제로백 테스트에서도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100km/h에 이르는 데 8초를 넘기는 반면,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제원상의 6.5초와 비슷한 기록을 보여준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반박자 숨을 고르는 것을 보면 역시 디젤이다. 하지만 여느 터보 디젤 엔진보다 빠르게 숨을 고른 뒤 곧장 달려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더욱 잽싸게 치고 나간다. 풀 가속할 때는 4,500rpm에서 기어를 변속한다. 다이내믹 모드는 가속력 뿐 아니라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 반응도 훨씬 민감하고 날카롭게 바뀐다. 특히 스티어링 휠은 컴포트 모드에서는 가볍게 돌아가지만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면 꽤나 묵직해진다.
바로 이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기능 때문에 아우디 Q5를 정의하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안락한 프리미엄 세단이기도 하고 다이내믹한 스포츠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우디의 자랑인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인 콰트로가 더해져 도심 도로에서는 물론 험로에서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TV 광고처럼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올라갈 일은 없겠지만, 한 겨울 폭설 속에서도 유유히 언덕을 오르는 모습에서 아우디 콰트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Q5 역시 콰트로가 적용되었다. 평소에는 앞뒤 바퀴에 40:60 비율로 동력을 나누고, 필요에 따라 최대 65%의 힘을 앞바퀴에, 또는 최대 85%를 뒷바퀴로 보내 안정적이면서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이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미끄러지기 쉬운 비포장도로에서 거칠게 달려봤지만 불안한 움직임을 찾을 수 없었다.
◇승차감 좋고, 편의 장치도 잘 갖춰
아우디 Q5도 독일차답게 탄탄한 하체와 꽤 단단한 서스펜션을 적용해 안정감이 느껴지는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 오프로드의 거친 노면에서 오는 충격과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은 잘 흡수하며, 거친 운전에서 오는 좌우 흔들림은 잘 절제하고 있다.
드라이브 셀렉트를 컴포트 모드로 해도 국산 중형차처럼 말랑말랑한 느낌은 없다. 하지만 묵직한 차체와 단단한 하체가 전하는 안락함은 여느 럭셔리 세단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운전석 시트는 스포츠카처럼 운전자를 꽉 지탱해주는 맛은 없다. 편안한 자세에서 운전할 수 있는 전동 조절식 시트일 뿐이다. 시트의 가죽 질감은 만족스럽다.
아우디 Q5에는 기기 조작에 서툰 운전자를 위한 기능이 숨어 있다. 흔히 야간에 초보 운전자들이 상향들을 켜고 달리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자신은 멀리까지 시야가 확보되어 좋겠지만, 앞차나 마주오는 차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이다. 아우디 Q5의 하이빔 어시스트 기능은 이런 강남 사모님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막아준다. 룸미러 뒤에 달린 카메라로 어두운 지역에서 자동으로 상향등을 켜준다. 밝은 곳으로 오고나 반대편 차량 전조등이나 같은 방향 차량의 후미등의 불빛이 감지되면 하향등으로 바꾼다.
또한 언덕이나 평지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량을 정지시켜주는 홀드 어시스트 기능이 있다. 한번 브레이크를 밟아 정지한 다음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은 발의 힘이 빠지더라도 차가 움직여 접촉사고가 나는 것을 막아준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진행하기 때문 도심 정체 구간에서 발을 편안하게 해준다.
◇아우디의 감성과 기술력이 돋보인 Q5
아우디 역시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로 통한다. 벤츠가 역사와 전통, BMW가 모터스포츠에서 갈고 닦은 기술력을 뽐낼 때 아우디는 콰트로의 다이내믹과 아우디만의 감성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우아한 조각품 같은 디자인과 아늑한 실내에서 느껴지는 아우디만의 감성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힘이 넘치는 엔진과 민첩하고 효율 좋은 변속기의 조합으로 Q5의 가치를 한층 끌어 올렸다. 7천만 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은 상품성을 가진 녀석이라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제로백 6.5초의 스포츠 SUV를 이 가격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제로백이 7.8초인 포르쉐 카이엔보다 1천만 원 이상 싸지 않은가 말이다.
아우디 Q5 3.0 TDI 구석구석 엿보기 |
베타뉴스 황영하 (red@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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