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3-28 09:12:46
2014년 등단 시집 『거의 모든 기쁨』,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를 펴낸 시인 이소연의 첫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이소연 시인은 시인으로서 이슬처럼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그려내고, 팟캐스트 도심시(도무지 지나칠 수 없는 심정으로 시를 쓴다)의 진행자로서 시인의 눈으로 찾아낸 장소에서 시를 이야기하며, 작고 빛나는 작업실 ‘미아 해변’에서 시를 쓰는 친구들과 오붓한 낭독 모임을 이어 가고 있다. 그의 시선은 예술과 삶에 따스하게 머물고, 그의 시적 언어는 문제적인 이슈의 쟁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발랄하게 풀어낸다. 마치 해소되고 해결된 것처럼. 적어도 이소연의 시 안에서 독자는 유쾌한 해소와 해결을 경험한다.
이번 산문집은 평생 시인이 되길 꿈꿔 온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인이 한국경제신문에 연재하는 ‘이소연의 시적인 순간’ 오피니언 칼럼에서 맑고 고운 글을 가려서 엮고, 그 외에 결이 이어지는 글을 함께 묶었다. 오래도록 되고 싶다고 여겨 온 시인이 되어서, 시인의 눈으로 보고, 시인의 몸으로 경험하고, 시인의 마음으로 느낀 바를 담았다.
직업적 만족도와 직업과 존재의 정체성의 일치함이 어느 누구보다 높은 이소연은 그렇게 시인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아주 어려서부터 오로지 시인이 되고 싶던 아이가 ‘시인이 되어서 즐겁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음에, 그 낭만적 직업관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건 그가 고이고이 풀어낸 이야기가 이끌어내는 긍정적 전망이 주는 울림이 크기 때문이다. 꿈을 이룬 사람의 맑은 언어가 일상에 작고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문학은 삶의 전부가 된다.
산문집의 제목처럼 그저 예뻐서 품은 표지 그림(매수전 작가 ‘윤슬 2022’)에도 시인이 세상에 전하려는 마음이 한껏 묻어난다. 봄을 알리는 것만 같은 포근한 색으로 반짝이며 따스하게 비쳐드는 ‘윤슬’ 조각은 세상을 예쁘게 품으려는 시인의 마음이다. 세상사가 마냥 아름답지 않아도 어여삐 보고, 애정으로 담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느껴진다. 이소연 시인은 아주 작고 사소한 무엇인가를 소중하게 품어 보는 사람이다. 그는 품지 않은 많은 것이 아름다운 줄 모르는데 품으면 품는 사람의 마음을 입고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그게 좋아서 누군가를 품고, 세상을 품고, 품어진 대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대하는 시인처럼 독자가 마음에 품은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는 봄을 닮아 따스하게 반짝이는 윤슬 조각이 될 것이다.
베타뉴스 신근호 기자 (danielbt@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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