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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자본시장공약 톺아보기] ①금융투자소득세 “증시 위축·자본시장 선진화 고려해야”


  •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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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4-25 19:13:03

    ▲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4.10 총선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리면서 민주당이 내걸었던 자본시장 공약들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총선 당시 금융투자소득세를 기존 합의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참여 허용 및 가상자산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상장·거래 추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투자대상 해외주식까지 확대 및 발생수익에 대한 전면 비과세 추진 등을 공약했다.

    또 민주당은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공매도 거래자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취득 제한 ▲상장법인 임직원·주요주주가 6개월 이내 단기매매차익을 취득한 경우 해당 법인이 매매차익을 반환청구하도록 의무화 ▲대주주 등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자본시장 참여제한, 금융거래 제한, 상장회사 임원선임 제한 등도 내걸었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와 비트코인 ETF 발행 등 논란에 휩싸였던 공약들이 민주당의 압승으로 이제 시행 기로에 놓였다.

    이에 본지는 민주당 총선공약들이 도입되면 달라지는 점과 증권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짚어보는 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주>

    금투세 도입, 무엇이 달라지나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해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이다.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 법안이 통과돼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시장 상황을 고려해 2년 유예됐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경우 손익을 통산해 연 50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의 22%(금융투자소득세 20%+지방소득세 2%)를,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7.5%%(25%+2.5%)의 세금을 부과한다.

    해외주식, 채권, 채권형펀드, 파생상품 등 그밖의 모든 금융투자소득은 250만원이 기본공제된다. 250만원 초과수익에 대해 22%, 3억원 초과수익에 대해 27.5%를 과세한다.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는 국내 주식을 대량 보유한 '대주주'에 한해서만 세금을 부과된다.

    즉 ▲개별 주식 종목의 지분율이 코스피는 1%, 코스닥은 2% 이상인 경우 ▲개별 종목당 주식을 시가총액 기준 50억원 이상 가진 경우 등을 대주주로 보고 양도차액의 10~25%를 과세한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그동안 양도세를 내지 않던 5000만원 이상 50억원 미만 국내주식 투자자들이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해외주식 투자자는 기존 양도세(250만원 이상 22% 부과)와 동일한 수준으로 세금을 내게 된다.

    또 공모·사모펀드의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 방법이 기존의 배당소득세에서 금투세로 변경되며, 2000만원 초과 시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 제외되므로 최고 49.5%의 종합소득세율 대신 최고 27.5%의 금융투자소득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아울러 비과세되던 채권의 매매차익에도 과세가 이루어진다.

    지난 2022년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상장주식 과세대상은 기존 1만5000명에서 15만명으로 10배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과세규모도 연간 1조6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투세가 내년 시행되면 2027년까지 3년 동안 세수가 4조328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 22대 총선 투표소 © 연합뉴스

    진정한 공평과세인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기존에 합의한 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5일 "부자들의 곳간만 지키겠다는 정부 입장에 민주당은 동의할 수가 없다"면서 "예정대로 2025년부터 금투세가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연간 기준 주식으로 5000만원 넘게 버는 사람의 수는 주식에만 수십억원을 굴리는 소수의 부자로, 1%에 불과해 금투세를 폐지하는 것은 부자감세에 불과하다며 지난 1월부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금투세 폐지를 반대해 왔다.

    참여연대도 “불평등 문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회만 있으면 자산과세를 후퇴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평등 문제 해결에 손을 놓겠다는 선언”이라며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금투세의 차질 없는 추진, 재벌부자감세 철회, 그리고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을 위한 적극적인 세원발굴”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논리대로 금투세 폐지를 부자감세로만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공평과세 원칙과 아울러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안정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자본시장 선진화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된 금투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공평과세 원칙에도 부합한다.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선 대주주에 대해서만 양도세가 부과되지만 펀드와 ELS(주가연계증권), ETN(상장지수증권) 등 파생상품에 대해선 금융소득종합세로 과세되는 등 조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주식투자자들은 소득이 발생해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을 현실화하기 위해 금투세 도입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투세가 도입되더라도 조세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기관투자자나 외국인투자자 등의 경우 금투세 과세 대상이 아니기에 형평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는 것이다.

    또 국내주식은 5000만원까지 비과세지만 해외주식, 채권, 채권형펀드, 파생상품 등은 250만원까지 공제되는 부분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최근에 자금 흐름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채권 투자자는 소득이 발생할 경우 주식투자자 대비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 © 픽사베이

    자본시장 위축 대책 있나

    또 공제액인 연 순이익 5000만원을 넘기는 투자자가 전체 투자자의 1%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오긴 했지만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안정성은 어떻게 담보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언급한 1%의 과세대상자들, 즉 슈퍼개미들이 움직이는 자금 규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큰손’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주식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주식시장이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에서 청원인은 “금투세 도입으로 주가 하락과 개인 투자자의 국내 자본 시장 이탈을 가져올 것”이라며 “개인 자금 이탈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증시 하방 압력 상승에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지난 18일 5만명을 넘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현상)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이 국내주식을 사들이는 이유가 바로 대주주가 아니면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며 “그런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국내 주식에 비해 수익성이 3~4배 이상 큰 해외주식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금리 인하 기대감 위축, 중동 리스크 등 현재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금투세가 도입되면 증시 위축이 더욱 강하게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우리나라 금융투자시장이 선진국형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자회사 MSCI는 한국을 브라질, 칠레, 중국, 체코, 멕시코, 대만 등과 함께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만을 선진국 지수로 포함시키고 있다.

    금투세를 도입한 국가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금융선진국 밖에 없다. 한때 금투세를 도입했던 대만은 TWSE지수가 36% 급락하고 일 평균 거래대금이 약 5분의1수준으로 줄자 금투세를 폐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거버넌스 문제 등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해 선진국과 같은 자본시장 환경을 먼저 갖추고 금투세 도입을 검토해야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타뉴스 박영신 기자 (blue0735@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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