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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프린터 잉크, 용량 부족 의혹 '점입가경'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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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11-29 10:24:05

     

    HP 프린터의 잉크에 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서 회사 신뢰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HP는 전세계 IT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이다 보니 이런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이 되지 않는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HP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소비자를 속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점점 커지고 있다. 의혹이 커지는 이유는 HP 담당자의 해명이 일관되지 않은 점이 있고, 해명에도 불구하고 베타뉴스는 해명 내용과 전혀 다른 테스트 결과를 가지고 있어서 의문점이 여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혹만 더 커지게 만든 해명

     

    얼마전 베타뉴스는 HP 프린터 잉크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고, 그 후 HP 담당자를 만나 기사와 관련된 해명을 들은 바 있다. 베타뉴스 기사에 문제가 있어 해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마련된 자리라 HP의 해명 내용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런데 해명 과정에서 의혹이 더욱 커져버렸다. 대화 초반 HP 담당자는 번들잉크 문제는 5~6년 전에나 해당되는 문제라면서 지금은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5~6년 전에 이런 기사가 나왔으면 수긍할 텐데 요즘은 이런 문제가 전혀 없어서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기사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hp 담당자는 최근 나오는 제품들은 번들잉크를 사용하지 않고 있고, 판매되는 잉크와 동일한 잉크만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제품이 나온지 아주 오래 되었다고 해명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정상 잉크를 넣었다는 말인가?

     

    그런데, 해명과정에서 말이 바뀌었다. 초반에는 5~6년 전에나 번들잉크를 쓴 모델이 있었다고 했으나, 대화 과정에서 작년에 나오는 제품부터 잉크를 통일했고, 정품잉크만 넣어서 팔고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 결국 5~6년 전의 문제가 아니고 작년 문제란 말인가? 작년 문제라면 결국 지금의 문제일 수도 있다. 작년에 프린터를 구입한 사람이 작년에 잉크를 교체할 확률은 낮다. 사람에 따라 용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1~2년 사용한 후 잉크가 떨어지면 그때부터 잉크 교체 수요가 발생한다. 결국 이 문제는 오래전의 문제가 아니고 지금 현재의 문제가 되게 된다. 지금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은 것이 아닐 수도 있어 보인다.

     

    잉크를 통일한 시점에 대해서는 작년이라고 밝혔으나 번들잉크를 언제부터 넣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또 현재 번들잉크가 들어간 제품이 판매 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못해 초반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 베타뉴스가 테스트한 제품은 2009년 제품인데 구입한 정상잉크에 비해 훨씬 적은 수량의 인쇄밖에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카트리지를 통일을 하긴 했으나 여전히 번들잉크를 넣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 했다.

     

    번들잉크 내장 제품 유통 인정

     

    또 그간 의혹으로만 알려져 오던 번들잉크 제품의 시중 유통 사실을 담당자가 공식 인정해버렸다. 번들잉크란 시중에서 판매하는 잉크카트리지 보다 훨씬 적은 용량의 잉크를 넣은 잉크 카트리지를 말한다. 따라서 판매 중인 잉크에 비해 인쇄할 수 있는 페이지 수도 훨씬 적다.

     

    번들잉크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일반 구매자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프린터에 번들잉크(잉크 용량이 매우 적은 잉크 카트리지)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구입한다는데 있다. 특별히 HP가 잉크용량을 속이지 않았더라도 일반 구매자들은 은연 중에 속은 상태에서 구매를 하게 된다. 카트리지 모양도 같고 새 제품이니 정품 잉크와 동일한 양의 잉크가 들어 있겠지 생각하는 것이다. 이미 구입한 사람들 입장에서도 만약 프린터를 구입할 당시 잉크량을 줄인 번들잉크(혹은 초기잉크)가 들어가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다른 결정을 했을 확률이 높다.

