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IBM 호환 PC’를 꿈꾸는 구글 ‘안드로이드’?


  •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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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12-19 12:39:39

    지난해 11월 아이폰 출시 후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열풍이 일고 있다. 아이폰은 스마트폰 대중화로 모바일 빅뱅을 일으키며, 우리 산업·사회 전반에 걸쳐 ‘스마트 혁명’을 촉발시킨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아이폰이 촉발한 스마트폰 열풍으로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수는 12월 현재 약 600만 명으로 아이폰 도입 전에 비해 13배가 증가했다. 국내 전체 휴대폰 가운데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아이폰 도입 전 3% 미만에 불과했으나 12월 기준 약 40% 이상으로 급증한 셈이다.

     

    애플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대중화 기틀을 마련했다면 구글은 다양한 가격대와 성능을 지닌 안드로이드 폰으로 600만대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58%를 넘어서면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재주는 애플이 부리고 시장 점유율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가져간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뒤를 애플 iOS가 162만대로 26.9%, 윈도모바일 65만대 10.8% 순으로 이었다. 올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OS 시장은 노키아의 심비안이 36.6%로 1위를 차지했고 안드로이드가 25.5%로 2위로 부상했다. 그 뒤를 애플의 iOS(16.7%), 림의 블랙베리(14.8%) 등이 이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소니에릭슨 엑스페리아 이후 갤럭시S가 출시되면서 안드로이드 폰 판매대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연말 델 스트릭, 베뉴와 팬텍의 4인치 베가 알파, 그리고 LG전자의 옵티머스 X2까지 각 제조사로부터 다수의 안드로이드 폰이 등장한다.

     

    내년에는 미국에서도 안드로이드 폰 판매대수가 아이폰을 뛰어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폰에 적극적인 제조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일정한 법칙 같은 것이 보인다.

     

    “HTC ·삼성전자 ·LG전자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델 ·에이서”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해 약진하려는 회사, 일찍이 세계 시장에서 패권을 잡았지만 노키아에 완전히 밀린 회사, 그리고 커다란 하드웨어 제조사지만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에서 영향력이 없는 회사 등이다. 현재로선 메일과 웹, 간단한 애플리케이션 사용은 아이폰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 물론, 안드로이드도 ‘아이폰’에 없는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애플리케이션 위젯, 대기 시간을 줄이는 멀티태스킹 등). 그러나 안드로이드의 본질적인 가치는 여러 의미에서의 ‘자유’에 비견된다.

     

    안드로이드, ‘IBM PC’ 될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관계는 25년 전 맥(당시는 매킨토시)와 IBM PC 관계에 비교된다. 맥이 기본적으로 애플 한 곳에서만 판매되는 반면 IBM PC는 같은 사양의 PC가 각 제조사에서 호환 PC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다. 그리고 윈도우가 시장을 지배한다.

     

    이 비유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컴퓨터(스마트폰)/컴퓨터 이외라는 도표를 그려보면 분명해진다. 맥, IBM PC, 아이폰은 컴퓨터와 하드웨어, 맥OS, 윈도우, iOS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인 반면 안드로이드만 컴퓨터와 컴퓨터 이외 소프트웨어에 속한다.

     

    =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은 물론 PMP와 태블릿 시장까지 전방위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최근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기기가 급증하고 있다. 조카 방에 인형이 하나 둘씩 늘어가 어느새 인가 방 한 가득 채우듯이 안드로이드 탑재기기는 조용히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수스와 에이서, 샤프, 도시바 등 알만한 업체들이 준비한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태블릿만이 아니다. 니콘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포토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사실 가전 AV기기에서도 운영체제의 중요함을 일찍이 표명하고 움직인 제조사가 소니다. 1990년대 소니는 ‘아페리오스’라는 운영체제를 개발, 로봇 ‘아이보’에 탑재했다. 아이보의 머리를 어루만지거나 수를 내면 사칙 연산을 하는 등 요컨대 컴퓨터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현재, 소니는 이 운영체제 개발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으며, 레코더나 디지털 카메라 운영체제로는 리눅스를 사용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느린 개발 속도가 이유다. 전 세계 엔지니어가 서로 협력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오픈소스의 ‘수의 원리’에 당해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기기에 탑재되는 안드로이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필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흐름에 있다.

     

    “리눅스는,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중요한 기술 중 하나가 전력 절약 기능이다. 최근에는 서버 시장에서도 그린 IT라는 개념이 폭 넓게 적용되면서 에너지 소비 문제를 해결하려 혈안이다.

     

    모바일 분야에서 싹 튼 전력 절약 기술이, 서버 분야에서 활용되는 시점에 놓여있다.” 리눅스와 마찬가지로 오픈소스의 일종인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향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전개될지 모른다.

