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09 22:06:55
코로나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엊그제 다니는 식당에 갔더니 빈자리가 딱 하나라 마지 못해 그냥 앉았다.
이 동네 동장이 임기를 마치고 떠난다고
환송연을 하는 중이란다. 주민센타 직원, 산하 단체 모든 회원들이 총동원 된 모양이다.
좁은 식당안에 100여 명이 북적대며 오리 고기 굽는 열기, 술잔 부딪치는 소리,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섞여 연기 자욱한 실내가 아수라장이다.
대형 명예퇴임 축하 현수막을 걸고, 사방에 알록달록 풍선을 매달고~ 세월이 많이 변해서 그런가 요즘 공무원들은 발령 나서 다른 곳으로 가면 이임식을 이런식으로 거창하게 하나 보다.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국민들에게는 집단 모임을 금지 시키고 공무원 본인들은 마치 코로나쯤은 아무것도 아닌 양 지역주민들을 모아 놓고 버젓이 집단회식을 해도 되는지?
지각 있는 동장이라면 차라리 그 비용의 반으로 라도 덴탈 마스크 100장씩을 사서 그동안 도와줘서 고맙다고, 코로나 조심 하시라고 나눠줬으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로 두고두고 미담으로 남았을까!
요즘 공무원들은 그런 낭만이 없다. 코로나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어떻게 이 난국에 거창한 이임 축하 잔치를 벌릴 수 있겠나. 이런 공무원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공무원들이 철가방 소릴 듣는 이유다.
이제는 모두들 코로나는 포기했는지 아니면 설마 본인이 걸리겠냐는 무슨 믿음이 있어 그러는 것인지 요즘 돌아 가는 분위기가 이해가 안 간다.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모이면 코로나가 복권 당첨보다 어렵다고 농담 같은 우스게 소릴 하고, 젊은 애들은 코로나가 걸리더라도 설마 죽기야 하겠냐고 우습게 보는 풍조다. 사회 전체가 긴장감이 풀려 무방비 상태로 흘러 가는 분위기다.
매일 계속 50명 이상 확진 자가 나오는데도 미국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되는 숫자라 어느새 초기의 위기감은 잊어 버리고 무감각 해진 걸까?
이러다 어느 순간 확진자가 몇 백 명으로 확 늘어 나야 또 다시 난리를 피우려나?
하여간 나는 혹시 코로나 균은 들이 마시지는 않았는지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두고두고 생각나 영 찝찝 하다.
이 정부가 코로나 모범국가인 양 모든 매체를 총동원해 아침 저녁으로 자랑하고 있는데 과연 그걸 믿어도 될까? 어찌 해야 되는지 어째 조마조마하고 불안 불안하다.
65세 이상 고혈압, 당뇨 환자의 치사율이 80%가 넘는다고 한다. 내 경우가 딱 고혈압, 당뇨에 69세 이니 걸렸다 하면 죽음을 각오 해야 한다.
재수 없는 사람이 걸린다고 하는데 누가 보균자인지, 아닌지 만나는 사람 마다 일일이 확인해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만 들어 앉아 있을 수 만도 없고, 식당에 가서
마스크를 쓰고 밥을 먹을 수도 없다.
벌써 미국이나 영국은 7월 15일이 되면 팬더믹을 포기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어짜피 죽을 사람은 죽으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개인 입장에서 속수무책 그냥 앉아서 죽을 수 만은 없지 않는가!
도대체 이 아수라장 시국을 어찌 피해야 되는지 우울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우선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을 더욱 더 철저하게 지키고 가능하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자!
그리고 마음을 비우자.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을 수도 있는데 더 이상 코로나로 공포에 떨지 말고 당당하게 받아드리자.
언젠가는 죽어야 될 인생 내일 바로 죽더라도 후회 없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이 하자.
오늘부터 사는 날까지 신세진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은혜라도 갚으며 살자.
남은 삶의 시간을 감사의 마음으로 살자.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까지 내 삶이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였다는 걸 모르고 살아 온 것 같다. 미쳐 깨닫지 못하고 산 것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많은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69년이란 세월을 어찌 온전하게 버텨 올 수 있었겠는가!
그동안 살면서 감사의 표현을 못하고 산 것이 몹시 부끄럽다. 도움을 준 한 분 한 분들에게 말 없이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자!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가 겉으로는 각박하고 메마른 것 같아도 그 내면을 보면 서로 서로 알게 모르게 도우며 사는 아름다운 모습 때문이라는 걸 이제야 알겠다.
언젠가 나는 문득 어린 시절 눈 내린 시골 계곡 냇가에 홀로 서성이던 순간을 회상하며 그리워 한 적이 있다.
우리의 삶이란 그 어린 시절의 아득한
풍경 처럼 한편의 소담한 한시 같이 아름답다는 걸 너무 늦게서야 깨달았다.
광대한 우주의 변방 아주 작은 별속에 태어나서 찰라 같은 짧은 생을 소담한 풍경속에 살다 가는 우리 삶의 모습 자체가 아름다움의 본질인 것이다.
마음을 비우니 이제 내 마음에는 걸림이 없다. 마음에 걸림이 없으니 시기심도 없다. 시기심이 없으니 초조함도 없다.
초조함이 없으니 오늘 이 아침,
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다.
아름답게 살다 가자.
남궁 헌
GEO그룹 부회장,
전 서울신문 출판국 출판부장
베타뉴스 박현정 기자 (hj_par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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