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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라데온 HD 6900 시리즈, 2세대 DX11 시장 성공 가능성은?


  •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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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12-20 19:53:53

    DX11 '2라운드' 돌입하는 AMD와 엔비디아

    외장 그래픽카드 업계의 양대산맥인 AMD와 엔비디아, 둘의 뜨거운 그래픽 프로세서 경쟁은 지난 2009년 다이렉트X 11 시장 대결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 동안 만년 2인자였던 AMD가 처음으로 엔비디아를 제치고 먼저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뒤늦게 다이렉트X 11을 지원하는 코드명 페르미(Fermi) 설계 기반의 지포스 GTX 400 시리즈를 내놨지만, 저전력·고성능을 앞세운 라데온 HD 5000 시리즈에 번번히 발목을 붙잡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2010년 하반기, AMD와 엔비디아는 두 번째 다이렉트X 11 그래픽카드를 놓고 재대결에 돌입한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GTX 500 시리즈를 투입하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고 AMD는 라데온 HD 6800 시리즈에 이어 HD 6900 시리즈를 가지고 선두 자리를 지키려 하고 있다.

     

    ▲ AMD에게는 HD 6000 시리즈가 갖는 의미가 크다.


    ◇ 재정비 나서는 AMD, 두터운 제품군으로 탄탄한 DX11 라인 형성 = 그 동안 라데온 HD 시리즈는 ATI의 브랜드를 통해 판매돼 왔지만, 라데온 HD 6000 시리즈부터는 AMD 브랜드로 통합돼 선보여지게 된다. 새출발이나 다름 없는 셈으로 AMD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지만 AMD와 ATI가 하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는 지금이 적기다.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장점은 두터운 제품군이다. 이미 성능을 입증 받은 바 있는 라데온 HD 5000 시리즈에서 지금 소개할 HD 6000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현재 AMD는 라데온 HD 5700 시리즈를 지포스 GTS 450과 경쟁시키고 HD 6800 시리즈를 GTX 460과 붙이는 전략을 썼다. 반면 HD 6900 시리즈는 엔비디아가 최근 선보인 지포스 GTX 580, 570 사이에 위치시켰다. 다소 의아한 부분이지만, AMD가 어디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오랜 시간 명맥을 유지해 오던 ATI를 놓고 AMD로 새출발 하는 라데온 HD 6000 시리즈, 그 중에서 하이엔드 라인업을 담당할 HD 6970, 6950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과연 엔비디아의 거센 반격을 이겨내며 HD 5000 시리즈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2세대 DX11 그래픽카드 '라데온 HD 6900' 시리즈




    라데온 HD 6000 시리즈의 디자인. 과거 HD 5000 시리즈의 쿨링 솔루션 디자인이 스포츠카에 가까운 형상이었다면, 이번 제품에서는 더 단단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 눈에 띈다. 블랙 계통에 레드로 포인트를 준 점은 HD 5000 시리즈와 동일하지만 곡선의 쿨러가 아닌 직선의 쿨러를 채용하면서 고성능 제품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위 라인업에 속하는 HD 6800 시리즈와 달리 HD 6900 시리즈에는 기판 후면을 보호하는 플레이트가 달려 있다. 백플레이트는 기판에 장착된 부품을 보호하는 효과 외에 주변에 발생하는 열을 분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쿨러와 기판을 더 강하게 잡아주고 휘거나 부러지는 등의 변형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


    ▲ HD 6970과 6950은 일부 제원의 차이가 있지만 메모리 용량과 인터페이스는 같다.

     

    ▲ AMD는 우선 HD 6970의 경쟁 제품에 GTX 570을 지목했다. HD 6950은 아직 뚜렷한

    경쟁 제품이 없어 향후 엔비디아가 대응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두 그래픽카드의 디자인은 근본적으로 동일하지만 일부 제원에는 차이가 있다. 특히 성능에 영향을 주는 스트림 프로세서의 수와 그래픽 프로세서 및 메모리 작동 속도 등이 다르다. HD 6970이 상위 제품인 만큼, 제원에서는 단연 앞서는 모습을 보인다.


