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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면 장땡?" 국내 소상공인 울리는 '전자기기 해외 직구', 소비자도 위협할 수 있어


  • 권이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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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3-15 15:12:52

    ©베타뉴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해외 직구 온라인 플랫폼의 국내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느는 가운데, 전파인증 등을 받지 않은 전자기기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와 국내 소상공인들의 생계와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파인증제'란 스마트폰과 같은 통신 장비부터 TV, 냉장고 같은 가전 제품 등 전자파를 이용하는 모든 제품의 제조·수입·판매 등에 대한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한 인증제도다.

    전파법 제58조의 2는 방송통신기자재와 전자파 장해를 주거나 전자파로부터 영향을 받는 기자재를 제조 또는 판매하거나 수입하려는 자는 해당 기자재에 대한 전파인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불량 전자기기들이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주파수 간섭으로 다른 기기들의 고장 및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해외 직구 전자기기, 전파인증 안받아 문제 일으킬 수 있어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조 1,000억원, 2022년 5조 3,000억원 수준이던 해외 직구액은 지난해에는 6조 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9% 급증했다. 문제의 통신기기, 컴퓨터 및 주변기기, 가전·전자 등 전자기기 품목도 지난해 1월 대비 15% 증가하며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공식 유통되는 전자기기와 달리 해외 직구 온라인 플랫폼 전자제품의 경우 전파인증을 받지 않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다.

    국내 전파인증을 총괄하는 국립전파연구원 측은 "유선 통신기기나 무선 통신기기 등은 각 할당된 정해진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전파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 다른 주파수에 영향을 미쳐 혼선이 생길 수 있고 해상항공용 통신기기가 전파 간섭을 받게되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또 "일반 가전기기들도 기준 이상의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경우 다른 기기에 영향을 줘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 이상으로 전자파가 발생하는 기기는 사용하는 사람의 건강에 해로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적극 규제 나선 정부, 국내 소상공인 보호 대책도 필요해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국내법이 차별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 또 법 위반이 적발될 경우 신속하게 처리하고, 해외 플랫폼의 경쟁 제한 행위와 국내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한 거래상 지위 남용을 모니터링한다.

    이와 함께 소비자 보호 의무 이행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도록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 해외 사업자의 국내 대리인은 소비자 피해 구제 및 분쟁 해결 업무를 담당하고, 국내 전자상거래법 집행과 관련된 문서송달과 조사 대상이 된다.

    현재 국내에 주소·영업소가 없는 해외 사업자의 경우 소비자가 불만이 있거나 피해를 입더라도 이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앞으로는 법 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해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보호 의무 등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그 외 위해 식·의약품, 가품, 청소년 유해매체물, 개인정보 침해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4대 주요항목에 대해서는 부처간 공동 대응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보호 대책이 소비자에 집중돼 있어 생계를 위협받는 국내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제품을 공식 수입해 국내에 판매 중인 A씨는 "정직하게 좋은 물건 수입해 전파인증도 받고 서비스 센터도 운영하며 판매하는 이들이 해외 직구 온라인 플랫폼과의 단순 가격 경쟁에서 밀려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직하게 판매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공정하지 않은 경쟁에 많은 소상공인들이 놓였는데, 정부는 이를 좀 더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같은 마우스 제품을 알리익스프레스(위)와 쿠팡(아래)에 동시 검색해본 결과, 약 40% 알리익스프레스가 저렴했다 ©베타뉴스

    실제로 가격 차이를 알아보고자 기자가 직접 비교해봤다. 기자가 국내 대표 온라인 플랫폼 '쿠팡'에서 21,960원에 판매 중인 한 마우스 제품을 알리익스프레스에 검색했다. 동일한 마우스의 가격은 12,916원(14일 기준), 약 40% 저렴했다.

    직구 제품과 달리 국내 업체가 한 제품을 정식 수입해 판매하기 위해서는 전파 인증, 물류 창고 운영, 서비스 센터 등 각종 비용이 추가된다. 국내 업체가 해외 직구 온라인 플랫폼과 경쟁하기에 무리인 이유다.

    A씨는 "중국 직구 제품의 경우 가품이 일단 많고, 같은 브랜드와 같은 모델의 제품이더라도 내수용은 수출용 제품과 부품이 다르다. 보통 수출용이 단가가 더 비싼 편"이라며 "싼 건 언제나 싼 이유가 있으니 소비자 분들이 안전하고 좋은 제품을 알아봐주시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발빠른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소상공인과의 상생은?

    알리익스프레스는 정부의 규제에 발빠르게 반응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14일 소비자 보호 정책 강화를 위해 고객센터 전화상담 서비스 지원 및 환불 서비스 제공 등 고객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정부기관과의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당사의 이해관계자 및 소비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모든 관련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타뉴스는 알리익스프레스에 국내 소상공인과의 상생 등 추가적인 계획이 있는 지도 물었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한국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과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국내 파트너사들과 협업할 여러 기회를 모색 중"이라며 "소비자 만족도 향상을 위해 고객센터 규모를 늘리며 로컬 인력 채용도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베타뉴스 권이민수 기자 (minsoo@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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