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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프린터 출력 속도 표기, 이대로 괜찮은가


  • 방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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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11-18 20:02:50

    김씨는 이번에 잉크젯 프린터를 새로 구입했다. 새로 산 프린터는 1분 만에 흑백 문서는 18장, 컬러 출력물은 15장을 뽑을 수 있다고 해서 흐뭇해하던 차였다.

     

    그렇지만 막상 문서를 뽑아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1분에 15장을 뽑는다던 프린터는 2분이 지나도록 문서 다섯 장도 채 뽑지 못했다. 김씨는 왠지 속은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 소비자 오해 부르는 프린터 최대 출력 속도 = 보통 프린터 인쇄 속도를 쓸 땐 PPM(Pages Per Minute)을 주로 쓴다. 1분에 몇 페이지나 뽑을 수 있는가를 뜻하는 것이다.

     

    요즘엔 컬러 출력물 기준으로 15ppm 이하의 인쇄 속도를 갖는 프린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1분에 15장 이상의 컬러 출력물을 뽑아내는 제품을 보기 어렵다.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대부분의 프린터 제조사는 초안(드래프트) 출력 시의 최대 속도를 내세운다. 절약 모드라고도 불리는 이 출력 설정은 잉크 소모가 적고 출력 속도가 빠른 대신 결과물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슬쩍 훑어볼 문서를 출력할 때, 지독한 구두쇠라 잉크 한 방울까지 아끼고자 할 때가 아니라면 굳이 해당 설정으로 출력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일부 업체의 경우 초안 출력 외에도 일반 품질 출력 속도를 함께 공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제품 제원에서 강조되는 출력 속도는 초안 품질 기준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반 품질 출력 속도는 초안 품질 출력 속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수치를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이 또한 최대 수치로 표기되어 있어 실제 환경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 프린터 출력 속도 기준의 새 바람, IPM = 대부분의 프린터 제조 업체가 편법에 가까운 최대 출력 속도를 표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프린터 속도 측정에 새로운 규격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것도 소비자가 아닌, 프린터 업체가 먼저 나섰다는 점이 이채롭다.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은 최근 IPM(Images Per Minute)이라는 속도 측정 방법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IPM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규정한 잉크젯 프린터 속도 측정 방식으로 ISO 규격 문서(ISO/IEC 24734 및 24735)를 표준 모드로 출력할 때 수치를 측정하는 방법을 쓴다.

     

    IPM은 최대 출력 속도를 보여주기에 급급하던 기존 PPM 표기 방식과 달리 일반 소비자의 사용 패턴을 고려한 규격이라는 점에서 많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종전 속도 표기방식보다 실 출력 속도에 근접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베타뉴스가 지난 3월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70~80% 이상의 사용자가 프린터를 표준 출력 설정으로 쓰고 있으며 실제 사용 시 느끼는 출력 속도가 제조사 사양에 표기된 프린터 속도와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 캐논의 IPM 표기 방식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2/3 이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PPM과 IPM, 출력 속도 비교해 보니... = 그렇다면 과연 실제 출력 속도는 어떨까. 현재 잉크젯 복합기의 대표 제품으로 꼽을 수 있는 두 제품 HP 데스크젯 F2410과 캐논 픽스마 MP258의 속도를 비교해 봤다.

     

     

    HP 데스크젯 F2410은 초안 품질 기준으로 흑백 18ppm, 컬러 15ppm의 출력 속도를 가진다. 일반 품질 기준으로 표기한 출력 속도는 흑백 7ppm, 컬러 5ppm이다. 캐논 픽스마 MP258의 출력 속도는 흑백 7.0ipm, 컬러 4.8ipm이다. 일반 품질 기준으로 할 때 HP 데스크젯 F2410의 ppm 수치와 캐논 픽스마 MP258 ipm 표기 수치가 비슷한 편이다. 과연 결과에선 얼마나 차이가 날까.

     

    장당 출력 속도는 아래와 같이 5장으로 구성된 PDF 문서를 3회 출력하는 시간을 측정한 뒤 첫 세트 출력 시간을 뺀 나머지 출력 시간을 출력 매수로 나누는 방법으로 쟀다. 두 제품 모두 표준 출력 설정 상태에서 테스트 했다.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캐논 픽스마 MP258 쪽이 HP 데스크젯 F2410보다 컬러 출력과 흑백 출력 모두 조금 더 빠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에선 단순 출력 속도 비교보다는 명시된 출력 속도와 실 체감 출력 속도 간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두 제품 모두 고품질 사진 출력 설정일 경우 이보다 떨어지는 결과를 보이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다.

     

    흑백 18ppm, 컬러 15ppm의 출력 속도를 내세우는 HP 데스크젯 F2410의 제품 사양은 실제 사용 환경과는 꽤 차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 품질 출력 기준으로 할 경우 그 괴리감이 크게 줄어들긴 하지만 이 역시 캐논 MP258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IPM 표기법을 쓴 캐논 픽스마 MP258은 제원보다는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비교적 납득할 만한 정도의 출력 속도를 보여줬다. 출력물의 차이를 감안할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편차다. IPM으로 명시한 출력 속도가 단순히 소비자에게 보이기 위한 수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점수를 줄 만 하다.

     

    ◇ 출력 속도 표기 문제, 재고할 필요 있어 = 초안 품질 기준으로 표기한 프린터 출력 속도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고속 모드 기준으로 표기하는 ppm 형태의 출력 속도가 현재 제품의 성능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엔 아무래도 부족함이 있다. 출력 속도 표기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세워져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그것이 IPM이 됐던 아니던 간에 말이다.

     

    프린터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제품에 명기된 출력 속도를 맹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만약 초안 품질을 기준으로 한 인쇄 속도만 믿고 덜컥 제품을 구입한 뒤 고품질 설정으로 A4 전용지 한가득 사진을 뽑는다면 답답함에 머리를 쥐어뜯게 될 수도 있다.


    베타뉴스 방일도 (idroom@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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