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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어떻게 성공했나?


  •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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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2-28 16:43:21

    ▲ 도쿄증권거래소 © 연합뉴스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실망감’이 증시에 반영되면서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의 모델로 꼽히는 일본의 증시부양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이 이 정책을 통해 증시 부양에 성공하며 일본 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26일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일본 사례, 시장 성과, 한국 정책’ 리포트에서 “일본 증시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며 모두가 외면했던 동방의 외딴 섬으로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Nikkei) 225는 39,098.7pt를 기록하며 34년 만에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했고 TSE는 亞 시총 1위 거래소의 위상을 되찾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삼성증권은 “일본 증시의 호황에는 여러 변수가 호재로 작용했다”며 ▲엔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실적 상향 ▲중국 경기침체 등을 꼽았다.

    우선 삼성증권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된 연준의 긴축으로 엔화 가치가 장기간 절하되며 일본 증시의 매력도가 높아졌다”며 “지정학적으로는 미중 갈등의 반사 이익을 받아 일본 반도체 기업실적이 호조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PBR 1배 이하 절반 이상...만성적 저평가상태 확인

    특히 삼성증권은 “일본 증시의 상승에 있어 정책 요인 또한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기시다 정부는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 기조 아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3단계의 시장 개혁을 추진해 왔다.

    ▲상장기업을 3개 시장으로 개편해 시장 접근성을 확대했으며 ▲PBR 1 이하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주가 및 자본비용을 경영에 감안하도록 촉구했고 ▲실천 여부를 모니터링하고자 기업가치 제고 노력현황을 기재한 기업 명단을 매월 공표했다는 것이다.

    우선 상장기업을 유동성·거버넌스·재무상태 등에 따라 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간소화해 시장 정체성을 명확히 부여했다. 이같은 시장 체계화를 통해 외국인 투자 접근성을 증대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그러나 시장 개편 후 일본 기업의 만성적인 저평가 상태가 확인됐다.

    일본의 프라임 시장의 50%(992개 기업), 스탠다드 시장 64%(934개 기업) 등이 PBR이 1보다 낮았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회사가 가진 자산에 비해 주식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저PBR의 원인으로 ▲장기 경기 침체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 ▲종신고용 문화 ▲디지털 전환 지연 등이 지목됐다.

    또한 일본 기업의 낮은 수익성, 자본 활용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본 프라임 시장의 47%(857개 기업), 스탠다드 시장의 63%(912개 기업)가 ROE(자기자본이익률) 8% 미만을 기록했다. ROE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주주들이 요구하는 기대수익률이 8% 수준이다.

    상장기준 불충족 시 상장폐지도 내걸어 

    이에 지난해 3월 상장사 대상 ‘PBR 1배, ROE 8%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자본비용 및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요구하게 된다.

    이 정책이 바로 일본의 증시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특히 프라임·스탠다드 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PBR 1배 미만인 기업에게 사유 확인을 요청했으며 현황분석 단계에서 고려가능한 지표(주가·시가총액·PBR·PER 등)를 제시하도록 했다.

    이어 상장사들이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공시토록 했으며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토록 했다.

    아울러 중장기 기업 가치 증진 방안을 수립해 상장기준 부합 과도 기준·기간(2024년 1월30일)을 확정하고 기업들이 시장별 유통주식비율, 시가총액, 거래대금 기준을 오는 2025년 3월부터 충족하도록 의무를 부여했다.

    개선 및 관리기간 부여에도 불구하고 오는 2026년 중 불충족 시 해당 기업을 상장폐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처럼 상장기준 부합 과도 기준을 수립한 데는 비대해진 프라임 시장을 정리해 최우량기업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국제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증진방안으로는 ▲자사주 매입·소각조치 등을 통한 ROE 상승 유도 ▲프라임 상장사 영문공시 범위 확장 ▲사외이사 역할 확립 등을 추진했다.

    특히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프라임 시장 상장사에 대한 독립 사외이사 비율을 이사회 구성원의 최소 1/3 이상 유지할 의무를 부여했으며 독립 사외이사 중 1명을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토록 하는 등 권한을 강화했다.

    아울러 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와의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이를 위한 조직 구조와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게 개선계획을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피드백 및 지속성 확보를 위해 2024년 1월15일부터 매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등을 통해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 명단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러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이 박스권 돌파의 핵심적인 촉매제로 작용했다. 닛케이 225의 수익률은 지난 22일 기준 16.8%에 육박하 것이다.

    또 2012년 PBR 0.9배에서 2024년 1.4배로, 같은 기간 ROE 5.2%에서 8.6%로 상향되는 등 증시 재평가 뿐만 아니라 체질 개선도 함께 이뤘다.

    삼성증권은 “일본은 저PBR 종목을 구체적으로 저격한 정책으로 일본 증시 전반의 PBR 개선을 이끌었다”며 “구체적인 정부의 요구가 증시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 증시로의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은 증시를 3개의 시장으로 개편하고 영문 공시범위를 확대하는 등 외국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일본 정부가 시행한 일련의 정책들로부터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베타뉴스 박영신 기자 (blue0735@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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