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싸이월드는 왜 소셜미디어로 진화하지 못했을까?


  • 윤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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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11-29 14:27:10

    싸이월드는 왜 소셜미디어로 진화하지 못했을까?

     

    2010년은 소셜미디어가 엄청나게 성장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웹 2.0 열풍이 불었을 때는 ‘2.0’이라는 단어만 붙이면 새로운 것, 차세대로 통했다. 최근에는 ‘소셜’만 붙이면 새로운 것, 차세대로 통한다. 소셜커머스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처럼 ‘소셜’이 엄청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소셜’이 그리 나선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최근 페이스북의 급성장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에 하나가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왜 진화하지 못했을까?에 대한 생각이다. SNS의 원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싸이월드다. 그런데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여전히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작은 팝업창에, 비슷한 UI까지, 몇 년 동안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물론 싸이월드는 ‘C2’, ‘싸이 블로그’, ‘C로그’ 등이 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싸이월드하면 미니홈피다. 사실 싸이월드가 내놓은 서비스들은 미니홈피를 제외하고 대부분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07년, 싸이월드가 미니홈피 차세대 서비스로 내놓을 ‘C2’에 기대하고 있다가 블로그에 위젯을 접목한 형태로 밝혀지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 싸이는 왜 진화하지 못했을까? 싸이는 개인의 일상에만 너무 치우쳐 있었던 것 같다. 페이스북을 보면 확연히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의 페이스북은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고 단순히 인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차원의 SNS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뉴스와 정보를 올리고 있으며 인적 네트워크를 타고 유통되고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SNS에서 소셜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여전히 사진을 올리고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재미만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발전이 더디고 진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니홈피는 여전히 인맥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전형적인 SNS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웹서비스를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직장인이나 장년층은 급속하게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로 이동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대한 환상이 없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고, 갖고 싶고, 운영하고 싶었기 때문에 미니홈피가 뜰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니즈가 전혀 없는 상태다. 왜냐하면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통해 이미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니홈피를 쓰는 사람은 여전히 미니홈피를 쓴다. 그리고 싸이월드는 대한민국에서 4위에 랭크되어 있는 사이트다.(랭키닷컴 순위 기준) 그 영향력은 여전히 지대하지만 발전이 없는 상태로 유지만 되고 있다.

     

    필자가 볼때 싸이월드는 C로그와 같은 다른 서비스를 새롭게 런칭할 게 아니라 미니홈피의 작은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 현재의 미니홈피와 C로그를 병합한다면 페이스북과 거의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제 미니홈피의 작은 창을 버려야 한다는 것! 물론 반발이 거세질 수도 있고, 기존의 이용자들이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말 가치 있는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서비스이다. 스킨, 배경음악과 같은 아이템 판매로 수익을 내고 있는 보기 드문 서비스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웹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싸이월드가 진화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그들이 좀더 분발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베타뉴스 윤상진 (genie.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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