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1-07 14:37:28
인기를 끄는 제품 가운데 상당수는 남다른 홍보를 등에 업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 아이폰·아이패드가 그렇다. 스티브 잡스의 남다른 마케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애플은 없을지도 모른다.
제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꼭 소비자로부터 인정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는 제품 홍보에 사력을 다한다. 반면 묵묵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쪽을 택하는 회사도 있다. 쓰리알시스템(3R SYSTEM)도 후자 중 하나다.
쓰리알시스템은 케이스와 쿨러, 전원공급장치로 11년 째 승부해 온 회사다. 품질 하나로 2010년에도 많은 경쟁 업체를 제치고 PC 케이스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여세를 몰아 올해도 일을 내겠다는 각오다.
“파는 것보다 개발이 더 재미있습니다. 잘 만들면 그만큼 잘 팔리지 않겠습니까?”
쓰리알시스템 류정무 대표는 회사의 수장이자 개발 총 책임자다. 그는 사장이기 이전에 엔지니어다. 제품의 개발 콘셉트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총 담당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선에 나선 경영자라니, 다소 낯설게 생각되지만 바로 이 점이 쓰리알시스템의 남다른 성장 원동력 중 하나다. 10년 넘게 쌓아 온 그의 개발 노하우는 직원들도 인정한다.
◇ 2010년 PC 케이스 트렌드 이끈 쓰리알시스템, 진화는 계속된다! = 쓰리알시스템 R460 에스프레소는 2010년 하반기 PC 케이스 시장을 석권했다. 류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소비자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 부담스러울 정도”였단다. 그는 제품을 잘 만들고자 한 것이 소비자로부터 인정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쓰리알시스템은 지난 해 통풍 및 냉각에 특화된 케이스를 내놓아 큰 재미를 봤다. 작은 차이지만 소비자를 생각해서 만든 점이 주효했다.
R460 에스프레소가 대표적인 예다. 본체 뒤쪽 아래 전원공급장치를 달고 상단에 대형 냉각 팬을 달아 PC 내부 냉각 효율을 높였다. 구조가 복잡해 불량이 많을 것이라는 직원들의 우려에도 결단력 있게 제품을 만들어 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쓰리알시스템의 제품은 2010년 PC 케이스 트렌드를 이끌었다. “쓰리알이 만들면 트렌드가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R460 에스프레소는 큰 인기를 끌었다.
하드디스크 노이즈 킬러 기술 또한 쓰리알시스템 케이스만의 전매특허다. 드라이브 베이의 진동을 잡는 이 기술을 적용하면 하드디스크의 공진음 및 억세스 소음이 현격히 줄어든다.
해당 기술이 적용된 종전 제품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내부 구조의 한계로 하드디스크를 많이 달지 못해 다소 아쉬워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이에 쓰리알시스템은 무진동 기술을 적용하고도 하드디스크 8개를 달 수 있도록 섀시를 아예 새롭게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빠르면 4월, 늦어도 6월쯤엔 해당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정무 대표는 “지난 해엔 라인업이 풍부하지 못해 다양한 가격대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신 올해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지난 해의 한을 풀 예정이다. 쓰리알시스템은 1사분기에만 일곱 가지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소비자가 어떤 목적으로 PC를 쓰던지 망설임 없이 쓰리알의 케이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출시 예정인 케이스 제품군은 10만원 대 고가 제품부터 만원 대 저가 제품까지 다양하다.
또 올해는 케이스 뿐 아니라 전원공급장치 쪽 라인업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뛰어난 품질로 잘 알려진 대만 탑파워를 전원공급장치 라인업에 추가한다. 쓰리알시스템은 80 플러스 브론즈 규격의 빙하기 제품과 더불어 7~8종의 전원공급장치를 국내 시장에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 중·고급 제품으로 중국 PC 케이스 시장까지 넘봐 = 쓰리알시스템은 내친 김에 중국 시장까지 노린다는 전략이다. 중국에 유한회사를 설립,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중국은 지역마다 법이 다르며 외국인이 회사 설립을 하는 데에 대한 제약이 매우 심하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환경 속에서 일궈낸 쾌거다. 벌써 2~3년 전부터 준비한 일이다.
저가 PC 케이스의 고향이라 불릴 만한 중국, 여간해선 도전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중국 시장을 공략할 생각을 했을까.
쓰리알시스템은 접근 방향을 달리 했다. 상위 1% 사용자를 노려 게이밍 케이스 등 중·고가 제품 위주로 공략한다는 심산이다. 초반엔 제품 판매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가꿔나가는 데 치중할 예정이다.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틈새 시장을 노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류 대표의 말이다. 실제로 중국도 과거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슬슬 고급 제품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고급 PC 케이스 시장 또한 자연스레 커지는 추세다.
류정무 대표는 한 달 가운데 12일을 중국에 머무른다. 중국 현지 특성상 공장 관리에 있어 사장 대 사장으로 움직여야 하는 일이 많단다. 3R 수출 부서가 중국에 위치해 있는 것도 이유다. 현재 쓰리알시스템의 제품은 일본, 독일, 브라질 등 세계 2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두 나라를 수시로 오가려면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가족에게 늘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한다. 회사를 향한 그의 남다른 열정은 가족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쓰리알시스템은 2000년 회사 설립 이래로 꾸준히 덩치를 키웠지만 여전히 처음과 마찬가지로 우직하다. 잘 파는 것보다 잘 만드는 것이 좋다는, 류정무 대표의 말은 곧 쓰리알시스템의 이념이나 다름없다. 좋은 제품을 먼저 알아보는 소비자가 있는 한 쓰리알시스템의 인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베타뉴스 방일도 (idroom@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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