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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빚부터 갚자”…지난해 기업예금 19년 만에 감소


  • 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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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2-21 18:31:06

    이자부담에 디레버리징·예금여력↓

    지난해 예금은행의 기업예금 잔액이 19년 만에 감소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예금 만기시 재예치보다 대출 상환,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지난해 기업이 예금주인 예금은행의 원화예금 잔액이 19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업의 원화예금 잔액은 637조50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8260억원(0.9%) 줄었다. 같은 기간 가계 예금 잔액이 853억8140억원에서 925조9810억원으로 8.5%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은 2004년 이래 19년 만이다. 기업들이 요구불 예금과 저축성 예금에서 동시에 돈을 인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업의 요구불 예금 잔액은 115조61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조2천280억원(1.1%) 감소했고, 저축성 예금 잔액도 522조4410억원으로 4조5980억원(0.9%) 줄었다.

    저축성 예금은 정기예·적금, 저축예금, 기업자유예금 등 약정된 기간이 지나야 인출이 가능한 예금을 의미하며, 요구불예금은 보통·당좌예금처럼 언제든 꺼내쓸 수 있는 예금을 의미한다.

    금융권에선 기업들이 지난해 고금리 여건 속에서 예금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 대출이 계속 늘고 연체율도 함께 오른 것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이자 갚기에도 빠듯해 예금을 늘릴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기업 대출 금리(잔액 기준)는 연 5.31%로, 2012년(5.43%)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베타뉴스 박은선 기자 (silve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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