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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텔 칩셋 문제, ‘경쟁사’ AMD 찬스 살렸으면...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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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2-17 17:12:28

    설 연휴에 터진 인텔의 6시리즈 칩셋 문제는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PC 업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국내에서도 설 연휴 직후 이어지는 졸업·입학 시즌에 맞춰 ‘샌디브리지’ 기반 2세대 코어 프로세서로의 신규 구매 또는 업그레이드 수요가 기대됐으나, 갑작스레 터진 칩셋 문제는 그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신규 구매 및 업그레이드를 뒤로 미루거나, 그래픽카드 또는 모니터 등 다른 부품을 대신 업그레이드하거나, 샌디브리지 대신 린필드 또는 클락데일 시스템을 구매하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AMD 시스템’이라는 또 다른 대안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해 보인다.

     

    ◇ 너무 조용한 AMD, ‘찬스’임에도 눈에 띄지 않아 = 소비자들이 AMD 시스템을 잘 찾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결론만 놓고 보면 ‘소비자들의 눈에 띄지 않아서’라 할 수 있다.

     

    과거 ‘펜티엄’ 시절부터 인텔의 국내 인지도가 AMD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인텔에 비해 덜 알려졌기 때문이지, AMD 제품이 나쁘기 때문은 아니다.

     

    AMD 시스템은 인텔 시스템 대비 상대적으로 ‘우수한 가성비’로 꾸준히 찾는 마니아가 많다. 비슷한 성능의 시스템을 꾸몄을 때 상대적으로 프로세서와 메인보드의 가격이 싼 편이기 때문에 그래픽카드나 확장 카드 등에 더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또 인텔의 6코어 프로세서가 너무나도 비싼 가격으로 극소수의 마니아 외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AMD의 6코어 ‘투반’ 제품군은 인텔의 중급 프로세서 가격에 2개 더 많은 코어로 멀티태스킹 등에 강점을 보이며 6코어 프로세서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분명 ‘최고의 성능’은 아니라도 AMD 시스템이 그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만큼 이번 인텔의 6시리즈 칩셋 문제는 그야말로 기회나 다름없다. 그런데 막상 제품 판매에 앞장서야 할 AMD의 움직임은 되려 조용하다.

     

    이는 마치 대형 마트나 백화점서 경쟁사 제품이 일시적으로 빠져 자사 제품을 메인 코너에 갖다 진열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구석에 쌓아놓고 있는 꼴이다. 제품이 소비자들의 눈에 띄어야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의 AMD는 그리 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 출시 때와 달리 자사 제품 알리기에 인색한 AMD

     

    ◇ AMD, 제한 시간 다 가기 전 뭔가 ‘어필’해야 할 때 = 물론 인텔의 칩셋 문제가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닌 갑작스런 사건이라 바로 대처하기 힘들었고, AMD 입장에서도 어필할 만한 신제품이 당장 없어 갑자기 치고 나갈 상황이 아닌 점은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

     

    그러나 칩셋 사건이 터진 지 2주가 지났다. 빠르면 다음 달 말부터 문제가 개선된 6시리즈 칩셋과 이를 적용한 제품이 다시 나올 전망이다. AMD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 벌써 1/3이나 지나간 셈이다.

     

    당장 내세울 신제품이 없다면 기존 제품의 장점이라도 최대한 어필하면서 조금 더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인텔이 완전히 힘을 회복할 4월 전까지 한시적으로라도 다양한 판촉 및 마케팅 활동을 펼쳐 판매량을 끌어올리면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AMD는 그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살짝 아쉽다. 현재 AMD가 새로 선보이고 강조하고 있는 분야는 라데온 HD 6000 시리즈 GPU와 그 관련 기술, 그리고 차세대 모바일용 APU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라데온 HD 6000시리즈가 시장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향후 모바일 시장이 데스크톱 PC보다 더욱 장래성이 있음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오늘날 AMD가 있게 한 데스크톱 PC용 프로세서 분야에 소홀해 보이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일이다. 그래픽카드는 둘째치고, 당장 열심히(?) 밀고 있는 APU의 경우 하이엔드가 아닌 보급형과 메인스트림급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어 고부가가치 제품이라 보긴 어려워 보인다.

     

    물론 AMD 나름대로 이런 상황을 맞아 뭔가 대비책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사냥감을 사정권에 둔 맹수처럼 뛰어 올라 달려들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의외로 조용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얼른 칼을 뽑지 않으면 모처럼 잡은 기회가 흐지부지되는 것도 시간 문제다.

     

    얼마 전 인텔의 칩셋 사태를 두고 AMD 본사의 한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이번 인텔 문제로)많은 소비자들이 AMD로 돌아오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대로 기존에 AMD 제품을 알고 있던 소비자라면 AMD 시스템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감나무 밑에서 다 익은 감이 떨어지는 걸 기다릴 때가 아니다. 직접 나서 손으로 감을 따야 할 때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 명이라도 더 AMD 시스템 사용자를 늘리는 것이 지금 AMD가 취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인텔의 유일한 맞수인 x86 프로세서 제조사이기에 더욱 그럴 필요가 있다. 인텔의 부진을 제대로 딛고 올라서는 AMD가 되길 기대해 본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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