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칼럼] 당신의 개인정보는 안녕하십니까?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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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10-04 16:00:33

    주말마다 마트에서 부부가 함께 장을 보는 40대 김 모씨.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많은 이들이 모여 웅성거린다. 알고 보니 창사 기념으로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고객사은잔치를 한단다. 설마 내가 되겠어 하면서도 혹시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명함 만한 응모지에 이런 저런 정보를 적어 낸다. 부디 당첨되기를 바라면서...

     

    인터넷 서핑을 즐겨 하는 20대 이 모양. 자주 가는 P2P사이트를 방문했더니 추석맞이 특별 사은행사로 무료 이용권을 준단다. 응모페이지를 열어 성심성의껏 가득 채워 응모를 했다. 다음 달에는 공짜로 드라마를 내려 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함께...

     

    휴대폰을 바꾸기 위해 대리점을 찾은 박 군. 휴대폰 가입 신청서를 성실하게 썼다. 뭔 싸인을 하는 곳은 이리도 많은지...

     

    이미 눈치 챘겠지만 지금까지 개인 정보 유출은 보통 이런 형태로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개인정보 유출의 고전적인 형태다. 그렇지만 요즈음은 소비자들도 똑똑해지고 많은 캠페인 덕분에 예전보다는 훨씬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하다. 승용차가 당첨되기를 바라지만, 작은 글씨로 당신의 정보는 제휴사 마케팅에 이용될 수 있다는 말에 응모를 주저하고, 공짜 이용권보다는 나의 정보가 더 소중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다. 휴대폰 대리점에서 가입 신청서를 다시 받아오자는 캠페인은 아침 라디오에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슈인 SNS의 개인정보 유출은 아직 그 활용도와 관심에 비해 미약하기만 해서 걱정이다. SNS를 쓰지 않으면 미개인 취급을 당하는 분위기에 너도 나도 서둘러 가입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부정적인 측면에는 민감하지 않다. 특히 개인정보가 그렇다. 이는 SNS에서 말하는 개인정보가 전통적인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이름, 이메일, 주소 등은 물론 다른 형태로 가공, 저장, 활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대 직장인 최 모씨처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많이 활용하는 이가 오랜만에 들린 맛집 소개를 위해 정성스럽게 사진까지 찍어 글을 올렸다고 치자. 그와 연결된 많은 이들은 순식간에 최 모씨의 위치는 물론 알게 모르게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심지어 가족여행을 갔다는 말에는 그의 집이 비었다는 “소중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 다른 예로 이 맛집을 자주 들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주 자연스럽게 최 모씨에게 접근할 수도 있다. 그가 어떤 의도로 접근했는지는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지만, 실제로 영국과 미국에서는 트위터를 이용한 빈집털이 기사가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는 전통적인 개인정보와 SNS의 개인정보가 다르며, 더군다나 SNS의 개인정보는 무엇보다 실시간이라는 강력함을 갖춰 악용될 소지가 더욱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모 언론사에서는 본인의 동의를 얻어 그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실명은 물론 종교, 결혼여부, 직업, 전화번호, 자택주소는 물론 생활 습관 등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 언론사가 이런 고급스러운 정보를 얻는데 걸린 시간은 딱 한 시간이었고 주어진 정보는 단지 트위터 주소 한 줄이었다.

     

    SNS 가운데서도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이스북의 경우 다른 SNS보다 유출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나의 개인 정보를 넣어야 연결되는 사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메일주소와 비밀번호를 요구한다. 기업비밀이기는 하지만, 페이스북을 믿고 이메일과 비밀번호는 알려준다는 것에 당신은 안심하는가? 이메일 계정엔 결코 남에게는 보여서는 안 될 많은 정보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이 회사 메일이건 개인 메일이건 마찬가지다.

     

    또한 페이스북의 친구 요청 시스템은 아주 독특한 아이디어이고, 지금껏 페이스북을 이끌어 나가는 힘이기는 하지만, 앞서 설명한대로 나도 모르는 이들이 친구신청을 할 때 과연 이 사람은 나를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하면서도, 혹시 내 정보다 악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전혀 없지 않았는가? 일부 포털사이트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까지 마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원한 답변은 하지 않는다. 설사 그것이 합법이라도 불안감도 합법은 아니다. 

     

    “에이. 내가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내 정보를 가까운 친구들에게 조금 오픈한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나겠어?”라는 그 동안의 생각은 버려라! 친절하고 편리한 SNS의 뒷면은 당신이 모르는 그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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