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5-17 05:42:24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예산 사과, 나주 배로 만든 한국 MZ 막걸리가 싱가포르에서 팔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여기 앳된 미소를 지닌 젊은이가 있다. 한국 막걸리 시장에 'MZ 바람'을 일으킨데 이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주로'의 박유덕 대표. 30대 중반. 아직은 젊디 젊은, 패기에 가득찬 박 대표와 충남 예산의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수출상담회 현장에서 만났다.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막걸리 사업에 뛰어든 박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지만, 전문성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그는 술에 대한 호기심에 막걸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앞서 막걸리는 2000년대 후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막걸리 바'가 성행하는 등 붐을 일으킨 시절이 있었다. 그 이후 한번의 강산이 바뀌었다.
박 대표는 식품공학 중에서도 발효를 세부전공으로 했기에 막걸리의 상업성에 착안하면서도 국내 막걸리 시장의 트렌드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했다. 막걸리 유행이 이삼년 새 꺼지는 것을 보고 프리미엄화가 중요하며 또한 국내 막걸리 유통 포인트를 고도화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됐다. 여기에는 각 지역 색깔을 가미하는 아이디어도 포함됐다. 아마 국내 시장의 포화 상태를 직감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한 것도 이때 즈음이었을 것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농촌진흥청에서 발효 분야 연구원으로 일하던 중, 본격적으로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 결심을 한 박 대표는 창업을 위해 여러가지 길을 모색하기에 나섰다. 그가 전혀 연고가 없던 충남에 터를 잡은 계기는 대전시의 청년몰 지원사업에 공모해 인큐베이팅을 하게 된 데에 있다. 박유덕 대표는 이제 충남이 제2의 고향이 됐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주로, '술의 길'을 뜻하는 작명이다. 2017년 본격적인 창업을 한 박 대표는 막걸리 장인들을 찾아 제대로 된 막걸리,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막걸리의 맛을 찾아나섰다. 그는 충남의 특산품인 사과에 착안해 사과의 맛과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막걸리 개발에 몰두했다. 막걸리의 맛을 찾기까지 예산 쌀 140톤을 쓰면서 연구에 몰두했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막걸리의 생산에 자신이 붙었을 무렵, 그는 예산시장에 작은 매장인 ‘골목 양조장’을 열었다. 골목 양조장은 18년도 TV프로그램<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게 됐고 19년도 ‘예산시장 프로젝트’에 첫 시범 케이스로 뽑혔다.
그의 막걸리 사업이 전기를 맞은 것은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와의 만남이었다. 충남 예산시장에서 첫 선을 뵌 그의 막걸리는 예산 먹거리를 발굴해 상권을 일으키겠다는 결심을 한 백종원 대표가 예산시장에 공을 들이면서 백 대표의 눈에 띄게 됐다.
백종원 대표가 박 대표의 막걸리를 맛 보고 호평을 하면서 가능성을 점친 것. 박 대표는 백종원 대표가 우리 술에 누구보다고 많은 관심과 애정을 지닌 사람이며,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창업자의 마인드가 잘못됐다고 느끼면 가차없이 지적하고 지원을 끊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백종원 대표가 박 대표와 사업제휴를 하겠다고 기꺼이 나서자 박유덕 대표는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 막걸리사업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가 남아 있었다.
박 대표의 막걸리에 대한 비전에 공감해 예산에서 함께 법인을 만들고 투자까지 한 백종원 대표는 박유덕 대표의 막걸리에 박 대표와 자신이 함께 찍은 사진을 쓰도록 허락했고, 박 대표의 막걸리는 화제를 일으킨 TV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시장>에서 이름을 따 '박유덕의 골목 막걸리'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주로의 막걸리 큐레이션은 대중성을 지닌 오리지널 막걸리, 프리미엄 막걸리, 그리고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캔 막걸리 등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박유덕의 골목 막걸리'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프리미엄 막걸리는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예산 사과의 장점을 살린 '사과 먹걸리'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개성과 풍미를 자랑한다. 이중 오리지널 막걸리는 3대 편의점에 전부 입점했으며, 월 16만병 씩 나가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와 해외 진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안중현 프로젝트안 대표는 월드옥타 일본 오사카지회 차세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통 전문가다. 그는 주로의 해외시장 진출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 전 지역의 특산품, 즉 나주 배, 제주 한라봉, 영동 포도, 광양 매실 등 주로가 계획하고 있는 막걸리의 종류가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유통기한이 10일 정도에 지나지 않는 막걸리는 해외유통을 위해 보관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두 사람은 보관과 유통에 용이한 캔에 주목했다.
해외시장을 겨냥한 주로의 캔막걸리는 우선 아름다운 외관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안 대표는 예산 향천사의 꽃창살에서 따온 격자무늬에서 기반해 제품 디자인을 직접 했다. 마치 이스탄불 사원의 느낌을 주기도 하는 무국적 디자인은 우리 산사의 아취를 담고 있다.
그들은 K-웨이브가 음식과 술까지 뻗어나갔다고 판단했다. 해외 진출 첫 타깃으로 하는 싱가포르에서 기존 유통망을 활용하는 것 뿐 아니라 라인 프렌즈, 카카오 프렌즈 등 현지인에 익숙한 캐릭터와 함께하는 팝업을 진행해 싱가포르 젊은이의 눈과 입맛을 한번에 잡겠다는 것. 다소 천천히 가더라도 20대를 사로 잡는 트렌디한 술로 포지셔닝하는 게 그들의 계획이다.
그들의 MZ 막걸리는 9월 싱가포르 론칭을 앞두고 있다. 그 다음은 지역은 일본, 미주로 계획을 야심차게 잡고 있다.
“김구 선생의 말처럼 문화의 힘이 나라를 이끈다고 생각해요. 제 막걸리가 우리 문화를 빛내고 막걸리 디자인에 우리 문화 유산을 담고,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 모여서 하나의 가능성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 꿈입니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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