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칼럼] “스마트폰을 대하는 그리 스마트하지 않은 방법들”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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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3-08 15:32:09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화제가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을 빼놓을 수 없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우리 시장에 소개된 아이폰은 이런 저런 화제를 만들면서 이미 40만대가 넘게 팔렸다. 요즈음에는 한 풀 기세가 꺾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루에 2천대씩 팔린다고 하니 말 그대로 대박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은 마치 90년대 초 중반 PC에 대한 그것과 비슷하다. 요즘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온통 스마트폰에 관한 기사들뿐이다. 비교적 정보를 구하기 쉬운 인터넷은 물론이고 서점의 목 좋은 코너를 차지한 책들은 스마트폰에 대한 것일 정도다. 스마트폰 동호회 가운데는 무려 5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모은 곳도 있다. 이런 추세라면 곧 스마트폰을 잘 쓰기 위한 학원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아니면 벌써 생겼거나 준비하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모 통신사는 스마트폰 사용 강좌를 시작해 겨우 20명을 모집해서 나름대로 알찬(?) 강의를 했다고 한다. 이는 이미 스마트폰 100만대가 넘게 팔린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결코 스마트하지 않은 통신사이다.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언론 역시 스마트폰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듯싶다. 얼마 전 선보인 MS의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인 윈도우 모바일7을 소개하면서 “최신 PC에도 탑재되지 않은 최신 운영체제를 탑재한 핸드폰”이라는 식의 9시 TV뉴스를 보면서 뉴스를 작성한 기자는 물론, 데스크까지도 말 그대로 폰 맹이 아닌가 싶었다. 인터넷으로 스마트폰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다면 결코 이런 뉴스가 나올 리는 없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은 스마트폰을 어떻게 경영에 이용할까, 어떻게 스마트폰에서 먹거리를 찾아볼까 하는 시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메일함에는 각종 기관이나 언론사가 주최하는 스마트폰 관련 세미나 초대장이 하루가 멀게 날아온다. 사장님에게 갑자기 스마트폰 먹거리를 찾아보라는 특명을 하달 받은 이들이 이런 강좌 몇 개를 듣는다고 갑자기 스마트폰 전문가가 될 리 만무하다.

     

    스마트폰 먹거리는 더 그렇다. 우연한 기회에 한 번 들어본 스마트폰 전략 세미나는 참가비는 제외하더라도, 도대체 강의하는 연사들이 스마트폰을 제대로 써보기는 했을지 궁금할 정도로 대부분 책이나 논문을 그대로 읽는 자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이리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을까? 이런 뜨거운 열기는 PC 열풍이 지나간 자리를 닷컴열풍이 이어간 것처럼, 스마트폰 열풍 이후 뭔가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돈벌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이 기회를 놓치면 낙오된다는 절박함, 또는 애니콜 아니면 싸이언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던 한국 모바일 시장을 이참에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 또한 숨어 있다. 물론 작은 PC라는 이름답게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쓸 수 있는 도구로서 스마트폰의 편리함으로 이런 경쟁은 너그럽게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에 대한 가장 큰 불만, 그러면서도 궁극적인, 그러나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바로 그 불만은 기능이나 성능, 그리고 디자인이나 값에 대한 것이 아니다. 바로 통신 정책이라는 이름의 결코 스마트하지 않은 시장 구조다.


    아이폰이 발표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한국 시장에 소개된 배경에는 국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비슷한 기능에 디자인을 살짝 바꿔가며 이른바 보조금으로 소비자들을 몇 년씩 묶어두는 지금의 휴대폰 시장이 계속된다면 향후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은 스마트폰들이 한참 뒤에야 우리 시장에 소개되거나 아예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


    개성 넘치는 휴대폰에 똑 같은 통합 메시지 프로그램을 강요하고, 와이파이가 장착된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애플리케이션은 여전히 3G를 반드시 켜야만 실행된다. 또한, 비교적 넉넉한 외장 메모리가 아닌 비좁은 메인 메모리에만 굳이 설치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유통시키는 일부 포털 역시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대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그저 돈벌이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과연 그것을 쓰는 이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얼마나 쓸모 있게 쓸 수 있는지를 배려하는 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사전에도 없는 이상한 영어단어를 광고할 생각 말고 말이다. 아님 그 단어도 스마트폰 영어 사전에 집어넣던가!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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