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잉크젯 프린터 ‘서너 대’쯤 가지고 계시죠?


  • 김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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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12-03 14:47:21

    잉크젯 프린터 ‘서너 대’쯤 가지고 계시죠?

     

    “다들 집에 못 쓰는 잉크젯 프린터 서너 대 쯤은 가지고 계시죠. 잉크 떨어지면 프린터 새로 구입하는 것이 이득이잖아요. 그런데, 표정은 잉크만 구입해 같은 프린터 계속 사용하는 사람들처럼 왜들 그래요?”

     

    요즘 유행하는 개그 소재를 최근 유지비로 논란이 되고 있는 잉크젯 프린터에 접목시켜 봤다. 단순히 웃어넘기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실제 잉크젯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우리네 PC환경은 이미 초등학생부터 시작된다. 요즘에는 과제물도  PC로 완성시켜야 한다니 PC는 이제 생활필수품이 되버렸다.

     

    여기에 프린터는 결과물을 남기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가격 또한 저렴해졌다. 10만원도 안 되는 비용을 투자하면 최신 컬러 프린터를 구입할 수 있다. 디자인도 세련됐으며,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 출력에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실 사용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장점은 여기 까지다. 장점을 상쇄시킬 정도로 유지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죽하면 잉크 떨어지면 프린터 산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시중에서 판매되는 프린터를 조사해본 결과 잉크 구입비용 보다 저렴한 프린터가 다수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프린터에 기본 포함된 잉크량이 적어 저렴하다고 했지만, 업계 1위 H 프린터 제조사 관계자는 “동일한 잉크가 제공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단순하게 가격만 두고 비교 해봐도 이제는 프린터 구입 후 잉크를 구입하는 것 보다는, 잉크를 새로 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이다. 프린터를 구입하면 잉크와 기기 두 가지를 얻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린터 제조사는 기기 팔아서 얻는 이득 보다는 유지보수를 통해 얻는 이득이 크기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진행했던 테스트에서는 업계 관계자의 해명까지도 모두 거짓으로 판명 났기 때문.

     

    기본 제공되는 프린터 잉크량도 적었으며, 판매되는 잉크를 사용했을 경우 더 많은 문서를 출력할 수 있는 것이 확인됐다. 그때가 되서야 H사가 반응을 보였다. 뒤늦게 업계 관계자가 사무실에 내방해 진화에 나섰지만, 내용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는 해명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들의 제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자가 문제가 있다는 말인데……. 믿고 구입한 것도 죄인가?

     

    ◆ 지나치게 비싼 유지비, “잉크 떨어지면 프린터 산다”가 틀린 말?

     

    지난 11월 4일에 ‘프린터보다 비싼 잉크에 두 번 우는 소비자’ 기사를 통해 저가 프린터의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보급형 프린터의 대다수 제품 가격은 잉크 교체 비용보다 저렴한 것.

     

    특정 모델을 대상으로 프린터 구입 후 잉크 교체 방식에 따라 저용량 잉크를 사용자가 선택했을 경우에 프린터 가격은 3만 4,000원이 되는 것이며, 고용량을 선택했을 때에는 프린터 가격이 2,000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계산 됐다.

     

    이 같은 차이점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 H사 관계자는 “실 사용자 환경에 맞춘 맞춤형 제품을 최근 출시했다. 최소한의 마진만 남길 목적으로 내놓은 제품은 사용자의 코드와 일치해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출력량만을 원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은 유지비가 비쌀 수 있다”고 실토했다.

     

    또한, 이 같은 내용은 대리점 관계자를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판매 과정에서 구매자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마진이 우선이며, 판매가 우선인 대리점에서는 팔기 쉬운 저가 제품을 우선으로 권하는 것이 현실이다”며, “프린터 공식 대리점을 통하면 이 같은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조사해본 결과 공식 대리점을 통한 가격은 선호되는 일반 PC 판매점 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 됐다. 결국 좀 더 세밀한 설명을 듣고, 설명에 따른 가격이 포함된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셈. 이래저래 프린터 구매자만 제조사 밥그릇 챙겨주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프린터 구매자는 결국 봉인가? ‘손님은 왕이다’가 아닌 ‘손님은 죄인이다’가 돼 버린 셈이다.

     

    ◆ 기술력 증진은 좋다. 잉크 용량까지 줄인 것은, 왜?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잉크 용량 또한 예전 제품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확인 됐다. 물론 프린터 제조사 관계자는 오래된 제품에서만 표기 했을 뿐, ISO 표준 방식을 도입한 이후 출력량 기준으로 기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순 용량으로 비교하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도 내세웠다.

     

    또한, 실 출력량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잉크 출력 방식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른 결과라는 것. 그렇더라도 잉크 용량을 줄일 필요까지야.

     

    예로, 초기 잉크 용량만큼 잉크를 넉넉히 담고, 제품을 출시하면 더 많은 출력이 가능한데도 말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H사 관계자는 “잉크 용량이 늘어나 대용량 출력을 가능케 한 데스크젯 어드밴티지 제품을 별도 출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최소한의 마진만 남긴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즉, 예전 잉크 용량이 많은 제품이 최근 프린터 기술과 출력 방식에 따라 출력량 기준으로 달라졌지만, 잉크 용량까지 대폭 줄어든 것은 결국 마케팅 방식에 따라서 변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혹을 남긴 것이다. 업계 1위라는 입지를 이용해 철저히 상술 위주로 제품을 설계하고 내놓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의문이다. 확실한 것은 사용자는 아니다.

     

    ◆ 업계 1위 ‘글쎄~’ 도덕성도 의문, 일단 의심하고 보자.

     

    H 프린터 제조사의 흠은 조사를 할수록 끝도 없이 나왔다. 담당자가 한 말조차 뒤늦게 해명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면서 ‘신뢰’는 바닥에 추락한 지 오래. 호언장담하던 담당자의 힘이 섞인 목소리에도 실 테스트를 거친 내용이 연이어 기사화 되자 뒤늦게 기세가 수그러든 것이 불과 얼마 전의 모습이다.

     

    제품에 대해 잘못된 점을 지적하자 자신들의 방식이 끝까지 옳다며 강하게 나오던 업계 1위 제조사. 하물며 프린터 구매자인 자사 고객들에게는 어떻게 대처할 지 심히 걱정이다.

     

    “장사는 돈을 남기는 것이 아닌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조선시대 최고의 거상 임상옥이 했던 말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더구나 업계 1위 프린터 제조사가 아닌가! 위치에 걸맞은 위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베타뉴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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