    큰 공통점은 메모리 인터페이스와 용량 등으로 HD 6970은 기본 256비트 인터페이스에 2GB 용량의 GDDR5 메모리를 채용한다는 점이다. 출력단자 역시 두 개의 DVI 포트와 미니 디스플레이포트, HDMI 포트 모두 동일하게 제공되는 점도 눈에 띈다.


    ▲ 듀얼 바이오스를 통해 그래픽카드의 가능성을 크게 열어뒀다.


    이번 제품에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듀얼 바이오스' 부분이다. HD 6900 시리즈에서는 메인보드에서나 볼 법한 듀얼 바이오스를 제공하는데, 한 개의 세팅은 사용자 임의의 업데이트를 할 수 있고 다른 하나의 세팅은 보호된 것으로 제조사의 것을 쓴다.


    듀얼 바이오스는 전문 사용자들에게 환영 받을 부분으로 오버클럭 데이터가 있는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은 좋게 평가할 수 있다. 이 부분은 HD 6970보다 HD 6950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2세대 다이렉트X 11 설계 '플래그십' 그래픽 프로세서, HD 6900 시리즈 = 라데온 HD 6900 시리즈의 그래픽 프로세서, 2세대 다이렉트X 11을 지원하는 이번 그래픽 프로세서는 4방향 최장지시명령어(VLIW-Very Long Instruction Word) 구조를 통해 성능을 개선했다. 이전 라데온 HD 5000 시리즈는 5개의 최장지시명령어를 갖는 구조다.


    라데온 HD 5870의 경우, 5개의 최장지시명령어에 1,600개의 스트림 프로세서가 배분되는 구조다. 1개의 명령어당 320개의 프로세서가 쓰이는 셈이다. 하지만 라데온 HD 6970는 4개의 최장지시명령어에 1,536개의 스트림 프로세서가 배분된다. 1개의 명령어에 384개가 쓰이는 셈인데, HD 5870 대비 64개 더 많은 수이기에 그래픽 연산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단순히 명령어가 1개 줄어든 구조지만 이 때문에 코어 처리 디자인은 대폭 수정됐다. HD 6900 시리즈에서는 스트림 프로세싱 유닛이 부동 소수점 연산 및 정수 연산을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라데온 HD 6900 시리즈는 HD 5800 시리즈와 비교해 스트림 프로세서 수는 줄었지만 더 빠른 성능을 낼 수 있다.


    코어 면적당 성능은 늘고 구조는 단순해졌다. AMD의 자료에 따르면 이전 5단계 최장지시명령어 구조보다 10% 가량 면적당 성능이 올랐다고 한다.


    이렇게 태어난 라데온 HD 6970은 1,536개의 스트림 프로세서와 96개의 텍스처 유닛, 32개의 컬러 ROP, 128개의 Z/스텐실 ROP를 지니고 있으며 880MHz의 속도로 작동한다. HD 6950은 1,408개의 스트림 프로세서에 88개의 텍스처 유닛, 32개의 컬러 ROP, 128개의 Z/스텐실 ROP를 지녔고 800MHz로 작동한다.



    ◇ 2GB 대용량 메모리, 256비트 인터페이스 구조 돋보여 = 하드웨어의 성능 향상에 따라 메모리 또한 성능이 향상됐다. HD 6900에서는 최대 1,375MHz(5.5Gbps) 속도의 GDDR5 메모리가 쓰였다. 인터페이스는 256비트로 상위 제품 라인업 기준을 따르고 있다.


    용량은 HD 5800 시리즈의 1GB보다 두 배 증가한 2GB 용량의 메모리를 얹었다. 넉넉한 버퍼는 고해상도 영역의 데이터 처리시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 용량만 따졌을 때 엔비디아 지포스 GTX 580의 1.5GB보다 500MB 가량 많다.


    ▲ PCI 보조전원 커넥터 모서리가 살짝 깎여 있는 모습, 이는 모서리에 쿨러가 닿기 때문인데

    그대로 출시됐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제거하고 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카드의 기판 디자인은 라데온 HD 5800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보조전원 커넥터 부다. 양쪽이 아닌 한 쪽 모서리가 조금 깎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AMD에서 제공된 샘플 제품 뿐 아니라 다른 양산 제품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확인 결과, 모서리를 깎지 않을 경우 쿨러에 장착된 냉각팬이 좌측 PCI 보조전원 부에 닿도록 설계돼 있다. 초기 디자인대로 출시가 됐을 경우 소음을 동반하면서 제품이 손상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른다. AMD가 당초 출시 예정일을 늦춰 HD 6900 시리즈를 선보인 것은 이 부분도 적지 않게 영향을 줬을 것으로 여겨진다.


