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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이 작가와 떠나는 80년 5월 完


  • 이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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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5-27 10:41:24

    Ⅴ. 최후의 항전(26~27일)

    26일 새벽 5시, 계엄군이 탱크를 앞세우고 농성동에서 시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시민군에 비상령이 하달되었다. 수습위원 김성용 신부는 “우리가 먼저 탱크 앞에 가서 죽자”고 말하면서 수습위원들을 이끌고 계엄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민들의 긴 행렬이 뒤따랐다. 훗날 ‘죽음의 행진’이라고 불리는 장면이다.

    오전 11시 제4차 민주수호 범시민궐기대회에 이어 오후 3시 마지막으로 제5차 궐기대회가 열렸다. 수습위원들의 절망적인 협상결과가 발표되면서 계엄군의 진압이 임박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항쟁지도부는 오늘밤 계엄군이 공격해올 가능성이 크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후 5시 윤상원 대변인이 마지막 외신 기자회견을 했다. 통역은 미국선교사 집안의 인요한이 맡았다. 윤상원은 “우리는 오늘 여기서 패배하지만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볼티모어 선’의 블래들리 마틴 기자는 “윤상원은 탁월하게 용감했고 끝까지 투쟁할 것을 계획했다. 그들은 마지막까지 굴하지 않았던 순교자였다”고 기록했다.

    오후 6시 민주투쟁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열렸다. 온건파 김창길은 무기반납을 촉구했다. 강경파 정상용 김종배 등은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했다. 온건파를 비롯한 일군의 사람들이 밤 9시 경 도청을 빠져나갔다. 도청 근처에 남아있던 300여 명의 사람들이 시민군에 합류했다. 항쟁 지도부는 어린 학생들과 여성들을 귀가조치 시켰다.

    같은 시각 계엄군은 ‘상무충정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방탄조끼를 입은 특공조를 편성했다. 제3공수여단이 도청, 제11공수여단이 금남로, 제7공수여단 광주공원을 맡고, 20사단은 지원동 방면에서, 31사단은 화정동 방면에서 도청으로 진격하는 작전을 세웠으며 도상 예행연습을 마쳤다. 27일 새벽 1시 계엄군은 조선대 뒷산에 집결했다.

    그리고 새벽 3시, 여명이 아직 먼 시각. 우리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40년이 아니라 더 많은 세월이 흐른다하여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광주사람이면 누구나 들었을 것이며, 지금도 우리의 뇌리에 선명한 그 목소리, 그 다급한 목소리,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한 가닥 갈망을 품고 있는, 울음 가득한 여인의 목소리가 거리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우리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숨져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계엄군과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우리는 최후까지 싸울 것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요…” 그날 가두방송을 한 사람은 박영순이었다.

    새벽 4시가 지나면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시민군은 도청 전면과 측면에 2∼3명씩 1개조로 담장을 따라 배치되었다. 군 특공조는 4개조로 나뉘어 도청을 포위했다. 도청 뒷담을 넘어온 군인들이 맹렬히 사격을 시작했다. 도청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전쟁터가 되었다. YMCA, YWCA, 계림초등학교, 전일빌딩, 관광호텔 등 시내에서 산발적인 총격이 있은 뒤 모두 진압 당했다. 새벽 5시10분 도청을 마지막으로 최후의 항전은 끝이 났고, 피로 물든 아침이 밝아왔다. 윤상원을 포함한 시민군 16명이 사살되었으며, 200여 명이 체포되었다. 오전 8시50분 광주에 시내전화가 재개통되었다.

    1980년 5월 열흘간의 광주민중항쟁, 국가폭력에 저항했던 우리 현대사의 잔인했던 참극은 막을 내렸다. 그들은 떠났고, 그들이 남긴 것은 ‘정신’이었다. 그것은 ‘정의’에 관한 것이었으며, 자신의 이익보다는 타인의 고통에 먼저 응답하는 숭고한 ‘정신’에 관한 것이었다. 그 정신은 일어서야 할 때 일어서야 한다는 매우 단순한 가르침이었다. 일어서야 할 때 일어서서 촛불을 켜지 않으면,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그 가르침을 남기고 그들은 먼저 떠나갔다. 그로부터 채 10여년이 지나지 않아 이 땅의 군부독재는 종식되었다.

    ▲이광이 작가


    베타뉴스 이완수 기자 (700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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