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칼럼

[기자수첩] 게임중독 고민은 '만국공통', 나라마다 다른 처방


  • 이덕규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0-03-17 12:30:35

    정부가 사회적 문제를 빚고 있는 게임중독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온라인게임 피로도 시스템을 확대 도입하고, 과몰입 대응 예산을 10배가량 늘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덮어놓고 무조건 규제만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는 만큼, 섣부른 규제는 오히려 반발만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 보다 먼저 게임시장이 형성된 일본, 미국에서도 똑같은 고민이 있었다. 일본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개인주의’다. 최근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선 개인주의가 팽배하다. 방안에 틀어박혀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면서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나 사회에 적응 할 의지가 없는 ‘니트족’들은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개인주의는 게임과도 무관치 않다. 일본은 비디오게임이 인기를 누리면서 굳이 남들과 어울리지 않더라도 혼자서 살 수 있는 문화가 일상화 됐다. 그렇다 보니 사회적 소외감을 극단적인 범죄로 표출하는 사례가 많다. 2008년, 일본 전자상가 ‘아키하바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때도 게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범인은 평소 게임 마니아로 범행방식도 게임장면과 비슷해 충격을 주었다.


    미국과 유럽은 게임으로 인한 '모방범죄'가 심각하다. 2003년 미국에서 총기 난사사건을 일으킨 10대 소년 2명이 비디오게임 'GTA3’에서 영향을 받아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GTA33’는 주인공이 길 가는 행인을 죽이거나 폭행하는 등 폭력적 표현으로 유명하다. 사건의 피해자들은 게임을 발매한 소니를 대상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게임으로 인한 문제는 나라마다 비슷하지만 대처방법은 다르다. 일본과 미국같은 나라도 처음엔 판매금지 등 강력한 규제정책을 내놓았지만 사건은 줄어들지 않았다. 최근엔 사건의 원인을 ‘게임 때문’이 아닌,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일본은 청년 실업문제, 파견근무자, 사회안전망 확충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을 내놓았다. 물론 규제도 엄격하게 시행된다. 수위가 높은 게임은 19세 이상 'Z'등급을 매겨 광고를 할 수 없다. 올해 최대의 기대작 ‘갓오브워3’도 폭력성이 심해 ‘Z’등급을 받아 일본내 TV광고를 할 수 없게 됐다.


    폐쇄적인 게임문화를 바꾸려는 노력도 수반된다. 닌텐도 게임기 ‘위(wii)’는 혼자만 즐겼던 게임을 가족끼리 함께하는 환경으로 만들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도 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게임중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이어진다. 미국의사협회는 비디오 게임 중독을 정신질환으로 명시하고 단순한 규제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병행된다.

     

    그러나 한국, 중국 등은 사건이 터지면 정부가 나서 규제부터 내놓는다. 중국은 게임시간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했고, 한국도 검토하고 있다. 강제적인 규제가 어디까지 실효성을 거둘까? 

     

    게임시간 줄인다고 게임중독이 해결될지도 미지수다. 이는 소주 도수 낮췄다고 알콜 중독자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게임이 아닌 게임밖에 할 수 없는 폐쇄적이고 단절된 시회환경이다.

     

    그속에는 청년실업, 가족파괴 등 여러가지 사회병폐들이 엉켜있다. 게임 하나 잘라낸다고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가 풀릴리 만무하다. 덮어놓고 규제하기 보다 건전한 게임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먼저다. 업계와 정부, 유저들이 한발 물러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결책을 찿아야 한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http://m.betanews.net/490536?rebui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