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5-25 03:49:26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코오롱 인보사 사태 등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의지를 밝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와 해외 진출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13.5%를 R&D에 투자한 동아에스티는 자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슈가논은 에보글립틴 5㎎을 주 성분으로 하는 당뇨병 치료제다.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26호 신약으로 허가받아 2016년 3월 국내에서 먼저 발매했다. 동아에스티는 올해를 슈가논 수출의 원년으로 잡고 있다. 슈가논은 지난 4월부터 인도에서 ‘발레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신약의 첫 수출 사례다.
동아에스티는 2012년 말 인도 제약사 알켐과 인도·네팔에서의 슈가논 개발·판매에 관한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인도 의약품관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러시아와 브라질에서도 임상 3상을 완료해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세계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2022년 661억 달러(약 77조)에 이를 전망으로 항암제 다음으로 큰 규모”라며 “R&D 투자를 늘려 혁신신약을 계속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매출 ‘1조 클럽’을 노리는 종근당도 지난해 1137억원(전체 매출의 12.1%)을 R&D에 쏟아부으며 혁신신약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이다.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치료제다. 현재 유럽 5개국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은 또 미국에서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희귀질환인 헌팅턴 질환 치료제 CKD-504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CKD-504가 순항하면 세계 최초로 인지기능과 운동능력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헌팅턴 질환 치료제가 된다. 종근당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항암제 공장을 준공하고,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승인을 받았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제약시장 규모도 지난해 기준 7조9000억원에 이른다.
독감과 수두 등의 백신 명가인 GC녹십자는 의약품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법인 ‘큐레보(Curevo)’를 세우고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CRV-101(프로젝트명 MG1120)’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 단계인 ‘CRV-101’은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으로, 기초 백신에 집중하던 GC녹십자의 첫 프리미엄 백신 개발 과제다. 큐레보는 백신 임상개발 경험이 풍부한 미국 현지 연구기관인 이드리(IDRI)와 협업해 애초 목표대로 임상 진입에 성공했다.
국내 제약사가 R&D를 위해 해외에 별도 법인을 세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GC녹십자의 지난해 R&D 투자비는 145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9%). GC녹십자 관계자는 “세계에서 통하는 제품을 만들려면 미국이란 산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며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미국에서 의약품 허가를 받으면 안전성·효능을 인정하는 국가가 많아 시장 확대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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