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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실의 대박? 미래의 가능성?' 게임 퍼블리싱의 딜레마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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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7-29 11:31:54

     

    <서든어택 서비스권을 놓고, CJ인터넷과 넥슨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CJ인터넷,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흥행게임 놓고 수싸움  

    대작게임 서비스권을 놓고 업체간 경쟁이 뜨겁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마찰도 끊이질 않는다. 국내게임사 CJ인터넷은 총싸움게임 양대 산맥 ‘서든어택2’와 ‘스페셜포스2’의 서비스 권을 획득했다.

     

    ‘스페셜포스’는 네오위즈게임즈가 성공시킨 게임인데, 후속작은 경쟁사 CJ인터넷 쪽에 넘어갔다. CJ인터넷은 흥행 1,2위를 다투는 대작게임의 후속작을 모두 확보하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그런데 불안요소가 있다. 대표작 ‘서든어택’이 또 다른 경쟁사 넥슨의 손에 넘어가게 생겼다.

     

    한국에서 최고인기를 끌고 있는 ‘서든어택’은 씨제이인터넷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게임이다. 하지만 ‘서든어택’ 개발사 게임하이를 넥슨이 인수하면서 재계약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넥슨이 흥행작 서든어택 시리즈를 자체 서비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넥슨은 개발사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네오플을 인수해 캐주얼게임 ‘던전앤파이터’를 확보했고, 엔도어즈를 사들여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아틀란티카’를 가져왔다. 이번엔 게임하이를 인수하면서 국내 최고흥행작 ‘서든어택’을 품에 안게 됐다. 이렇다 보니 CJ인터넷도 ‘서든어택’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됐다. ‘서든어택 2’도 안심할 수 없다.

     

    게임하이의 경영권을 인수한 넥슨이 ‘서든어택2 ’개발을 지연시키면 씨제이인터넷 입장에선 손 쓸 방법이 없다. 게임업계에선 개발사의 늦장 개발로 게임계약이 중지된 사례가 많다. 실제로 증권가에선 서든어택 재계약여부를 씨제이인터넷 투자변수 1순위로 꼽을 정도다.

     

    한편 대작게임을 놓쳐버린 네오위즈게임즈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FPS 게임 ‘아바’의 후속작 ‘메트로컨플릭트’가 엔에이치엔에 넘어간데 이어, ‘스페셜포스2’ 마저 경쟁사 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의 대작 쏠림현상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잘나가는 게임은 바싸게 팔리지만, 일반게임은 변변한 서비스사도 찾지 못하게 된다. 자본이 많은 업체들이 흥행게임을 독차지 하면서 업계 불균형이 심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게임 서비스사가 바뀌면서 이용자도 불편하다. 보통 게임서비스사가 바뀌게 되면 기존 게임의 이용자 정보를 이양해 주는 게 관례다.

     

    이용자 정보는 게임을 가입할 때 기입하는 정보로 게임운영에 꼭 필요한 요소다. 넥슨과 씨제이인터넷의 서든어택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용자 정보 이전문제로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씨제이인터넷이 수백 만 명의 서든어택 이용자 정보를 양도하지 않으면 넥슨은 다시 가입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넥슨이 서든어택을 자체 서비스하더라도 이용자 정보를 가지고 있는 씨제이인터넷의 도움 없이는 흥행을 이어 갈 수 없다. 전작과 후속작이 각각 다른 게임사에서 경쟁을 펼치는 경우도 생긴다. 스페셜포스는 피망포털에서 서비스되고, 스페셜포스2는 넷마블에서 즐겨야 한다. 게임을 만든 개발사 입장나 이용자들도 혼란을 격을 수 있다.

     

    엔씨소프트, 대작보다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

    대형 퍼블리셔들이 대작경쟁에 매달리기보다 중소 게임사와 상생해 좋은 게임을 키워나가는 작업이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엔씨소프트의 퍼블리싱 행보는 특이하다. 엔씨소프트는 캐주얼게임 ‘펀치몬스터’를 개발한 넥스트 플레이를 인수했고, 제페토와 크레이지다이아몬드의 지분을 확보했다. 지금 ‘대박’은 없지만 ‘대박’을 만들 에너지는 충분한 회사들이다.

     

    다른 게임사들이 대작 모시기에 혈안되어 있는 치열한 경쟁에서 엔씨소프트는 게임의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다. 수백억을 들여 대작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대형 게임사들이 한번쯤은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현실의 ‘대박’을 택할지, 미래 가능성에 배팅 할지, 그것은 퍼블리셔들의 선택이다. 퍼블리서의 이익을 넘어 게임업계의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눈앞의 대박이냐, 미래의 가능성이냐' 지금도 퍼블리셔들은 이런 딜레마에서 고민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중소개발사를 인수해 개발한 첫 타이틀 펀치몬스터>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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