     

    다양한 기기에 탑재, 안드로이드로 모인다?

    구글TV의 등장은 이러한 ‘범 안드로이드 사상’의 시발점으로 점쳐진다. 20세기 중반 등장해 전 세계 거실을 점령한 ‘텔레비전’을 타깃으로 잡았다는 점이 더욱 더 그러하다. 특히 광고(애드센스)나 T코머스(TV상거래)는 지금까지의 TV와 다른 패스널라이즈화 되어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구글은 누가 어떤 ‘말’로 검색을 했는지를 갖고 장사를 해 왔지만, 지금부터는 어떤 ‘영상’을 감상하느냐로 이익을 내고자 한다. 구글 검색 시스템 기반에서 웹상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에게 ‘구글 주스’(Google Juice)를 나눠준다. 매우 단 과실의 맛을 잊을 수 없듯이 이들을 붙잡기 위한 관개 시스템이 안드로이드다.

     

    즉, 구글의 다음 생명선은 안드로이드이며, 그 실체가 구글TV다. 현재로서는 ‘쿼티 키보드가 필요한 텔레비전’에 불과함을 부인할 수 없다. 애플 아이폰의 편리함이나 아이튠즈 스토어와 아마존 킨들의 위스퍼넷이 최종 목적지다. 애플과 아마존은 절대로 썩지 않는 콘텐츠라는 마법과 같은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구조를 탄생시켰다.

     

    게다가, 두 회사는 사이트에서 음악이나 e북을 한 번 사면 죽을 때까지 재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얼마나 사용하기 쉽고 편리하냐?’인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계산 처리는 네트워크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단말기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컴퓨터가 해 왔던 것을 전부 인터넷에서, 예컨대 TV에 비유하면 중요한 프로그램을 전부 TV에서 만들어 제공한다는 구조인 셈이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폰의 미래가 모든 애플리케이션의 플레이어이고, 인터넷의 처음과 끝이 되어 모든 것이 타깃 광고의 미디어가 되는 새로운 시대의 ‘텔레비전’이 아닐까 싶다.

     

    델이나 에이서가 스마트 폰 시장에서 착실히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들 회사는 이 흐름이, 컴퓨터 시장까지 흡수할 것임을 알 것이다. 이미 소니는 바이오P 내부 구조를 PC라기 보다는 스마트폰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경했다. 애플이 새로운 맥북 에어와 함께 발표한 ‘맥 앱 스토어’로 이러한 움직임의 하나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형제격인 크롬 기반 운영체제와 크롬 웹스토어, 크롬 운영체제 탑재 노트북 등을 공개했다. 크롬 웹스토어는 구글의 크롬 웹 브라우저에 최적화된 웹 애플리케이션 스토로 커뮤니케이션, 교육, 엔터테인먼트, 패밀리, 게임 등의 카테고리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을 인스톨하면 새로운 탭 페이지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에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개발자들은 기존에 만든 웹 애플리케이션을 크롬 웹스토어에 올릴 수 있으며 자신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에 결제 서비스도 간편하게 결합시킬 수 있다. 이들 애플리케이션은 주로 HTML5로 만들어져 크롬 웹 브라우저는 물론 애플 아이패드의 사파리 등에서도 구동 가능하다.

     

    스마트폰과 구글TV의 안드로이드와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화두로 떠오른 크롬 운영체제. 크롬 운영체제가 구글 웨이브의 운명을 따를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하지만 전직 구글 임원 출신 폴 북하이트(Paul Buchheit)의 말처럼 안드로이드와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운영체제 전략은 현재 안드로이드와 크롬으로 나눠져 있다. 넷북, 태블릿, 스마트폰이 컨버전스화되고 있기는 해도 아직은 각자의 시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컨버전스 확산으로 넷북과 태블릿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가운데, 안드로이드 적용 분야는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크롬 기반의 웹스토어와 웹 브라우저 등 컴퓨터 기반에서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는 기능들이 안드로이드로 편입된다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어 컴퓨터 시장까지 시장 지배력은 더욱 더 거세질 것이 자명하다.

     

    = 네트워크는 컴퓨터 이외의 다양한 인터페이스가 요구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 클라이언트는 상대적으로 UI가 중요하다. 모든 기기가 iOS, 안드로이드, 웹OS를 채택한 단말기로 집약될 가능성이 크다.

     

    모든 기기를 장기적으로 ‘미래의 TV’(Future TV)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구글의 최종 목적지다. 안드로이드가 단지 앤디 루빈이라는 프로젝트의 중심 인물 이름에서 따온 것일 뿐(Andy→Android)지만, 문자 그대로 인간에게 있어 보편적인 파트너(IBM 호환 PC)와 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을 부인하기 힘들다.


    베타뉴스 이상우 (oowoo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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