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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런치 모드 부활?, 근로시간 개편 추진에 게임 업계도 촉각


  •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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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3-03-15 11:43:38

    정부가 일주일에 최장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근로 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업무 특성상 '크런치 모드' 관행으로 유명한 게임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 서비스 출시 전 야간/주말 근무를 포함한 고강도 근무 체제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IT 업계 용어로, 짧게는 1∼2주부터 길게는 몇 달간 진행된다.

    크런치 모드는 2018년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이후 대형 게임사에서 상당 부분 사라졌으나, 중소 게임사에서는 현재까지도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간한 '2022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장 최근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크런치 모드를 경험한 종사자는 전체 응답자의 19.1%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이 비율이 평균보다 한참 낮은 5.1%에 불과했지만 100인∼299인 사업장의 경우 17.9%였고, 50∼99인 사업장 20.6%, 5∼49인 사업장 21.6%, 5인 미만 사업장 25% 등 회사 규모가 작아질수록 크런치 경험 비율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인 크런치 모드의 지속일 수는 9.6일, 가장 길었던 일주일 노동 시간은 평균 60시간, 하루 평균 20.2시간으로 나타났다.

    게임 업계 노조를 중심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크런치 모드의 '일상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배수찬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넥슨지회장은 "정부가 내놓은 방안대로라면 선택적 시간 근로제 아래서 한 달에 약 270시간 이상 근로가 가능한데, 이는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준이다. 노조가 있는 회사는 노사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게임사가 아직도 많은 상황에서 악용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관리자나 임원급에서는 게임 출시 직전이나 대형 업데이트처럼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게임 업계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정부 취지에 공감했다.

    판교의 한 팀장급 개발자는 "기업도 인건비 부담으로 69시간을 항상 채우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발매 직전이나 서비스 장애 발생 같은 '비상 상황'에 집중적인 근무를 하지 못한다면, 개발 기간은 지연되고 서비스 품질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타뉴스 이승희 기자 (cpdls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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