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인터뷰

ECS코리아 박학선 지사장 “가격 경쟁력 앞세워 시장 공략할 것”


  • 방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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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2-04 16:36:07

    2009년 봄은 유독 추웠다. 세계 시장을 강타한 경제 위기 한파 때문이었다. 치솟은 환율 탓에 정말이지 너나할 것 없이 힘든 시기였다. 그래도 대부분은 어려움 속에서도 잘 버텼고 희망찬 새해를 맞았다.


    그렇지만 이토록 어려운 와중에서도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둬 베타뉴스를 놀라게 한 업체가 있다. 바로 엘리트그룹컴퓨터시스템스코리아(이하 ECS코리아).


    대체 2009ECS코리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또 올해는 어떻게 될까. 베타뉴스가 ECS코리아 박학선 지사장을 직접 만나 궁금증을 풀었다.

     

    ▲ 엘리트그룹컴퓨터시스템스코리아 박학선 지사장


    ◇ 위기는 곧 기회, 2009년 최대 매출 기록한 ECS 코리아 = 지난 2009년에 ECS코리아는 어땠을까. 박학선 지사장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아직 결산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대략 32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경제 위기로 인해 나가떨어진 업체가 부지기수인데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20091사분기의 경우 솔직히 그리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고 박학선 지사장은 말을 꺼냈다. 일반적으로는 1사분기 실적이 높아야 정상인데 말이다.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치솟았을 때니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이 당시 위기를 헤쳐나가고자 많은 업체들이 감원 또는 연봉 삭감이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는 비단 국내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ECS 본사 역시 각국 지사에 조직 개편으로 수익 구조를 최대한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ECS 지사들이 해당 조치를 단행했다.


    그렇지만 ECS코리아는 달랐다. 박학선 지사장이 유일하게 이에 반기를 들었다. 정리해고도, 연봉 삭감도 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대신 매출을 확실하게 올리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ECS코리아는 호언장담한 대로 경제 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2009년에 최대 규모의 실적을 올렸으며 심지어 직원들에게 인센티브까지 지급했다.


    경쟁사들이 환차손으로 손해를 보고 시장에서 주춤할 때 ECS코리아는 놓치지 않고 빈틈을 파고들었다. 바로 이 점이 ECS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히려 매출을 늘린 비결이다.


    ECS코리아가 단순한 유통사가 아닌, 지사이기 때문에 타사와 달리 자금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은 점 또한 호재로 작용했다. SI 업체 쪽 거래를 다변화 시킨 것 또한 매출 향상에 한 몫 했다.


    박학선 지사장은 또 “한 발 빠른 시장 대응을 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읽고 환율 변화에 맞춰 가격 정책을 빠르게 적용한 것이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였던 만큼 주력 제품 선택에 신중했던 면도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일단 타사가 내놓은 제품의 시장 반응을 보고 나서 움직인 것이다. 위험은 최대한 줄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추구했다. 또 게임방 및 SI 분야 등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만한 곳 위주로 공략한 것이 제대로 먹혔다.


    메인보드 뿐 아니라 그래픽 카드 쪽에서도 좋은 성과를 올렸다. 급격한 매출 신장 덕분에 작년 하반기엔 엔비디아 그래픽 제품군을 취급하는 국내 수입원 중 성장률 1위를 기록해 엔비디아코리아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 데스크톱 시장 침체 예상되는 2010년, 그렇지만 올해도 잘 해 나갈 것 = ECS코리아는 말 그대로 힘들었던 2009년을 화려하게 마감했다. 이 쯤 되면 2010년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엔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박학선 지사장은 이번엔 반대로 조심스러운 예측을 내놓았다.


    일단 2010년 시장 상황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니라며 박학선 지사장은 말문을 열었다. 노트북, 넷북 등 모바일 시장은 큰 성장이 예상되지만 데스크톱 쪽은 잘 해야 현재 상태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시장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실질적인 시장 규모의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그리 좋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올해 역시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말로 뒤를 이어갔다. 박학선 지사장은 “2010년에도 열심히만 한다면 작년 못지 않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도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ECS코리아는 올해 단순한 제품 유통 뿐 아니라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온라인 조립 업체 쪽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또 중간 마진을 최소화 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직판 거래처를 늘리면서 시장 확대를 꾀할 것이라고 박 지사장은 말했다.


    아쉬운 점이 있는지 물어보니 취급하는 제품 종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현재 ECS코리아의 주력 제품은 메인보드와 그래픽 카드 쪽에 한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해당 분야 모두 좋은 성과를 얻고 있기에 딱히 문제될 만한 부분은 없어 보인다.


    ◇ ‘ECS=저가형’ 인식은 그만! 품질 개선에  ‘올인’한 ECS코리아 = 보통 ECS 하면 저가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박학선 지사장에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어봤다.


    그는 “ECS가 저가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달리 말하면 실속 있는 보급형 브랜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야말로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라는 것이다. 박학선 지사장은 ECS 제품은 단지 값만 싼 제품이 아니라 값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이어 그는 “경차가 대형차보다 성능이 뛰어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경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을 테고요. 그렇지만 실속 및 경제성을 놓고 따진다면 경차가 대형차보다 단연 한 수 위입니다.”라며 자사 제품이 지향하는 바를 전했다. ECS 제품이 성능 면에서 고가 제품보다 뛰어나진 않겠지만 값에 비해 높은 만족도를 주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에서 통한다는 말이다.


    ECS 제품 품질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ECS가 초반에 국내 시장에 진입할 때 빠르게 자리를 잡기 위해 박리다매로 제품 가격을 낮춰 판매했는데 이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생산 원가를 최대한 낮추다 보니 품질 면에서 미흡했다”며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사실 ECS 제품의 품질이 크게 떨어졌다기보단 워낙 많이 팔린 탓에 상대적으로 문제 있는 제품이 많아 보였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박학선 지사장은 해당 부분을 굳이 감추려 들지 않았다. 그는 이러한 품질 논란을 “ECS코리아가 성장하면서 겪은 성장통”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이자 미래지 결코 과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최근 ECS코리아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 제품 내실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온 일이다. 박 지사장은 본사 측에 “마케팅을 할 돈이 있으면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라”고 꾸준히 제안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품질 향상 과정은 꽤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본사 쪽에서도 한국 측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이란다.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통하면 세계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일이 많다”며 우리나라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지사장은 이와 관련해 얼마 전에도 본사 엔지니어들이 방한해 2주 동안 국내 PC방 환경을 살펴보고 갔다며 말을 이었다. PC방처럼 극한의 환경에 노출되더라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박학선 지사장은 “이러한 노력 덕분에 요즘엔 ECS 제품이 차츰 저가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점차 고정 관념이 바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기술적으로 상당히 안정됐기 때문에 실제로 요즘엔 제품을 써 본 소비자가 품질을 인정하고 다음에 다시 찾는 경우가 부쩍 늘었단다.


    이어서 그는 “제품 이미지 개선에 대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는 말을 남겼다. ‘반짝’하는 마케팅은 말 그대로 잠깐일 뿐, 아무리 꾸미고 포장해도 결국엔 제품 품질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는 것이다.


    제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좋은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 박학선 지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최근 들어 ECS코리아가 부쩍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ECS코리아의 소리 없는 제품 혁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타뉴스 방일도 (idroom@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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