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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문화유산답사 전문가 이형권 시인의 첫 시집 ‘칠산바다’


  • 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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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1-03-16 10:31:31

    광주에서 이십 대를 문학청년으로 보낸 이라면 이형권 시인의 첫 시집을 받아 든 순간 아, 하고 무릎을 칠 것이다. ‘그가 돌아왔구나.’

    ​그는 광주에서 일찍이 이름난 청년 문사였다. 고교 시절 여러 백일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전대신문사 현상공모에서 1학년 신분으로 시 부문에 당선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금도 칠산바다에 가면/길길이 해송들 사이/산발하고 울부짖는 미친 눈보라 송이/등 돌린 물결처럼 사랑은 젖고”로 시작되는 당선작 「칠산바다」는 이별과 죽음, 살아남은 자의 슬픔 등의 정서가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황과 맞물려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쩐지 구슬프고 아련하며 뜨거운 열정과 전통적인 가락은 이번 시집의 시편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어 그의 시적 감수성이 그 시절에 이미 터득된 것임을 느끼게 해 준다.

    그는 1982년에 ‘5월항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이승철, 박선욱, 조진태 등과 <광주 젊은 벗들>을 결성해 시 낭송 운동과 시화전을 열었고, 1984년에는 전남대 국문과 시 동아리 〈비나리패〉를, 1988년에는 〈광주청년문학회〉를 주도적으로 결성해 문예운동에 정열을 쏟기도 했다. 1990년 진보 문예지 『녹두꽃』과 『사상문예운동』, 『창작과비평』 등에 시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이후 문화유산답사 전문가가 되어 문학판에서 이름을 감추었고, 30년 만에 시집 『칠산바다』를 들고 돌아왔다.

    제1부 ‘행운유수의 길’

    제2부 ‘부치지 못한 편지’

    ​제3부 ‘시간의 풍경’

    ​제4부 ‘향로봉에 그리움을 묻고'

    발문 및 추천사

    ​“풍속과 역사와 정치와 미의식을 단 한 줄기의 언어 형상으로 통일해 내는 이 놀라운 감수성이 빚어낸 파장은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세상은 아프고 민심은 흉흉한 1980년대 중엽의 지방 도시가 흡사 르네상스를 맞는 듯 시의 미광(微光)에 싸였던 것도 그를 꼭짓점으로 한 후배 문청들이 출현하여 ‘혁명적 김소월’의 길을 다투듯이 발산한 탓이었다. 당연히 그를 앞세운 ‘광주청년문학회’는 전국적 명성을 떨치며, 문화 전통과 고유 미학을 연마하는 훈련장이 되었다.”(김형수, 「발문」 중에서)

    “라일락 꽃향기 날리는 남도의 한 교정에서 처음 이형권을 만났을 때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시의 수액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40년 만의 첫 시집 『칠산바다』 속을 배회하며 걷는 동안 시는 세월보다 위대함을 느낀다. 1980년대 우리 시의 품격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시집을 들고 젊은 날처럼 빈한한 이 조국산하를 떠돌아도 좋으리.”(곽재구 시인)

    저자소개
    저자 : 이형권

    196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국문학과와 동국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예지 [녹두꽃]과 [창작과비평], [사상문예운동]에 시를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대학시절 이태호 교수에게서 한국미술사를 사사받고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는 답사전문가가 됐다.

    KBS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했고 [경향신문], [한국일보], [한겨레신문], [불교신문] 등에 여행 칼럼을 연재했으며 KBS 라디오 [신국토기행]과 EBS [역사 속으로 여행]을 진행했다. 1993년부터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사로 초청되어 우리 역사와 문화, 국토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답사기행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립민속박물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베타뉴스 박은선 기자 (silve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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