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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프리더먼은 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자고 했을까?


  • 이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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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4-20 23:42:22

    코로나바이러스로 세계경제가 대공황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무너져 내리는 경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비상 경제조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대대적인 재정지출을 약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부분적으로 실행되고 있던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며, 역사상 처음으로 재난 기본소득의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경제위기는 반복되고 피할 수는 없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권 경제는 재정 지출의 확대가 국가부채의 부담 때문에 제약을 받고 있는 너라,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통해서 경기 회복을 도모해왔다. 그러나 기존의 양적완화는 은행을 구제하고 자산시장을 되살리는 데 그침으로써 경기를 반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찾아올 다음 번의 경제위기에서는 [모두를 위한 양적완화]로 대처해야 한다는 논의들이 활발히 이뤄져왔다. 이 책은 새롭게 닥친 위기에 [모두를 위한 양적완화]를 통해서 대처할 것을 주장하면서, 다양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양적완화의 기원: 헬리콥터 화폐.

    양적완화는 미국의 경제학자 프리드먼이 제안했던 [헬리콥터 화폐]에 이론적 기원을 두고 있다. 대공황 시기에 미국의 통화량(현금과 예금)은 4년 간 1/3이나 줄어 들었다. 현대의 화폐는 대부분이 상업은행에서 대출로써 창조되는 신용(은행)화폐인데, 위기가 닥치면 은행은 대출을 중단하거나 기존 대출을 회수하기 때문에, 경제 내에서 돈이 급격히 줄어든다. 돈의 감소는 바로 수요의 급격한 위축을 의미하기 때문에 생산된 상품은 판로를 잃게 된다. 이것이 바로 [풍요 속의 빈곤]이라 불리는 공황이다. 상품은 대량으로 생산되었지만 경제 내에는 돈이 없어서 그 상품을 사지 못한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프리드먼은 {돈의 헬리콥터 살포}를 제안했다.
    {뉴욕 상공에…돈이 떨어진다고 상상해보자. 은행권이…하늘에서…떨어져…거리를 뒤덮는다…사람들은…빗자루를 가지고 와서…쓸어 담을 것이다…그 지역의 가게들은…문을 열고 추가로 물량을 가져오고 종업원을 고용해서…돈을 주운 사람들을 가게로 안내할 것이다. 은행들도…영업 시간을 늘릴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든 돈 한 푼이라도 더 얻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사실 바로 이것이다…추가적인 돈은 우리에게 더 많은 구매력을 주며 그 구매력은 기업이 더 많은 것을 생산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헬리콥터 화폐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전직 의장인 버냉키가 실시했던 양적완화는 바로 {“헬리콥터 화폐}에서 착상을 얻은 것이다.

     

    ▲ 옮긴이 유승경



    기존 양적완화의 문제점.

    그러나, 기존의 양적완화는 은행을 구제하고 자산시장을 되살리는 데 그쳤다. 중앙은행은 은행이 가지고 있던 자산을 매수하여 돈을 시중으로 공급했다. 그러나 자산을 가진 사람들은 부자들이다. 부자들은 양적 완화를 통해서 받은 돈으로 또 다른 자산을 샀다. 그들이 매입한 자산 중 많은 것은 주식과 채권, 그리고 부동산이었다. 이 바람에 증권시장과 부동산 시장에는 거품이 형성되었지만 정작 일반인의 소득은 향상되지 못했다.

    모두를 위한 양적완화란?

    만약 중앙은행이 돈을 일반인에게 나눠주어서 소비에 지출하거나 빚을 상환하도록 했다면, 돈을 소상공인에게 주어서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도록 했다면, 정부가 공공 인프라를 개선하도록 도왔다면, 사회 주택을 건설하고, 혁신적 기술 개발에 시동을 걸 수 있게 했다면, 실업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자금을 댔다면, 단기적으로 중앙은행이 은행을 위한 양적 완화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양적 완화}를 했다면, 현재의 그림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것이 {모두를 위한 양적완화}론의 주장이다.

    모두를 위한 양적완화의 다양한 방안.

    {모두를 위한 양적 완화}의 제안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눠진다. 첫째는 돈을 직접 사람들에게 나눠주어서 단기적으로 지출을 늘리는 방안이다. 둘째는 장기 투자를 통해서 경제를 재균형화하는 방안들이다.

    유형 1: 돈을 직접 나눠주는 것

    헬리콥터 살포.
    가장 프리드먼의 {헬리콥터 살포}는 단기적인 수요 진작책의 한 유형이다. 프리드먼은 헬리콥터가 단지 한 번만 날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불황이 심각하다면 실제로는 헬리콥터가 한번 이상 날 수도 있다.

    정부 적자의 자금 조달.

    중앙은행이 돈을 사람들에게 주는 대신 정부에게 줄 수도 있다. 그러면 정부는 그것을 감세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유형 2: 경제적 재균형화 방안.

    중앙은행의 화폐를 소비 지출을 통해서 경기를 단기적으로 부양하는 데 사용하기보다는 경제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도록 사용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장기 계획의 자금을 조달하도록 하자는 제안은 무수히 많다.
    1. 정부에 대한 직접적 자금 조달(정부 국채 매입)
    2. 국가 투자 은행(국가 투자 은행 채권 매입)
    3. 민간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 투자(회사채와 주식 매입)

    인플레이션이라는 비현실적인 생각

    경제학자와 중앙은행가, 그리고 심지어 일반 대중 사이에도 중앙은행이 헬리콥터 화폐를 뿌리거나 화폐 발행을 통해 정부 지출에 자금을 대면 불가피하게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는 신념이 널리 퍼져 있다. 독일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이 바이마르 공화국의 상징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자주 인용된다.

    역사적인 연구에 따르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전쟁, 정치적 혼란, 계획 경제에서 시장 경제로의 이행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일어난다(이 세 번째 경우가 철의 장막 붕괴 이후 하이퍼-인플레이션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전적으로 정부의 역량 부족(혹은 부재)과 관련되어 있다. 능력 있는 중앙은행이 책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부와 협력한다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어떤 이유도 없다. 사실 (2008년 이후의) 양적완화는 사람들이 중앙은행의 화폐 창조에 대한 통제력을 신뢰하는 한 중앙은행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화폐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미래를 생각하기.

    {모두를 위한 양적 완화}는 또한 세계가 인류를 위협하는 세 가지 심각한 도전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인류는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고령화 문제, 일의 성격 변화, 기후 변화.

    고령화 문제,

    고령화되는 세계에서는 낮은 총수요에 따른 경제 침체와 디플레이션이 주된 위험이다. 헬리콥터 화폐와 재정 적자에 대한 중앙은행의 자금 조달은 국내 수요를 올릴 수 있는 가장 위력적인 방안이다.

    일의 성격 변화(자동화)

    자동화가 통상적인 반숙련의 일자리를 없애고 사람들을 저숙련-저임금의 일자리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항구적인 헬리콥터 화폐는 금융의 안정성과 경제적 번영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일 수 있다(기본 소득)

    기후 변화.

    녹색 전환이라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큰 발전 프로젝트에 중앙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유일한 현실적 방안이다.


    베타뉴스 이직 기자 (leeji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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