     

    프린터 잉크 가격이 워낙 비싸서 잉크 교체할 바에야 새 제품 사는 것이 유리하다라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돌고 있는 데에는 프린터에 교체잉크와 동일한 량의 잉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들은 은연중에 새 프린터에 들어 있는 잉크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잉크와 용량이 동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번들잉크 사용 의혹이 일고, 이 문제를 일부 매체들이 제기한 데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HP도 최근 번들잉크 사용을 중단하고 정품잉크만 넣어서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타뉴스 테스트 결과 hp 프린터에서는 기본잉크와 정품잉크 간에 인쇄할 수 있는 페이지 수가 크게 차이가 났으나, 캐논 제품은 기본 내장 잉크와 구매한 정품잉크 사이에 출력가능 페이지 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

     

    hp 해명도 신뢰하기 어려워

     

    그런데, 이 부분에서도 신뢰가 잘 가지 않는다. 베타뉴스가 최근 테스트한 자료를 보면 HP의 이 주장을 믿기 힘들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http://www.betanews.net/article/478417

    정말 개선됐나? 용량 부족 문제 여전한 HP 기본 잉크 카트리지

     

    베타뉴스가 입수해 테스트한 F2410 프린터는 2009년 제품이었다. 베타뉴스가 직접 인쇄 테스트를 실시한 자료를 보면 실제 구입한 잉크가 프린터 안에 들어 있던 잉크 보다 3~4배 정도 더 많이 인쇄할 수 있었다. HP가 "작년에 잉크를 통일했고, 번들잉크를 넣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고 한 답변 조차 사실인지 믿기 힘들어졌다. 번들잉크를 넣은 제품을 언제부터 판매하지 않았는 지 더 명확한 답변이 필요해 보인다. 번들잉크는 아니지만 기본 카트리지라는 용량 줄인 것을 새로 만들어 그것을 넣었는 지...

     

    둘 중 하나는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는 듯.

     

    의혹은 또 있다. 번들잉크 제품의 시중유통에 대해서도 HP 담당자는 얼버무렸다. HP담당자는 번들잉크를 넣은 프린터는 타 제품에 번들로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런 제품이 시중에 유통 된 것은 판매업자들의 문제이지 HP의 잘못은 아니라는 투의 해명을 했다.


    판매용 잉크와 내장 잉크가 동일하다고 하는 hp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를 hp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진 : hp사이트 'hp 솔루션 센터'에는 교체잉크에 기본 제공된 카트리지 보다 더 많은 잉크가 들어 있고, 더 많은 페이지를 인쇄할 수 있다고 써 놓았다. 그럼에도 hp담당자는 동일한 잉크가 들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hp교체 카트리지라는 것이 따로 또 존재하는 것인가? 교체 카트리지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정품잉크와 다른 것일까? hp 사이트의 내용과 hp 담당자의 말이 다르다.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일까? 둘 중 하나는 분명 거짓일 것이다.

     

     

    인쇄가능 매수 스펙에 표기 해야


    프린터 업계 공통된 문제가 또 있다. 인쇄 속도만 광고를 하지, 이 프린터로 몇장을 인쇄할 수 있는지는 스펙표에 나와 있지 않다. 실 사용자가 이 프린터로 몇 장의 인쇄를 할 수 있는 지 알아 내려면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한다. 제품 구입 후 박스를 개봉해 카트리지를 봐야 몇 장 인쇄할 수 있는 지 써 놓았다. 구매자들은 이 프린터를 사면 몇 장 정도 인쇄할 수 있을 지 구입 전에 무척 궁금하다.

     

    가격이 싸서 샀는데, 알고보니 다른 프린터 보다 훨씬 적게 프린트한다면 그건 싼 제품이 아니다. 단순 가격만 비교해서는 합리적인 구매가 불가능하다. 몇 장을 인쇄할 수 있는 지 구매하기 전에 손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프린터 업체들은 이런 부분을 표기하기 싫어하는 것같아 업체 스스로 표기해 주길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가 아닐까?

     

     이런 궁금한 사항을 구입 전에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운동을 통해서 밖에 안 될 것 같아 보인다.


    베타뉴스 사회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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