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페이스북의 새 그룹, 운영자 죽이기 일환인가?


  • 이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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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11-01 23:00:08

    페이스북이 10월 초 내 놓은 새 그룹은 많은 혁신적인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멤버를 강제로 넣을 수 있는 기능은 좀 무례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룹을 순식간에 키우고 순식간에 활성화 시키기에 제격이다.

     

    거기다 멤버들이 글을 올리면 바로 바로 알림으로 알려주니 북적이는 살아있는 그룹으로 운영하기에 안성 맞춤이다.

     

    또 이전에 쓴 글이라도 누군가 댓글을 달면 맨 위로 그 글이 다시 올라가게 되어 역동적으로 그룹이 운영될 수 있다. 단체 채팅 기능도 매력적이다. 클릭 한번으로 모든 멤버들과 단체 채팅을 즐길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새 그룹에 대한 인기가 높다. 새 그룹이 공개된 후 새롭게 만들어 지는 그룹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 강력한 새로운 그룹의 제공으로 이전 버전의 그룹을 만들어 운영하던 사람들은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의 그룹을 버리고 새 그룹에서 다시 시작할 것인지 그냥 구식이긴 하지만 기존의 그룹을 계속 운영할 것인지의 고민이다.

     

    새 그룹에 있는 기능을 구 그룹에도 넣어 준다면 좋겠지만 페이스북측은 절대 그렇게 해 주지 않을 것 같다.

     

    기존 그룹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새 그룹은 장단점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장점들도 있지만 핵심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운영자의 권한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기존 그룹에서는 그룹이 커질수록 운영자의 힘도 같이 커지는 형태였다. 그러나 새 그룹에서는 만든 사람이나 일반 회원이나 모두 똑 같은 권한을 갖게 되었다. 단순히 만든 사람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페이스북이 개설자를 운영자로서 대우 해 주지도 않는다. 권한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평 회원 수준 밖에 안 된다.

     

    이런 부분이 기존 그룹 운영자가 새 그룹을 봤을 때 느끼는 불만이다. 이런 새 그룹을 내 놓은 것을 봤을 때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은 그룹의 운영자가 힘을 갖는 것을 싫어하는 듯하다.

     

    회원이 많은 큰 그룹이 출연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작은 그룹을 만들어 재미있게 놀기를 바라는 것 같다. 10월 초 페이스북이 새 그룹을 공개할 때에도 유난히 '소규모'를 강조했었다. 그룹 메뉴에 들어가 봐도 '소규모'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그룹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면서도 '소규모'의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공유, 채팅, 이메일 교환 등을 즐기기라고 써 놓았다.

     

    소규모를 강조한 페이스북의 새 그룹

     

    새 그룹을 발표하던 날 발표 동영상을 보면서 기존 그룹과는 별도로 소규모 모임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 놓은 줄 알았을 정도로 말끝마다 '소규모'를 강조하는 것을 보았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페이스북은 거대 그룹의 출현을 반기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고, 가능하면 운영자의 권한을 빼앗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했다.

     

    찬밥 신세가 되어 버린 이전 그룹들

     

    거기다 그룹 전체 보기 메뉴에 들어가 보아도 이젠 '이전 그룹'이라며 한꺼번에 묶어서 보이지도 않게 만들어 버렸다. 새 그룹들에는 이미지까지 나오게 해주고, 새로운 업데이트가 있으면 그 그룹을 위로 올려주는 친절함을 제공하면서 구 그룹은 완전 찬밥 신세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기존 그룹만의 장점도 있다. 바로 전체 쪽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이 그것이다. 전체쪽지는 스마트폰이 급속히 보급 되면서 더욱 힘이 커지고 있어서 그룹 운영자에게는 큰 매력이다.

     

    새 그룹은 전체쪽지 기능이 없어지고, 전체 메일 기능이 생겼다. 전체 메일 보다는 전체쪽지가 더 힘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전체쪽지의 단점도 있다. 최대 5000명에게만 쪽지를 보낼 수 있어서 5000명 이상의 대형 그룹을 운영하는 운영자에게는 불만 중 하나다. 전체메일은 아직 제한이 없는 것으로 보여 단점이자 장점일 수 있다. 기존 그룹의 전체 쪽지는 운영자만 보낼 수 있어 운영자에게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새 그룹에서는 단체 메일을 운영자뿐 아니고 모든 멤버들이 다 보낼 수 있게 바뀌었다.

     

    기존 그룹을 운영하던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새 그룹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 그룹을 그대로 운영할 지 새 그룹으로 갈아 탈 지 기존 그룹 운영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베타뉴스 이직 기자 (leeji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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