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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 주주환원 외치지만 자사주 소각엔 소극적”...해법은?


  •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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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7-22 15:44:43

    ▲ 여의도 증권가 © 연합뉴스

    자기주식의 취득과 소각은 대표적 주주환원정책임에도 우리나라 상장회사들은 자사주 소각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불공정한 자사주 처분에 대해 주주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 황현영·정수민 연구위원은 “자사주 취득과 소각은 배당과 함께 기업 성과를 주주와 공유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된다”며 “주주환원의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배당을 대체하는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연구진은 “그러나 상장회사들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활용하면서 소각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2년 말 기준 국내 상장기업 중 67.7%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자사주를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 중 2023년부터 2024년 4월까지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은 8.1%에 불과했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의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2017 김우진·임지은)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상장기업은 매년 상장주식 수의 약 2.6%를 취득해 이 중 약 절반을 처분하고, 약 3분의1은 보유해 기업들의 자사주 보유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황현영·정수민 연구위원은 “게다가 상장회사들이 자사주를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인적분할시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강화하는 사례 ▲조직재편시 백기사로 자기주식을 활용하는 사례 ▲상호주 보유를 통해 우호주주를 형성하고 지배권을 강화하는 사례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는 2011년 상법 개정을 통해 자기주식의 취득 뿐 아니라 보유가 자유로워지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됐다.

    법 개정 이후 상장회사는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처분하지 않고 보유할 수 있게 됐으며 처분의 시기나 처분의 대상을 이사회 결의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15년 상법 개정을 통해 조직재편시 신주발행 대신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그러나 신주발행과 달리 자사주의 처분에는 주주 보호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아 불공정한 자사주 처분이 있는 경우에도 주주들은 구제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규제 차익으로 인해 회사는 자사주를 활용해 신주의 제3자 배정에 대한 규제를 우회하면서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자사주를 지배권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처럼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다 보니, 자사주 취득이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2024년 1월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지적되어 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주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시행령 및 규정 개정안을 6월에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크게 3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합병과 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 자사주의 처분시 처분 상대방과 선정사유, 주식가치 희석 효과 등 공시 구체화, 신탁으로 인한 자사주 취득 및 처분시 직접 취득과 동일한 규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금융위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 방안 발표 후에도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기업들이 자기주식을 통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가장 큰 사례가 자기주식의 자의적 처분을 통한 지배권 강화의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고 짚었다.

    이에 연구진은 “상장회사가 재무관리의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은 허용하되, 자사주를 지배권 강화에 이용하는 등의 문제는 방지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환원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자사주에 인정되는 권리 제한 ▲신주의 제3자 배정과 동일한 규제를 통한 공정성 확보 ▲불공정한 자사주 처분시 주주 구제수단 도입 등을 개선과제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자사주에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집중해야 하고, 해외 주요국의 경우 자사주에 어떠한 권리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신주발행시 모든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인정하되 예외적 제3자 발행이 허용되도록 해 주주 평등원칙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처럼, 자사주의 제3차 처분도 제한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 자사주 처분에도 신주의 제3자 배정과 같은 경영상 목적을 요구해 경영권 방어에는 활용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이어 “자사주의 불공정한 처분으로부터 주주들이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에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자사주의 처분시에도 유지청구권, 발행무효의 소, 불공정한 가액으로 주식을 인수한 자의 책임이 적용되도록 하는 준용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베타뉴스 박영신 기자 (blue0735@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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