    초기 제품은 모두 좌측 PCI 보조전원 커넥터 모서리가 깎인 채로 출시되지만, 향후 이 부분은 개선의 여지가 있기에 크게 문제될 부분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쿨러는 지포스 GTX 580, 570에 쓰이는 증기챔버 방식을 쓴다. 이 방식은 그래픽 프로세서가 맞닿는 면적에 증기실을 만들고 냉각수가 순환하며 발열을 억제한다. 일반 쿨링 솔루션보다 발열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AMD는 라데온 HD 5800 시리즈를 통해 저발열 이미지를 새롭게 심어준 바 있다. 과연 라데온 HD 6900의 쿨링 시스템이 얼마나 뛰어난 냉각 성능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당장 성능이 아쉽지만, 큰 가능성 열어둔 그래픽카드


    라데온 HD 6900 시리즈의 성능을 알아보자. 성능 비교에 앞서 대조군은 동일한 2세대 다이렉트X 11 설계가 적용된 지포스 GTX 580, 570이 선정됐다.

     

    - 시스템 사양
    CPU - 인텔 코어 i5 750 (터보부스트 끔) / 메인보드 - MSI P55-GD85 / 메모리 - G.SKILL PC3-12800 CL9 4GB / 하드디스크 - WD 벨로시랩터 150GB / 전원공급장치 - 기가바이트 오딘GT 800W / 윈도우7 얼티밋K 64비트 / 드라이버 버전 - 263.09(GTX 580, 570), Catalyst 10.12 프리뷰(HD 6900)


    ◇ 3DMark 11 테스트



    3D마크 11 테스트를 통해 각 제품간 성능을 비교했다. 라데온 HD 6970은 지포스 GTX 570에 HD 6950은 GTX 570보다 약간 모자라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익스트림 테스트도 폭은 다소 다르지만 같은 양상을 보인다.


    성능으로 치면 라데온 HD 6950 < HD 6970 ≤ GTX 570 < GTX 580 정도로 어느정도 압축된다. 일부 부분에서는 라데온 HD 6970이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GTX 570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 할 수 없다. 다소 아쉬운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 헤븐 벤치마크 (Heaven Benchmark) - 초당 프레임 테스트



    헤븐 벤치마크 테스트에서도 3D마크 11의 결과치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HD 6970과 6950 사이에 GTX 570이 위치하는 상황이다.


     


    ◇ 성능 자체로는 아쉬운 모습, 그 외 부분에서는 메리트 있어 = 라데온 HD 6970의 성능, 1,500여개의 스트림 프로세서와 5.5Gbps 속도의 메모리를 갖췄음에도 GTX 570과 비슷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이 제품을 기다린 마니아에게 아쉬운 점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성능적 부분 외에 기능적인 부분을 짚어보면 AMD가 주는 메리트가 아주 없다고 할 수 없다. 파워튠을 통한 전력 관리 부분과 듀얼 바이오스 등은 지포스에서 맛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이며 라데온 HD 6900 시리즈의 최대 강점으로 부각된다.


    결정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지만, 이번 라인업 중에서 가장 큰 가능성을 보인 제품은 라데온 HD 6950이다. 라데온 HD 6970과 동일한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가격은 299달러로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성능도 기본 상태에서도 무난하게 쓸 수 있을 정도이기에 메리트가 크다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스 설정을 통해 혹시나 숨겨져 있는 스트림 프로세서를 되살릴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어 마니아의 구미를 당길 제품이다.


    2세대 다이렉트X 11 경쟁, 상위 제품간 싸움에서는 일단 엔비디아가 승리를 챙겨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퍼포먼스 급과 메인스트림 급간의 경쟁이 남아 있다. 아직 엔비디아는 중원 싸움에 약하다. 이를 AMD가 어떻게 파고드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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