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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이 작가와 떠나는 80년 5월 ②


  • 이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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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5-20 14:41:26

    ▲1980년 5월19일 계엄군의 무자비한 탄압 소식에 분노한 광주시민들이 금남로에 모여들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2. 19일, 일어서는 민중

    19일 새벽 3시 증파된 11공수여단 병력이 광주역에 도착했다. 아침은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했다. 관공서는 문을 열었고, 학교에서는 정상수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전날의 충격과 분노는 시민들의 마음을 들끓게 하고 있었다. 오전 9시30분 계엄군의 무자비한 탄압에 분노한 시민들이 임동과 누문동 파출소를 불태웠다. 오전 10시 금남로에 4000여 명의 민중이 모여 군경과 대치했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충돌했다.

    공수부대는 더 잔인하게 진압작전을 실시했다. 오후 1시 다시 군중이 모여들기 시작해 거리를 가득 메웠다. 가톨릭센터 앞에서 기독교방송 차량이 불타는 채로 경찰 저지선을 향해 다가갔다. 공사장의 기름통도 불붙은 채로 경찰 저지선에 부딪혀 굉음과 불길을 뿜어냈다.

    충장로, 적십자병원, 광주공원, 광주천, 광주일고, 현대극장, 양동시장, 공용버스터미널, 대인시장, 전남여고, 문화방송, 녹두서점, 노동청 등 수많은 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공용터미널 부근에서는 몽둥이에 맞고 대검에 찔리는 중상자가 속출했다.

    택시기사들은 부상자들을 차에 실어 병원으로 이송했는데 계엄군들이 이들까지 폭행했다. 운전기사들의 분노는 다음 날 시위의 또 다른 주축으로 작용하게 된다.

    ▲1980년 5월19~20일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의 발포, 몽둥이, 대검 등에 목숨을 걸고 맞섰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오후 4시50분 광주고등학교 앞에서 최초의 발포가 발생했다. 시민들이 장갑차에 불을 지르려 하자 안에 있던 공수부대원이 총을 난사했다.

    조대부고 3학년 김영찬군(19)이 손과 대퇴부에 3발을 맞고 쓰러졌다. 또 공사장 노동일을 하던 김안부씨(36)가 광주공원에서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 끝에 오후 5시 숨졌다. 계엄군과 쫓고 쫓기기를 거듭하면서 시위는 자정까지 계속됐다.

    3. 20일, 전면적인 충돌

    20일 광주의 고등학교에 휴교 조치를 내려졌다. 오전 10시 대인시장에 1000여 명이 집결, 시위에 나섰다. 10시30분 가톨릭센터 근처에서 남녀 30여 명이 팬티와 브래지어만 걸친 채로 계엄군에 의해 폭행당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치를 떨었다.

    시위는 오후에 무섭게 타올랐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대인시장의 상인들, 중장년층, 노동자, 회사원, 유흥업소 종업원, 가정주부, 꼬마 손을 잡고 나온 할머니까지 나이와 계층을 초월했다.

    오후 5시30분 계엄군에게 곤욕을 치른 운전기사들이 무등경기장에 집결했다. 대형버스와 택시를 이끌고, 전조등을 켠 채 경적을 울리면서 일제히 금남로를 향해 진격해왔다. 200여대의 차량시위를 맞은 시민들은 열광했다.

    ▲1980년 5월20일 계엄군에 폭행과 곤욕을 치른 운전기사들이 대형버스를 앞세워 시위에 나섰다.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시위대는 대형버스를 앞세워 공수부대의 저지선을 돌파하고자 했다. 밤 9시05분 노동청 쪽에서 시위대 버스가 경찰저지선으로 돌진하여 경찰 4명이 사망했다. 밤 9시50분 일련의 사태를 전혀 보도하지 않은 언론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주 MBC에 화염병을 던졌고, 건물은 불에 탔다.

    광주역과 부근 도로에서는 ‘광주역 전투’라고 불릴 정도로 시민항쟁의 정점을 찍었다. 밤 10시 트럭 1대가 광주역 근처의 주유소에서 전복됐는데, 이 때 첫 계엄군 사망자가 발생했다. 밤 11시20분 군은 군중을 향하여 총기를 난사했다. 최초의 집단발포였다. 이 일로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당했다. 시위는 밤새 계속됐다.

    전남매일신문의 기자들은 보도통제에 분노하며 일제히 사표를 제출했다. 거리에는 투사회보를 비롯한 시민들의 대안언론들이 배포되었다.

    ▲이광이 작가


      


    베타뉴스 이완수 기자 (700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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